[제주 북클럽] "찬란한 멸종"을 읽고

과학과 신학의 대화
2024-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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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북클럽

찬란한 멸종(거꾸로 읽는 유쾌한 지구의 역사)을 읽고


글ㅣ박종춘
과신대 제주북클럽

중문 퍼시픽 랜드 CEO를 역임하고
지금은 서귀포에서 달리기와 읽기, 쓰기,
그리고 제주의  환경 운동에 열심을 내고 있다.



과신대 제주북클럽 11월의 책은 이정모의 [찬란한 멸종]이었다. 찬란(燦爛)한 멸종(滅種)이라. 책의 제목이 매우 도발적이다. 멸종은 어떤 생명체가 완전히 사라지게 되는 일인데 이것을 “찬란하다”라고 표현한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設)도 이만저만이 아닌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렇게 시작한 책 읽기는 점점 흥미와 재미를 더해 마치 한 권의 지구 역사책을 읽은 기분으로 읽기를 마쳤다. 수십억 년을 거슬러 올라가 그 시대의 주인공들을 내세워 이야기를 풀어낸 작가의 놀라운 필력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이미 다섯 번의 대멸종을 겪은 지구의 역사는 그야말로 다이내믹한 사건의 현장이었다. 그러나 대멸종이라고 하였지만 멸종의 순간에도 살아남은 생명이 있었으며 환경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생명이 탄생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 되기도 했다. 이를 작가는 “새로운 생명의 탄생의 찬란한 시작”이라고 표현한다.(P9) 멸종은 단순히 생명의 종이 사라지는 절망의 순간이 아니라 새로운 생명이 들어설 기회를 제공하고 다양성을 확대하는 희망의 순간으로 변하게 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류가 자신이 등장하기 전에 일어난 멸종에 대해 안타까워할 일이 전혀 없으며 오히려 고마워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P26~28) 그래서 다시 국어사전을 들여다보니 ‘찬란(燦爛)하다’는 “다채롭고 번쩍여서 눈부시고 아름답다“라는 뜻으로, 다채로움을 함축하고 있음을 보고 절묘한 수식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지구의 각 시대마다 생명의 주인공들이 있었다. 46억년의 지구의 역사 중에 40억년은 사실상 생명이라기보다는 세포생물이 존재하던 시기였으며, 본격적으로 생물이 다양화 되었던 시절은 약 5억 년 전 고생대 시기부터라 할 수 있다. 고생대의 ‘캄브리아기’에 삼엽충이 등장한 이후 생명의 다양성이 높아지던 중에 첫 번째 대멸종을 맞게 되는데 그때가 ‘오르도비스기’다. ‘실루리아기’를 지나 절지동물의 전성기를 거쳐 나무와 산호가 등장한 ‘데본기’에 두 번째 대멸종이 닥쳐왔다. 이후 나무와 산호가 등장하였고 탄소량의 증가로 지구는 거대나무가 뒤덮이는 ‘석탄기’를 맞게 된다. ‘폐름기’에 이르러 세 번째 대멸종을 맞게 되는데 이때 호수에 쌓인 나무들이 석탄으로 변한다. 이후 공룡과 포유류를 탄생시킨 네 번째 대멸종의 시기인 중생대의 ‘트라이아이스기’가 시작되었고 백악기에 이르러 다섯 번째 대멸종을 맞게 되었으며 이때 공룡이 멸종하며 중생대는 끝나고 신생대가 시작된다. 


이와 같이 지구 생물 역사에서 대멸종은 생명의 다양성과 궤적을 근본적으로 재편성하는 중대사건으로 작용했다.(P98) 45억년을 보낸 지구는 새로운 생명들을 탄생시키며 신생대에 이르렀다. 이 시대의 지배자는 단연코 인류라 할 수 있다. 인류가 지구의 지배자가 된 데에는 큰 뇌, 그리고 직립보행으로 손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런 장점을 가진 인류라 하더라도 종족간의 결속력이 약했던 ‘네안데르탈인’은 멸종하였고 반면에 종족간의 관계를 잘 유지했던 ‘크로마뇽인’만이 살아남아 오늘날 호모사피엔스의 조상이 되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제공: 과신대 사무국 김윤영 팀장


오늘날 우리는 인류가 지배하는 지구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 지구의 완벽한 지배자로 등장하여 이 지구를 아름답고 영원한 세상으로 만들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인류 스스로가 무너뜨리고 있다. 농업혁명과 산업혁명을 거쳐 기본적인 식생활이 개선되자 인류의 숫자는 급속도로 늘어났고 팽창한 종족의 편리를 위해 영특한 인간은 끊임없는 과학과 기술의 발달에 치달아 왔다. 문제는 이러한 행위들이 오히려 지구를 망치고 멸망의 길로 이끌고 있는 결정적인 이유가 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다섯 번의 대멸종의 직접적인 원인은 “급격한 기온변화”, “급격한 대기 산성화”, “급격한 산소농도 하락”이었다.(P106) 이러한 원인들은 모두 자연현상에 의한 결과였기에 복원 가능한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염려하는 대멸종, 즉 여섯 번째의 멸종은 인간의 활동에 의한 환경의 파괴에 기인한다. 온실가스의 증가로 기후가 변화하고 기온이 상승하여 대멸종이 초래될 것으로 예측한다. 


작가는 책 서두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다가오는 대멸종을 막기 위해서는 우리가 변해야 하며 그 변화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의지’의 문제라고 지적하였다.(P11) 그런데 지금 날이 갈수록 망가져 가고 있는 지구의 형편을 바라보면 ‘의지’에 기대어 지구의 미래를 맡길 수 있을까 하는 데에는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하나님이 지으신 그 모든 것을 보시니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 하셨던 이 아름다운 지구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은 과연 있을까? 스티븐 호킹 박사는 그의 일곱 가지 유언 중에 100년 안에 인류는 멸망한다고 불가능을 말하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지구를 버리고 어디로 도망가야 한단 말인가? 칼 세이건이 말한 것처럼 테라포밍(Terraforming)을 해서 다른 행성으로 옮겨가 살 수 있을까? 멸종은 다가오고 있는데 여전히 인간들은 아비규환의 세상을 지금 이 순간만 살고 말 듯이 소진과 탕진으로 지구를 망치고 있다. 


인류는 과연 얼마나 더 살 수 있을까? 지구환경은 얼마나 더 유지될 수 있을까? 저자의 표현과 같이 늦었다고 할 때가 빠른 때다. 지금이라도 전 지구적 결단이 있어야 할 것이다. 하나님께서 우리 인류에게 맡겨주신 이 지구를 잘 유지하고 존속하기 위해 나부터 결단해야 할 것이다. 하나님의 나라는 저 세상만이 아니라 이 세상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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