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다양성이 하나님 창조의 핵심이다
- 유전적 변이 연구를 통해 바라본 하나님의 창조 섭리 -
글 | 김영호
경북대학교 생태과학과 교수
과신대 후원이사
저는 대학에서 곤충을 이용해서 유전자의 기능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환경에 서식하는 곤충들은 그 서식 환경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스트레스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각 곤충들은 환경 스트레스에 대응해 나름대로 그 환경에 적응하며 살고 있습니다. 특히 저는 과일이 발효되고 부패되는 환경에 서식하는 초파리가 발효/부패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탄올이나 아세트산과 같은 다양한 독성화학물질에 대응해서 어떤 유전자 발현 조절을 통해 그 화학물질에 대한 내성을 가지며, 그 환경에 적응하며 살고 있는지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진화의 긴 과정에서는 노출된 바가 없었던, 최근에서야 노출되기 시작한 합성 살충제 또한 곤충, 특히 해충들에게는 독한 환경 스트레스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저는 합성 화학 살충제에 대한 곤충의 내성(또는 저항성) 기작(mechanism)에 대한 연구도 함께 수행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 살충제 저항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사진: Unsplash의 Indra Projects
농업 해충을 방제하기 위해 초기 합성 살충제가 개발되어 살포되었을 때, 그리고 모기와 빈대(bed bug), 진드기(tick) 등과 같이 인축에게 질병을 옮기는 위생해충의 방제를 위해 합성 살충제가 살포되었을 때 나름 해충 방제 효과가 상당히 좋았습니다. 작물 생산량은 늘어났고, 해충으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 문제도 통제 가능한 듯 보였습니다. 작년에 효과 좋았던 살충제는 올해에도 그 효과를 기대하며 살포되었고, 이듬해도, 그 이듬해도 지속해서 살포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해충 방제 현장에서는 조금씩 그 살충제가 잘 듣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그 원인을 모른 채 화학회사들은 경쟁적으로 새로운 살충제를 개발하여 시판하였고, 새로운 살충제는 또 잘 작동하는 듯 하였습니다. 그러나 새롭게 개발된 살충제 또한 이전 살충제와 동일하게 그 효과가 약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화학회사에서는 새로운 살충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그 원인을 찾기 시작합니다. 합성 화학살충제가 해충의 체내로 유입된 후 작용하는(해충을 죽이는) 방법(기제 또는 기작이라 부릅니다.)을 연구하고, 어떤 작용 기작에서 문제가 발생해서 해충이 잘 죽지 않는지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살충제의 종류에 따라서 체내로 유입된 살충제를 빠르게 분해하는 해독효소의 작용으로 살충제 내성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고, 살충제가 실제 작용하는 부위(분자, molecule)에 변이가 발생해서 표적 분자에 대한 살충제의 결합력 감소로 인해 살충 효과가 감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살충제 표적분자의 변이는 결국 그 표적 분자를 암호화(encoding)하는 유전자 DNA에서 발생한 염기 서열의 변화, 즉 돌연변이(mutation)의 원인이 됩니다.
