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포밍이라는 우상
글ㅣ김양현
과신뷰 편집장
기독인문연구소 詩時堂(시시당) 대표
미국 제47대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취임식에서 화성에 성조기를 꽂겠다고 외쳤다. 이 선언에 일론 머스크는 환호했고, 수많은 미국인들은 열광했다. 자신의 임기 내에 우주 프로젝트를 추진하여 화성에 우주선을 보내겠다는 선언을 어떻게 봐야 할까? 실상 트럼프의 선언은 과거 케네디 대통령 시절 달에 유인 우주선을 보내겠다고 선언한 것과 동일하다. 위대한 미국, 세계를 선도하는 미국, 누구도 하지 못한 일을 하겠다는 선언이다.
이런 선언은 비단 트럼프 만의 것은 아니었다. 일찍이 칼 세이건은 금성을 인류가 거주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러한 것을 테라포밍(Terraforming)이라 부른다.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이나 위성을 지구와 흡사한 환경으로 만들어 인류가 거주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든다는 프로젝트다. 일론 머스크는 스페이스 X라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데, 그 내용은 달에 기지를 건설하여 우주선을 화성에 보낸 후 화성을 지구인이 거주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칼 세이건이 이 주장을 한 후 수많은 영화 제작자들이 앞다투어 관련된 영화를 만들었다. 대표적 영화로 리들리 스콧 감독이 만든 ‘마션’, 닐 버거 감독의 ‘보이저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 등이 있다. 이 영화들의 공통점은 지구를 떠나 은하계의 행성 중에서 지구와 흡사한 환경을 가진 곳을 찾아 인류가 거주하게 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테라포밍의 전도사들인 셈이다. 이 영화들의 공통된 점 하나는 가까운 미래 지구가 황폐했다는 가정이다. 지구는 다양한 이유로 더 이상 인류가 거주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이에 인류를 위해 새로운 주거 공간을 찾고자 우주로 향한다.
@영화 <승리호> 스틸컷, 넷플릭스
조성희 감독의 영화 ‘승리호’ 역시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 멀지 않은 미래 지구는 각종 환경오염으로 인류가 거주하기에 부적합하다. 제임스 설리반 회장은 UTS (Utopia above the Sky)라는 공간을 만들었다. 지구 대기권 밖에 세운 우주 주거 지구다. 지구와 거의 흡사한 환경으로 조성된 청정지역이다. 당연 이 곳은 천문학적인 돈을 낼 수 있는 극 소수의 사람들만이 거주한다. 꿈의 주거 공간이다. 극중 인물인 캡틴 장과 김태호 등은 UTS에서 배출되는 우주 쓰레기들을 수거하여 지구에 보내는 일을 하고 있다. 영화에서 그리고 있듯이 UTS는 청정 지역일지 몰라도 지구는 대기오염이 심하고 환경이 파괴되어 인류가 거주하기 힘든 곳이 되었다.
테라포밍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수많은 과학자들은 말한다. 계획은 그럴싸해도 실제 현실로 만들어 내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특히 화성을 인류가 거주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든다는 것은 현대의 과학과 기술로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왜 일부 과학자들, 사업가들, 영화 감독들은 끊임없이 이런 시도를 할까? 사실 그들은 과학을 우상으로 섬기고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과학만능주의다. 이들이 신봉하는 핵심 내용은 단순하다. “과학은 인류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라는 단순한 명제다. 이런 명제 하에 최근 인공지능, 유전자 가위, 우주산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유발 하라리는 이런 시도를 ‘호모 데우스’ 즉 신이 되고자 하는 인간으로 묘사한다. 과학이 신이 되는 셈이다. 과학으로 신을 대체하고자 하는 시도들이다. 과학으로 인류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이다.
이런 주장의 이면에는 지구 환경을 개선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 있다. 이들이 가진 확신은 지구의 에너지와 자원을 현재처럼 쓸 것이고, 더 많은 생산과 소비를 만들어 내겠다는 것이다. 물론 이들이 말하기를 지구는 환경론자들이 걱정하는 것만큼 심각하게 망가지지 않았고, 혹 환경이 망가지더라도 우리는 과학과 기술로 헤쳐나갈 수 있다고 한다. 또 지구는 자체 정화 능력이 있어서 얼마든지 오염을 정화할 수 있다고 여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따져 보아야 할 중요한 지점이 있다. 정말 지구는 자정 능력을 가지고 있을까? 오히려 다수의 과학자들은 지구가 한계 상황에 처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북극의 빙하가 상당히 녹아내렸고, 전에 발견하지 못한 수종들이 나타나고 있다. 전 세계적인 이상 기후가 나타나고 있고, 전에 없던 대형 산불이나 홍수 등이 발생하고 있다. 말 그대로 전에 없던 현상이다. 게다가 강대국들이 가진 핵미사일, 핵 실험 등은 지구 환경을 되돌릴 수 없는 상태로 만들고 있다. 물론 누군가의 말처럼 인류는 멸종할지 몰라도 지구 자체는 이런 환경을 극복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과거의 5번의 대멸종을 이겨내고 거쳐온 것처럼 말이다.
