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영화와 기독교] 1. 인터스텔라와 시간의 매개

과학과 신학의 대화
2021-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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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스텔라 Interstellar, 2014
SF, 액션, 미스터리 미국, 영국 169분 2014.11.06 개봉
감독 : 크리스토퍼 놀란
주연 : 매튜 맥커너히(쿠퍼), 앤 해서웨이(아멜리아), 마이클 케인(브랜드)

 

 

시간이란 무엇일까? 일찍이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시간을 3등분하였다. 과거, 현재, 미래다. 그는 시간을 일직선으로 보았다. 시간은 흘러가는 것이다. 그런데 이 전통에 반기를 든 사람이 그 유명한 아우구스티누스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시간을 물리적 연장선으로 보지 않았다. 그는 시간을 점으로 보았다. 그에게 시간이란 언제나 현재였다. 현재가 점처럼 무한 반복되는 것이 시간이라는 것이다. 그럼 과거는 무엇인가? 과거는 현재 내가 기억하는 것이다. 미래는 현재 내가 기대하는 것이다. 아우구스티누스는 과거나 미래는 물리적 실체가 아니라 보았다.

 

이런 개념을 기초로 아우구스티누스는 영원을 설명한다. 영원은 시간의 무한정 연장이 아니라 시간의 초월이다. 시공간의 초월이 영원이다. 하나님은 영원하신데 그건 하나님이 할아버지처럼 오래된 분이 아니라 시간을 초월해 계시는 분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베드로는 이렇게 설명한다. "사랑하는 자들아 주께는 하루가 천 년 같고 천 년이 하루 같다는 이 한 가지를 잊지 말라." 영원이신 하나님에게 시간은 의미가 없다. 시간을 초월해 계시기 때문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인터스텔라]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사색에 다름 아니다. 놀란 감독이 묘사한 가까운 미래의 지구는 심각한 환경오염으로 살 곳이 못 된다. 한계치를 넘어서는 황사로 인해 농작물은 죽어가고 인간의 수명 또한 위태롭다. 그리하여 브랜드 박사가 주축이 되어 나사(NASA)는 비밀리에 우주계발 계획을 준비한다.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 인간이 살기 적합한 행성을 탐사하고 기지를 만들기 위함이다.

 

이 프로젝트에 전직 조종사 쿠퍼가 선택된다. 쿠퍼는 과거의 실수로 조종간을 떠나 농사를 짓고 있었으나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나사로 오게 된다.(물론 영화 후반에 이 비밀도 밝혀지지만) 쿠퍼와 브랜드 박사의 딸 에밀리아 브랜드, 그리고 두 명의 전문가가 탑승한 우주선이 출항을 한다. 이들은 약 2년간의 항해 끝에 토성을 지나 웜홀을 통과해 새로운 행성에 도착한다. 물로 가득한 이 행성에 내려 작업을 해야 하는 쿠퍼는 순간 갈등한다. 왜냐면 이 행성의 중력과 지구의 중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행성에서의 1시간은 지구에서의 7년의 시간과 동일하다. 만약 추락했던 탐사선의 블랙박스 수거 작업이 지체되면 자신들은 비록 1시간, 2시간을 보내는 것이지만 지구는 7년, 14년이 지나가 버리고 그럼 지구의 환경은 더욱 악화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시간의 상대성이 등장한다. 지구에서의 시간은 일정하지만(어떤 이는 고지대에서의 시간은 저지대보다 더 느리게 간다고 한다. 그래서 고지대 사람들의 수명이 짧다고 한다. ) 지구라는 공간을 벗어난 행성에서의 시간은 다르다. 중력의 차이에 의해 시간의 물리적 차이가 난다. 여기서 우리는 시간의 상대성을 보게 된다. 시간은 결국 공간의 중력과 관련 있다. 우리는 지금 여기 3차원의 공간에 함께 있으니 동일한 시간대를 공유한다. 그러나 놀란 감독이 제기한 바대로, 공간이 다르다면 시간도 달라진다. 쿠퍼 일행은 행성에서 3시간 정도를 보냈을 뿐이지만 지구는 20여 년이 지나가 버렸다. 공간의 차이가 시간의 차이를 만들었다.