살충제 표적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한 살충제 저항성(내성, tolerance라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엄밀하게 유전자 수준에서의 변이는 저항성, resistance라고 칭합니다.)에 대한 보고는 전 세계적으로 수없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우리나라의 꿀벌응애(Varroa mite)의 살충제 저항성 돌연변이를 들 수 있습니다. 꿀벌응애는 꿀벌의 몸에 붙어서 꿀벌의 혈액과 지방(fat body)을 흡혈하는 외부 기생충으로 꿀벌 집단(봉군)의 건강과 직결되어 있기에 양봉농가에서는 꿀벌응애 방제에 심혈을 기울입니다. 지난 2021년 겨울부터 우리나라에서 꿀벌들이 집단적으로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해오고 있습니다. 꿀벌 실종 사건에 대하여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에서 여러 번 방송되어서 독자들 중에도 이 사건에 대해 알고 계신 분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꿀벌실종사건에 대해 연구한 결과 여러 원인들 중 꿀벌응애 방제 실패가 주요한 원인 중 하나로 판단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양봉 농가에서는 지난 십수 년의 긴 기간 동안 동일한 종류의 꿀벌응애 방제 살충제를 사용해 왔습니다. 동일한 살충제에 지속해서 노출된 꿀벌응애에서는 살충제 표적 분자에 돌연변이가 발생했고, 그래서 그 살충제가 더 이상 방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서울대학교와 제가 속한 경북대학교에서 공동으로 수행한 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양봉 농가에서 효과가 사라진 이 살충제의 사용을 지양하기 위해서 정부에서는 지금까지 사용됐던 이 살충제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는 정책적 결정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본 연구는 과학적/실험적 데이터에 근거해서 정부가 정책 결정을 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진: Unsplash의 Dmitry Grigoriev
꿀벌응애를 비롯한 방제의 대상이 되는 해충들은 생존을 위해 의도적으로, 스스로 노력해서 DNA 돌연변이를 만들었을까요? DNA 변이 현상은 무작위로 일어납니다(random event). 세포가 복제될 때마다 세포 안에 있는 DNA 전체, 즉 genome도 함께 복제되어 그 사본(copy)이 딸세포로 전달됩니다. DNA가 복제될 때마다 자연스럽게 일종의 복제 오류라고 할 수 있는 변이가 발생합니다. 변이 중 세포나 개체의 생존에 불리한 변이가 발생한 경우에는 도태되겠지만, 개체가 서식하는 환경에 유리한 변이가 발생한 경우 그 변이는 선택(selection)되어 집단에 그 변이를 가진 개체 수가 많아지게 됩니다. 살충제 저항성 돌연변이도 마찬가지입니다. 해충 집단의 유전자 풀(gene pool), 즉 집단을 구성하고 있는 개체들이 가지고 있는 유전 정보들 속에 다양한 변이가 포함되겠지만, 무작위(random event)로 발생한 변이들 중 살충제 표적 분자에 발생한 변이를 가진 개체들은 살충제가 있는 환경에서 생존에 유리하게 됩니다. 그리고 생존한 개체끼리 자손을 생산하게 되면 그 자손은 살충제 저항성 변이를 가지게 됩니다. 여러 세대가 지나고 나면 그 집단의 유전자 풀 내에 살충제 저항성 돌연변이가 누적되어 우점하게 되겠죠. 그러면 이제 그 해충 집단은 돌연변이를 가진 분자를 표적으로 하는 살충제가 듣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무작위(random event)로 발생하는 DNA 변이 중 환경에서 발생한 도태압력에 유리한 변이는 집단 내에서 살아남아 다음 세대로 전달되며 이 변이는 집단 내에서 중요한 유전정보로 자리 잡게 됩니다. 앞서 언급했지만, 해충이 살충제가 있는 환경에 생존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해서 DNA 변이를 만들었겠습니까? 집단을 구성하고 있는 개체들에서는 지속적으로 다양한 종류의 변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변이 중 생존에 유리한 변이가 선택(pick up)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생명체가 유동적으로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방법이며, 진화의 원동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진화의 원동력은 다양성입니다. 유전자가 변이 없이 고정되어 있다면 생명체 집단은 환경에 유기적으로 적응할 수 없습니다. 또한 변이가 다양하지 않다면 살충제가 뿌려지는 것과 같은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려면 다양한 변이가 우선되어야 합니다. 다양한 변이가 있기에 그 중 유리한 변이가 있는 것이고, 유리한 변이가 있어야 환경에 적응하기 좋은 형질이나 개체가 발생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변이의 누적과 생식적 격리는 새로운 종 탄생의 원동력입니다. 지금 창밖을 둘러보십시오. 다양한 나무들, 풀들, 그 사이를 날아다니고 기어 다니는 곤충들, 새들, 동물들, 땅속의 미생물들, 이 모든 다양한 생명체들의 탄생에는 유전적 변이라는 중요한 기작이 기저에 깔려 있는 것입니다.
