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의 어깨 위에 서서 (5) 뉴턴, 데카르트를 비판하다 (김재상)

과학과 신학의 대화
2025-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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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의 어깨 위에 서서 (5) 

뉴턴, 데카르트를 비판하다

 

글ㅣ김재상
이서교회 목사
과신대 정회원, 목회자모임 멤버


1. 데카르트의 기계론과의 만남

 아이작 뉴턴(Isaac Newton, 1642-1727)은 케임브리지 대학 시절 르네 데카르트(René Descartes, 1596-1650), 피에르 가상디(Pierre Gassendi, 1592-1655), 로버트 보일(Robert Boyle, 1627-1691) 등의 저술을 읽으며 기계론 철학에 깊이 빠져들었다. 기계론은 우주를 거대한 기계처럼 보는 관점으로, 모든 자연 현상을 물질의 운동과 충돌로 설명하려는 17세기 자연철학의 새로운 흐름이었다.

뉴턴이 재학하던 1660년대 케임브리지 대학에는 전통적인 아리스토텔레스 자연철학뿐 아니라 갈릴레오와 데카르트 그리고 가상디의 자연철학을 가르치는 강의가 개설되어 있었다. 특히 헨리 모어(Henry More, 1614-1687)가 있던 크라이스트 칼리지에서는 데카르트의 『방법서설』(Discours de la Méthode, 1637)을 학생들에게 읽혔다. 뉴턴은 이런 교육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기계론을 접하게 되었다. 1661년부터 1665년까지 그가 쓴 노트 『몇 가지 철학적 질문들』(Quaestiones Quaedam philosophiae)을 보면, 기계론자들의 저술을 언급하면서 자연이 신께 의존한다는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했음을 알 수 있다.


르네 데카르트(René Descartes, 1596-1650) @wikipedia


2. 데카르트의 기계론 세계관

16, 17세기 프랑스에서는 이성에 대한 회의적 위기(skeptical crisis)가 고조되고 있었다. 데카르트는 이런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방법론적 의심(methodical doubt)을 통해 확실하고 명확한 관념을 찾을 수 있다고 보았다. 데카르트는 의심을 거듭한 끝에 물질의 확실한 속성은 공간을 차지하는 '연장'(extension)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연장이라는 속성을 가진 물질들은 다른 물질과 충돌하면서 운동하고, 우주를 빈틈없이 가득 채워 진공이 없게 한다. 데카르트의 우주는 마치 톱니바퀴들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정교한 시계 같았다.

데카르트에 따르면, 신은 세계의 물질을 창조했고 물질에게 운동과 법칙을 부여했다. 신은 법칙을 통해 세계가 완벽한 형태를 갖게 하며 세계를 보존한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신이 질서정연한 세계의 구조 속에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신은 세계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도 않으며 세계에 개입하지도 않는다. 마치 시계공이 시계를 만들어 놓고는 더 이상 손대지 않듯이 말이다. 이런 관점에서 물질은 신이 부여한 법칙에 따라 운동하는데, 외부의 도움 없이 물질 스스로 자유롭게 운동한다. 이 점에서 데카르트의 물질은 수동적이지 않고 자율적이다. 한번 운동을 시작한 물질은 다른 물질과 충돌하지 않는 한 영원히 같은 상태로 운동을 계속한다.


사진: Unsplash의 Ruben Caldera 


3. 뉴턴의 비판: 물질의 자율성은 무신론이다

뉴턴은 데카르트 기계론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우선 그는 물질의 자율적 운동을 주장하는 데카르트 기계론이 무신론적이라고 여겼다. 신의 의지와 능력, 그리고 세계에 대한 개입을 강조하는 신학적 주의주의(voluntarism) 입장에 서 있던 뉴턴에게 물질의 자율성은 신의 의지와 능력을 제한하는 것이었다. ‘주의주의’란 신의 자유로운 의지를 강조하는 신학적 입장이다. 주의주의자들에게 신은 자신의 뜻대로 자유롭게 세계를 창조하고 다스릴 수 있는 분이다. 반면 데카르트 같은 주지주의자들은 신도 이성적 법칙에 따라 행동한다고 보았다. 뉴턴은 데카르트의 주지주의가 신을 법칙의 포로로 만든다고 생각했다.

뉴턴에게 물질은 본질적으로 수동적이었다. 물질은 스스로 움직일 수 없고, 신이나 능동적인 힘이 작용해야만 움직인다. 뉴턴의 신은 계속해서 자신의 창조 속에 활동하고 있으며, 자신의 의지를 통해 물체를 창조한다. 그리고 자신의 의지만으로 일정 공간 안에 있는 물질에게 특정한 성질을 직접 부여한다.

그래서 뉴턴은 『프린키피아』 2판(1713)의 일반주해에서 능동적으로 우주에 개입하고 우주를 지배하는 '판토크라토르'(Pantokrator, 모든 것을 다스리는 자)를 제시했다. 이를 통해 물질에 운동 법칙을 부여했다는 점에 무게를 둔 주지주의적인 데카르트의 신과 물질 운동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는 뉴턴 자신의 주의주의적 신 이해가 보이는 차이를 더욱 분명히 드러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는 뉴턴 자신의 과학사상과 데카르트의 것이 엄연히 다르다는 주장이며, 자신의 과학이 무신론적이라고 비판한 라이프니츠에 대한 응답이었다.