@Unsplash, Hendrik Cornelissen
하지만 우리는 하나님의 사명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하나님은 우주를 창조하셨을 뿐 아니라 특별히 지구라는 행성에 생명을 창조하셨고, 인류를 특별히 창조하셨다. 그리고 우리에게 지구를 가꾸고 돌보라는 사명을 주셨다. 정복하고 다스리라는 명령은 무분별한 파괴와 오염에도 불구하고 개발하라는 뜻이 아니라 잘 관리하라는 청지기적 명령이다.
또한 우리가 믿는 성경은 소수의 특권층을 위한 제국을 건설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백성이 동등하게 살아가는 세상을 지지한다. 고대 신화들인 에누마 엘리시, 에트라하시스 등은 왕이나 사제 계급 등 소수의 특권층이 신의 아들 혹은 신의 대리인이라 주장하며 막대한 부와 권력을 누리게 하는 것을 뒷받침했지만, 창세기 1장에서 여호와 하나님은 모든 인류를 자신의 형상이라고 선언한다. 남자뿐 아니라 여자도 신의 형상이다. 놀라운 인권 선언이다. 만일 테라포밍을 추진하여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그 특권을 누가 누리겠는가? 소수의 특권층이다. 대다수의 일반인은 여전히 지구에 거주할 뿐이다. 그렇다면 테라포밍의 정신은 우리의 성경이 말하는 신학과 부합하지 않는다.
어쩌면 테라포밍은 지난 시기 세대주의자들의 철 지난 신학인 저세상 어딘가에 있는 천국을 만들겠다는 것의 현대적 선언인지도 모른다. 여기 지구는 지옥으로 변할 것이고, 저 하늘 어딘가에 천국 같은 곳을 만들겠다는(테라포밍 하겠다는) 주장이며, 이는 이원론적인 신학의 현대적 버전으로 보인다.
하지만 오늘날 재 정립된 신학은 새 하늘과 새 땅이 바로 여기, 지구라는 우리의 행성에서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새 예루살렘은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온다. 예수께서도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이 땅에서 이루어지게 해 주기를 기도하라고 가르치셨다. 새로운 신학은 테라포밍이 아니라 이 지구를 보존하고 회복함에 다름 아니다.
화성에 성조기를 꽃겠다는 선언에 환호할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 우리의 지구를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온 세계가 한목소리로 외치고 동참하고 협의해야 한다. 천국은 바로 여기에서 그리고 소수의 특권층이 아니라 다수의 하나님 나라 백성이 참여하는 곳이기 때문에.
테라포밍이라는 우상
글ㅣ김양현
과신뷰 편집장
기독인문연구소 詩時堂(시시당) 대표
이런 선언은 비단 트럼프 만의 것은 아니었다. 일찍이 칼 세이건은 금성을 인류가 거주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러한 것을 테라포밍(Terraforming)이라 부른다.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이나 위성을 지구와 흡사한 환경으로 만들어 인류가 거주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든다는 프로젝트다. 일론 머스크는 스페이스 X라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데, 그 내용은 달에 기지를 건설하여 우주선을 화성에 보낸 후 화성을 지구인이 거주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칼 세이건이 이 주장을 한 후 수많은 영화 제작자들이 앞다투어 관련된 영화를 만들었다. 대표적 영화로 리들리 스콧 감독이 만든 ‘마션’, 닐 버거 감독의 ‘보이저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 등이 있다. 이 영화들의 공통점은 지구를 떠나 은하계의 행성 중에서 지구와 흡사한 환경을 가진 곳을 찾아 인류가 거주하게 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테라포밍의 전도사들인 셈이다. 이 영화들의 공통된 점 하나는 가까운 미래 지구가 황폐했다는 가정이다. 지구는 다양한 이유로 더 이상 인류가 거주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이에 인류를 위해 새로운 주거 공간을 찾고자 우주로 향한다.
조성희 감독의 영화 ‘승리호’ 역시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 멀지 않은 미래 지구는 각종 환경오염으로 인류가 거주하기에 부적합하다. 제임스 설리반 회장은 UTS (Utopia above the Sky)라는 공간을 만들었다. 지구 대기권 밖에 세운 우주 주거 지구다. 지구와 거의 흡사한 환경으로 조성된 청정지역이다. 당연 이 곳은 천문학적인 돈을 낼 수 있는 극 소수의 사람들만이 거주한다. 꿈의 주거 공간이다. 극중 인물인 캡틴 장과 김태호 등은 UTS에서 배출되는 우주 쓰레기들을 수거하여 지구에 보내는 일을 하고 있다. 영화에서 그리고 있듯이 UTS는 청정 지역일지 몰라도 지구는 대기오염이 심하고 환경이 파괴되어 인류가 거주하기 힘든 곳이 되었다.