생명의 다양성은 결국 유전적 변이의 다양성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과학은 이러한 변이가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설명합니다. 그러나 신앙은 왜 하나님께서 생명체에게 이러한 적응 능력을 허락하셨는지를 묻습니다. 저는 다양성이 하나님의 창조 섭리라 생각합니다. 하나님께서 태초에 천지를 만드신 후 그 모양을 고정하셔서 지금까지 살게 하셨다면, 아마도 지구의 여러 차례 격변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대부분 멸종하고 지금 지구에 우리가 볼 수 있는 생명체는 몇 종 없을 것입니다. 아마도 우리도 지구에 없었을 것이고요. 제가 연구하고 있는 살충제 저항성 돌연변이의 결과들, 그리고 다양한 생물학 분야의 연구 결과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하나님은 우리에게, 우리 생명체에게 변할 수 있는 능력을 심어 주셨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힘듭니다.

AI 생성 이미지
그 변화의 원인과 결과는 다양성입니다. 지구 생명의 역사 속에서 발생하고 있는 변이의 다양성 덕분에 지금도 다양한 종(species)의 모습을 목도할 수 있습니다. 다양해야 그 집단은 생존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획일화되고 경직된 한국교회의 모습이 아쉽습니다. 창조에 대한 서로 다른 견해를 신앙의 본질 문제로 확대하여 대화 자체를 차단하는 한국교회의 단일성이 아쉽습니다. 창세기를 통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시는 신학적 메시지보다 창조의 방식과 연대 논쟁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교회의 모습이 아쉽습니다. 성경 외에 추가로 주신 하나님의 편지인 자연을 연구하는 과학을 통해서 창조주 하나님의 풍성한 성품을 알아가는 기쁨을 애써 외면하고 과학을 터부시하는 우리 교회의 모습이 아쉽습니다.
하나님의 창조사역과 예수님의 구속사역, 그리고 예수님의 부활과 재림으로 이어지는 큰 진리의 줄기에 다양한 사상과 생각의 가지가 자라야 진리의 나무는 풍성해지고 견고해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부디, 다양성이 생명체의 속성이고, 다양성은 하나님께서 창조 세계 속에 나타내신 풍성함의 한 모습임을 인정하고, 교회 안에서 성도와 목회자들이 하나님의 창조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고찰하고 고민하고, 치열한 토론을 할 수 있는 성숙한 자들로 변화하길 바라봅니다.
기고
다양성이 하나님 창조의 핵심이다
- 유전적 변이 연구를 통해 바라본 하나님의 창조 섭리 -
글 | 김영호
경북대학교 생태과학과 교수
과신대 후원이사
저는 대학에서 곤충을 이용해서 유전자의 기능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환경에 서식하는 곤충들은 그 서식 환경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스트레스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각 곤충들은 환경 스트레스에 대응해 나름대로 그 환경에 적응하며 살고 있습니다. 특히 저는 과일이 발효되고 부패되는 환경에 서식하는 초파리가 발효/부패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탄올이나 아세트산과 같은 다양한 독성화학물질에 대응해서 어떤 유전자 발현 조절을 통해 그 화학물질에 대한 내성을 가지며, 그 환경에 적응하며 살고 있는지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진화의 긴 과정에서는 노출된 바가 없었던, 최근에서야 노출되기 시작한 합성 살충제 또한 곤충, 특히 해충들에게는 독한 환경 스트레스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저는 합성 화학 살충제에 대한 곤충의 내성(또는 저항성) 기작(mechanism)에 대한 연구도 함께 수행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 살충제 저항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사진: Unsplash의 Indra Projects
농업 해충을 방제하기 위해 초기 합성 살충제가 개발되어 살포되었을 때, 그리고 모기와 빈대(bed bug), 진드기(tick) 등과 같이 인축에게 질병을 옮기는 위생해충의 방제를 위해 합성 살충제가 살포되었을 때 나름 해충 방제 효과가 상당히 좋았습니다. 작물 생산량은 늘어났고, 해충으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 문제도 통제 가능한 듯 보였습니다. 작년에 효과 좋았던 살충제는 올해에도 그 효과를 기대하며 살포되었고, 이듬해도, 그 이듬해도 지속해서 살포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해충 방제 현장에서는 조금씩 그 살충제가 잘 듣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그 원인을 모른 채 화학회사들은 경쟁적으로 새로운 살충제를 개발하여 시판하였고, 새로운 살충제는 또 잘 작동하는 듯 하였습니다. 그러나 새롭게 개발된 살충제 또한 이전 살충제와 동일하게 그 효과가 약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화학회사에서는 새로운 살충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그 원인을 찾기 시작합니다. 합성 화학살충제가 해충의 체내로 유입된 후 작용하는(해충을 죽이는) 방법(기제 또는 기작이라 부릅니다.)을 연구하고, 어떤 작용 기작에서 문제가 발생해서 해충이 잘 죽지 않는지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살충제의 종류에 따라서 체내로 유입된 살충제를 빠르게 분해하는 해독효소의 작용으로 살충제 내성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고, 살충제가 실제 작용하는 부위(분자, molecule)에 변이가 발생해서 표적 분자에 대한 살충제의 결합력 감소로 인해 살충 효과가 감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살충제 표적분자의 변이는 결국 그 표적 분자를 암호화(encoding)하는 유전자 DNA에서 발생한 염기 서열의 변화, 즉 돌연변이(mutation)의 원인이 됩니다.