 

4. 소용돌이 이론의 문제점

뉴턴은 중력과 관련해 원거리 작용(action at a distance)을 적절히 설명할 수 없다는 이유로도 데카르트의 자연철학을 거부했다. 원거리 작용이란 서로 떨어져 있는 물체들이 힘을 주고받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지구와 달은 떨어져 있지만 중력으로 서로 끌어당긴다.

데카르트의 소용돌이 이론(vortex theory)에 따르면, 미세한 물질인 에테르들이 우주를 빈틈없이 채우며 이들의 흐름을 따라 천체가 운동한다. 마치 물의 소용돌이가 나뭇잎을 끌고 가듯이, 에테르의 소용돌이가 행성들을 끌고 간다는 것이다. 뉴턴도 처음에는 데카르트의 에테르를 통해 중력을 설명하고자 했다. 하지만 관찰 증거가 이를 지지하지 않았다. 행성들의 실제 운동은 소용돌이 이론으로 설명되지 않았다.

그래서 뉴턴은 중력이 기계적 힘이 아니며 진공이 존재한다고 결론지었다. 물체들은 에테르 같은 매개체 없이도 서로 끌어당긴다. 이것이 뉴턴의 만유인력 개념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당시로서는 매우 혁명적이고 논란의 여지가 많았다.

 

5. 케임브리지 플라톤주의자들의 영향 

데카르트 기계론에 대한 뉴턴의 비판 뒤에는 케임브리지 플라톤주의자들이 있었다. 케임브리지 플라톤주의자들은 17세기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활동한 학자 그룹으로, 고대 그리스의 플라톤 철학과 기독교 신학을 조화시키려 했다. 헨리 모어, 랠프 커드워스(Ralph Cudworth, 1617-1688), 아이작 배로우(Isaac Barrow, 1630-1677) 등이 여기에 속했다.

헨리 모어는 데카르트 철학이 중력과 자기력을 설명할 수 없다고 비판하면서 입자의 충돌만으로는 운동을 설명하기 역부족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모어에 따르면, 신은 자신의 대리인인 ‘자연의 정기’(Spirit of Nature)를 통해 물질이 여러 효과를 보이도록 직접 영향을 준다. 이 자연의 정기는 물질과 영적인 것을 연결하는 매개체 역할을 했다.

한편 랠프 커드워스는 이런 정기 대리인을 ‘못마땅한 자연’(Plastic Nature)이라고 불렀다. 커드워스에게 못마땅한 자연은 신의 뜻을 실행하는 무의식적 대리인이지만, 불완전하게 작동하여 세계가 불완전하게 되었다. 여기서 뉴턴은 흥미로운 영감을 얻었다. 세계의 불완전함이 도리어 신의 직접적인 개입과 지배의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아이작 배로우는 뉴턴의 스승이자 친구였다. 배로우와의 교류를 통해 뉴턴은 물질 운동과 신의 영향에 대한 철학적 사고를 더욱 발전시켰다. 주의주의자인 배로우는 초자연적 인과관계를 부정하는 기계론의 인과성을 비판하면서 신의 직접 영향으로 물리적 효과가 생길 수 있다고 보았다. 배로우에 따르면, 신은 세계에 즉각 간섭하고 보편적으로 개입하며 지배한다. 신은 단순히 처음에 법칙을 만들어 놓고 떠나는 분이 아니라, 매 순간 세계를 유지하고 다스리는 분이다. 이런 배로우의 영향 속에서 뉴턴은 1680년대 중반에 쓴 『중력에 대하여』(De Gravitatione)에서 신이 마음의 말과 의지의 행위로 자연을 움직인다고 기술했다.

 

사진: Unsplash의 Octavian Rosca  


6. 두 가지 세계관의 충돌

결국 뉴턴과 데카르트의 논쟁은 단순히 과학 이론의 차이가 아니라 근본적인 세계관의 충돌이었다. 데카르트는 이성적 법칙에 따라 완벽하게 돌아가는 기계적 우주를 꿈꿨다. 반면 뉴턴은 신이 계속 관여하고 다스리는 살아있는 우주를 믿었다. 데카르트의 세계에서 물질은 자율적이고 신은 멀리 있다. 뉴턴의 세계에서 물질은 수동적이고 신은 가까이 있다. 데카르트는 우주의 완벽한 법칙을 강조했고, 뉴턴은 우주를 다스리는 신의 의지를 강조했다.

이처럼 뉴턴은 자연 세계를 지배하며 개입하는 주의주의적 신 이해를 바탕으로 물질 운동에 대한 철학 작업을 했다. 뉴턴에게 과학은 단순히 자연 현상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우주를 다스리는 신의 섭리를 밝히는 거룩한 작업이었다. 이런 신학적 토대 위에서 뉴턴의 역학이 탄생했고, 그것은 데카르트의 기계론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과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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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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