 



 

그러기에 만약 누군가 다른 공간에 존재한다면 그는 우리의 시간을 초월할 것이다. 물론 놀란 감독은 영화 말미에 블랙홀을 지나 다시 지구로 회귀한 쿠퍼를 등장시킨다. 문제는 쿠퍼는 블랙홀을 지나면서 지구의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있다는 점이다. 장소적으로 그는 자신이 살던 집 딸의 서재 뒷 공간이지만, 그것은 놀란 감독이 묘사한 대로 5차원의 공간이다. 시간적으로도 그는 자유롭다. 초월해 있다.

 

그러므로 그의 딸 머피가 공유하는 3차원의 서재와 블랙홀을 통과하여 도달한 쿠퍼의 5차원의 서재는 동일 공간이지만 차원이 다르다. 5차원의 쿠퍼는 3차원의 머피를 인지하지만, 그 반대는 불가능하다. 하여 그는 3차원의 머피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시계 침을 이용한다. 멈춰버린 시계 침을 모스 부호로 활용해 자신의 메시지를 머피에게 전달한다. 여기서 시계는 5차원의 쿠퍼와 3차원의 머피를 잇는 매개체가 된다. 놀란 감독이 매개체로 멈추어진 시계를 활용했다는 점을 기억하자.

 



 

영국의 신학자 톰 라이트는 하늘과 땅을 이렇게 설명한다. 성경에서 ‘하늘’이라는 단어는 우리가 보는 sky가 아니라, 하나님의 통치 영역이다. ‘땅’은 우리들의 세계다. 두 세계가 맞물려 있다. 시간을 초월해 계시고 공간을 초월해 계시는 하나님은 하늘의 영역에 있다. (놀란 감독이 묘사한 5차원의 서재다) 그리고 시간의 존재인 우리는 땅의 영역에 있다.(3차원의 서재) 하늘의 영역에 있는 하나님은 우리를 인지하나, 땅의 영역에 있는 우리는 하나님을 인지하기 어렵다. 그런데 하늘의 영역에 계시는 하나님이 땅의 영역에 있는 우리에게 매개체를 이용해 계시하신다. 모세에게는 불타는 가시덤불로, 엘리야에게는 떨어지는 불로, 요셉에게는 꿈으로, 다니엘에게는 환상으로 계시하신다. 영원의 영역에 계시는 분이 매개체를 통해 시간의 영역으로 침투하신다. 우리는 매개체를 통해 하나님을 인지할 수 있다.

 

놀란이 묘사한 서재를 기억하자. 쿠퍼의 5차원의 시공간과 머피의 3차원의 시공이 맞물려 있다. 영원의 영역과 시간의 영역이 맞물려 존재한다. 하늘의 영역과 땅의 영역이 맞물려 존재한다. 신학적으로 성육신은 하늘에서 땅으로 오신 사건이다. 영원에서 시간으로, 하늘에서 땅으로 침투해 오신 분이 예수시다. 지금도 성령은 우리의 매개체가 되셔서 이 두 영역을 잇는다. 그러니 눈을 크게 뜨고 잘 살펴보자. 예수께서 말씀하신 바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이 땅에서 이루어지고 있을 것이니.

 

 


글 | 김양현
하울의 움직이는 아빠로 방송과 잡지에 영화 칼럼을 기고하고 있습니다.

 

 

2021년 2월부터 김양현 목사님의 "SF영화와 기독교"가 연재됩니다. 신앙과 영화의 통섭을 꿈꾸는 김양현 목사님께서 SF영화를 통해 기독교 신앙의 다양한 모습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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