살충제 표적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한 살충제 저항성(내성, tolerance라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엄밀하게 유전자 수준에서의 변이는 저항성, resistance라고 칭합니다.)에 대한 보고는 전 세계적으로 수없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우리나라의 꿀벌응애(Varroa mite)의 살충제 저항성 돌연변이를 들 수 있습니다. 꿀벌응애는 꿀벌의 몸에 붙어서 꿀벌의 혈액과 지방(fat body)을 흡혈하는 외부 기생충으로 꿀벌 집단(봉군)의 건강과 직결되어 있기에 양봉농가에서는 꿀벌응애 방제에 심혈을 기울입니다. 지난 2021년 겨울부터 우리나라에서 꿀벌들이 집단적으로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해오고 있습니다. 꿀벌 실종 사건에 대하여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에서 여러 번 방송되어서 독자들 중에도 이 사건에 대해 알고 계신 분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꿀벌실종사건에 대해 연구한 결과 여러 원인들 중 꿀벌응애 방제 실패가 주요한 원인 중 하나로 판단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양봉 농가에서는 지난 십수 년의 긴 기간 동안 동일한 종류의 꿀벌응애 방제 살충제를 사용해 왔습니다. 동일한 살충제에 지속해서 노출된 꿀벌응애에서는 살충제 표적 분자에 돌연변이가 발생했고, 그래서 그 살충제가 더 이상 방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서울대학교와 제가 속한 경북대학교에서 공동으로 수행한 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양봉 농가에서 효과가 사라진 이 살충제의 사용을 지양하기 위해서 정부에서는 지금까지 사용됐던 이 살충제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는 정책적 결정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본 연구는 과학적/실험적 데이터에 근거해서 정부가 정책 결정을 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진: Unsplash의 Dmitry Grigoriev
꿀벌응애를 비롯한 방제의 대상이 되는 해충들은 생존을 위해 의도적으로, 스스로 노력해서 DNA 돌연변이를 만들었을까요? DNA 변이 현상은 무작위로 일어납니다(random event). 세포가 복제될 때마다 세포 안에 있는 DNA 전체, 즉 genome도 함께 복제되어 그 사본(copy)이 딸세포로 전달됩니다. DNA가 복제될 때마다 자연스럽게 일종의 복제 오류라고 할 수 있는 변이가 발생합니다. 변이 중 세포나 개체의 생존에 불리한 변이가 발생한 경우에는 도태되겠지만, 개체가 서식하는 환경에 유리한 변이가 발생한 경우 그 변이는 선택(selection)되어 집단에 그 변이를 가진 개체 수가 많아지게 됩니다. 살충제 저항성 돌연변이도 마찬가지입니다. 해충 집단의 유전자 풀(gene pool), 즉 집단을 구성하고 있는 개체들이 가지고 있는 유전 정보들 속에 다양한 변이가 포함되겠지만, 무작위(random event)로 발생한 변이들 중 살충제 표적 분자에 발생한 변이를 가진 개체들은 살충제가 있는 환경에서 생존에 유리하게 됩니다. 그리고 생존한 개체끼리 자손을 생산하게 되면 그 자손은 살충제 저항성 변이를 가지게 됩니다. 여러 세대가 지나고 나면 그 집단의 유전자 풀 내에 살충제 저항성 돌연변이가 누적되어 우점하게 되겠죠. 그러면 이제 그 해충 집단은 돌연변이를 가진 분자를 표적으로 하는 살충제가 듣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무작위(random event)로 발생하는 DNA 변이 중 환경에서 발생한 도태압력에 유리한 변이는 집단 내에서 살아남아 다음 세대로 전달되며 이 변이는 집단 내에서 중요한 유전정보로 자리 잡게 됩니다. 앞서 언급했지만, 해충이 살충제가 있는 환경에 생존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해서 DNA 변이를 만들었겠습니까? 