테라포밍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수많은 과학자들은 말한다. 계획은 그럴싸해도 실제 현실로 만들어 내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특히 화성을 인류가 거주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든다는 것은 현대의 과학과 기술로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왜 일부 과학자들, 사업가들, 영화 감독들은 끊임없이 이런 시도를 할까? 사실 그들은 과학을 우상으로 섬기고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과학만능주의다. 이들이 신봉하는 핵심 내용은 단순하다. “과학은 인류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라는 단순한 명제다. 이런 명제 하에 최근 인공지능, 유전자 가위, 우주산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유발 하라리는 이런 시도를 ‘호모 데우스’ 즉 신이 되고자 하는 인간으로 묘사한다. 과학이 신이 되는 셈이다. 과학으로 신을 대체하고자 하는 시도들이다. 과학으로 인류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이다.
이런 주장의 이면에는 지구 환경을 개선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 있다. 이들이 가진 확신은 지구의 에너지와 자원을 현재처럼 쓸 것이고, 더 많은 생산과 소비를 만들어 내겠다는 것이다. 물론 이들이 말하기를 지구는 환경론자들이 걱정하는 것만큼 심각하게 망가지지 않았고, 혹 환경이 망가지더라도 우리는 과학과 기술로 헤쳐나갈 수 있다고 한다. 또 지구는 자체 정화 능력이 있어서 얼마든지 오염을 정화할 수 있다고 여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따져 보아야 할 중요한 지점이 있다. 정말 지구는 자정 능력을 가지고 있을까? 오히려 다수의 과학자들은 지구가 한계 상황에 처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북극의 빙하가 상당히 녹아내렸고, 전에 발견하지 못한 수종들이 나타나고 있다. 전 세계적인 이상 기후가 나타나고 있고, 전에 없던 대형 산불이나 홍수 등이 발생하고 있다. 말 그대로 전에 없던 현상이다. 게다가 강대국들이 가진 핵미사일, 핵 실험 등은 지구 환경을 되돌릴 수 없는 상태로 만들고 있다. 물론 누군가의 말처럼 인류는 멸종할지 몰라도 지구 자체는 이런 환경을 극복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과거의 5번의 대멸종을 이겨내고 거쳐온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하나님의 사명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하나님은 우주를 창조하셨을 뿐 아니라 특별히 지구라는 행성에 생명을 창조하셨고, 인류를 특별히 창조하셨다. 그리고 우리에게 지구를 가꾸고 돌보라는 사명을 주셨다. 정복하고 다스리라는 명령은 무분별한 파괴와 오염에도 불구하고 개발하라는 뜻이 아니라 잘 관리하라는 청지기적 명령이다.
또한 우리가 믿는 성경은 소수의 특권층을 위한 제국을 건설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백성이 동등하게 살아가는 세상을 지지한다. 고대 신화들인 에누마 엘리시, 에트라하시스 등은 왕이나 사제 계급 등 소수의 특권층이 신의 아들 혹은 신의 대리인이라 주장하며 막대한 부와 권력을 누리게 하는 것을 뒷받침했지만, 창세기 1장에서 여호와 하나님은 모든 인류를 자신의 형상이라고 선언한다. 남자뿐 아니라 여자도 신의 형상이다. 놀라운 인권 선언이다. 만일 테라포밍을 추진하여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그 특권을 누가 누리겠는가? 소수의 특권층이다. 대다수의 일반인은 여전히 지구에 거주할 뿐이다. 그렇다면 테라포밍의 정신은 우리의 성경이 말하는 신학과 부합하지 않는다.
어쩌면 테라포밍은 지난 시기 세대주의자들의 철 지난 신학인 저세상 어딘가에 있는 천국을 만들겠다는 것의 현대적 선언인지도 모른다. 여기 지구는 지옥으로 변할 것이고, 저 하늘 어딘가에 천국 같은 곳을 만들겠다는(테라포밍 하겠다는) 주장이며, 이는 이원론적인 신학의 현대적 버전으로 보인다.
하지만 오늘날 재 정립된 신학은 새 하늘과 새 땅이 바로 여기, 지구라는 우리의 행성에서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새 예루살렘은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온다. 예수께서도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이 땅에서 이루어지게 해 주기를 기도하라고 가르치셨다. 새로운 신학은 테라포밍이 아니라 이 지구를 보존하고 회복함에 다름 아니다.
화성에 성조기를 꽃겠다는 선언에 환호할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 우리의 지구를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온 세계가 한목소리로 외치고 동참하고 협의해야 한다. 천국은 바로 여기에서 그리고 소수의 특권층이 아니라 다수의 하나님 나라 백성이 참여하는 곳이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