집단을 구성하고 있는 개체들에서는 지속적으로 다양한 종류의 변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변이 중 생존에 유리한 변이가 선택(pick up)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생명체가 유동적으로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방법이며, 진화의 원동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진화의 원동력은 다양성입니다. 유전자가 변이 없이 고정되어 있다면 생명체 집단은 환경에 유기적으로 적응할 수 없습니다. 또한 변이가 다양하지 않다면 살충제가 뿌려지는 것과 같은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려면 다양한 변이가 우선되어야 합니다. 다양한 변이가 있기에 그 중 유리한 변이가 있는 것이고, 유리한 변이가 있어야 환경에 적응하기 좋은 형질이나 개체가 발생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변이의 누적과 생식적 격리는 새로운 종 탄생의 원동력입니다. 지금 창밖을 둘러보십시오. 다양한 나무들, 풀들, 그 사이를 날아다니고 기어 다니는 곤충들, 새들, 동물들, 땅속의 미생물들, 이 모든 다양한 생명체들의 탄생에는 유전적 변이라는 중요한 기작이 기저에 깔려 있는 것입니다.
생명의 다양성은 결국 유전적 변이의 다양성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과학은 이러한 변이가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설명합니다. 그러나 신앙은 왜 하나님께서 생명체에게 이러한 적응 능력을 허락하셨는지를 묻습니다. 저는 다양성이 하나님의 창조 섭리라 생각합니다. 하나님께서 태초에 천지를 만드신 후 그 모양을 고정하셔서 지금까지 살게 하셨다면, 아마도 지구의 여러 차례 격변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대부분 멸종하고 지금 지구에 우리가 볼 수 있는 생명체는 몇 종 없을 것입니다. 아마도 우리도 지구에 없었을 것이고요. 제가 연구하고 있는 살충제 저항성 돌연변이의 결과들, 그리고 다양한 생물학 분야의 연구 결과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하나님은 우리에게, 우리 생명체에게 변할 수 있는 능력을 심어 주셨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힘듭니다.
AI 생성 이미지
그 변화의 원인과 결과는 다양성입니다. 지구 생명의 역사 속에서 발생하고 있는 변이의 다양성 덕분에 지금도 다양한 종(species)의 모습을 목도할 수 있습니다. 다양해야 그 집단은 생존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획일화되고 경직된 한국교회의 모습이 아쉽습니다. 창조에 대한 서로 다른 견해를 신앙의 본질 문제로 확대하여 대화 자체를 차단하는 한국교회의 단일성이 아쉽습니다. 창세기를 통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시는 신학적 메시지보다 창조의 방식과 연대 논쟁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교회의 모습이 아쉽습니다. 성경 외에 추가로 주신 하나님의 편지인 자연을 연구하는 과학을 통해서 창조주 하나님의 풍성한 성품을 알아가는 기쁨을 애써 외면하고 과학을 터부시하는 우리 교회의 모습이 아쉽습니다.
하나님의 창조사역과 예수님의 구속사역, 그리고 예수님의 부활과 재림으로 이어지는 큰 진리의 줄기에 다양한 사상과 생각의 가지가 자라야 진리의 나무는 풍성해지고 견고해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부디, 다양성이 생명체의 속성이고, 다양성은 하나님께서 창조 세계 속에 나타내신 풍성함의 한 모습임을 인정하고, 교회 안에서 성도와 목회자들이 하나님의 창조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고찰하고 고민하고, 치열한 토론을 할 수 있는 성숙한 자들로 변화하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