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를 통해 배우는 영적 묵상 (6)
집단적 악을 경계하라
글 | 김영웅
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교정연구단 선임연구원
과신대 정회원, 후원이사
지난 호에서 우리는 줄기세포와 암세포가 각각 그들의 이웃 세포들과 어떤 관계를 형성하는지 살펴보며 신앙적 통찰을 얻을 수 있었다. 이번 호에서는 하나의 세포 단위가 아닌 세포들이 모여 이룬 집단 차원으로 사유를 확장할 것이다. 특히 암유발 유전자가 발현되어 암세포가 되기 직전에 놓인 세포 집단과 그들의 이웃인 정상세포 집단 사이의 관계에 집중할 것이다.
이미 암세포가 되어버린 세포가 아닌 암세포가 되기 직전의 것에 집중하는 까닭은 현실적인 인간 세상에서는 전자보다 후자가 훨씬 더 많이 존재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암세포는 누가 봐도 암세포여서 클론증식을 통해 무한 자기 증식을 일삼지만, 암세포가 되기 직전의 세포는 과도기적 상태에 놓여 있다는 이유로 여전히 정상세포처럼 행세한다. 분화도 하고, 정상세포와 중첩되는 기타 여러 기능들을 여전히 담당하고 있다. 말하자면 양의 탈을 쓴 늑대 같은 존재로써 선과 악에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세포라고 이해할 수 있겠다. 겉으로 보기에는 믿음 좋아 보이는 그리스도인이지만, 실제 삶에서는 철저히 자본주의의 논리에 잠식되어 살아가는 세속적인 불신자와 하등 다를 게 없는 교인들 혹은 교회들이 이 세포 집단에 속한다고 하면 과장이 심한 걸까. 속은 시커멓지만 교회에 와서는 '거룩한' 제사랍시고 많은 물질과 화려한 제단으로 예배를 행하는 거짓 그리스도인들이 바로 그들이라고 하면 모욕적인 언행일까. 이들로부터 이단과 사이비의 냄새가 스멀스멀 나는 것 같은 느낌은 착각인 걸까.
사진: Unsplash의 National Cancer Institute
이 상태의 세포에 집중하는 또 다른 이유는 암세포로 진화하기 위한 사전작업이 일찌감치 얼마나 간교하고 폭력적이며 치밀하게 진행되는지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암세포는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나지 않는다. 어제까지만 해도 신앙 좋은 그리스도인이었다가 하룻밤 사이에 갑자기 거짓 그리스도인으로 탈바꿈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단계가 있다. 점진적인 과정을 밟으며 외부적인 요인과 내부적인 요인의 조합으로 서서히 타락해 가는 것이다.
암이 주로 생기는 일차적인 원인은 유전적이거나 환경적인 이유다. 그로 인해 돌연변이가 발생하여 암유발 유전자가 과발현 되거나 암억제 유전자의 발현이 저해된다. 그러나 그렇게 돌연변이가 생겼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탈바꿈하지는 않는다. 치명적인 암세포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텔로머라아제도 다시 합성해야 하고, p53 유전자의 발현도 제거해야 할 뿐더러, 세포자멸사로부터 보호받아야 하고, 보통은 이차, 삼차 돌연변이로 인해 다른 암유발 유전자의 과발현이나 다른 암억제 유전자의 억제가 함께 작동해야 하며, 우리 몸의 면역체계도 따돌려야 한다. 정상세포에서 암세포가 되기 위한 과정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여러 상황들을 은밀하게 극복해 가며 서서히 진화하면서 궁극의 암세포로 거듭나는 것이다.
이 글의 끝에서 독자들은 과연 누가 이 과도기적 세포 집단에 해당되는지 신앙적으로 고찰해 보길 바란다. 우리 주위에 이런 분들이 계시는지, 혹은 내가 바로 그런 공동체에 속해 있는 건 아닐지도 조용히 진단해 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6. 집단적 악
(1) 소장의 융모
한 가지 구체적인 생물학적인 사례가 이번 호 주제에 정확히 부합한다. 소장 내벽을 촘촘하게 구성하고 있는 융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소장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흡수 가능한 최소 단위로 완전히 분해하고, 탄수화물로부터 포도당을, 단백질로부터 아미노산을, 지방으로부터 지방산을 90퍼센트 이상 체내로 흡수한다. 또한 음식물과 소화액에 포함된 수분의 대부분을 흡수한다. 소장 내벽은 평평하지 않다. 수많은 주름과 손가락 모양의 융모로 덮여 있다. 이 구조는 소장의 표면적을 넓게 하여 소장을 지나가는 영양소를 놓치지 않고 빠르고 효율적으로 흡수할 수 있도록 만드는 핵심 역할을 한다.
사진: 소장의 현미경 사진 (wiki)
융모의 바깥쪽, 그러니까 입과 식도와 위를 통과하며 분해된 영양소들과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부분은 최종분화된 세포로 이뤄져 있다. 반면 정반대 쪽이라 할 수 있는, 그러니까 융모의 가장 안쪽이자 아래쪽에는 융모의 모든 세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소장 줄기세포가 존재한다. 융모는 소장벽을 이루는 기본 단위다. 각 융모는 여러 가지 세포로 구성된다. 이 모든 세포들이 가장 아래쪽에 위치한 줄기세포로부터 만들어진다. 아래에서 위로, 줄기세포로부터 분열되고 분화한 세포들이 계속 만들어지면서 올라온다. 그 결과 자연스레 가장 위에 위치한 세포들은 피부 세포의 가장 바깥쪽 각질 세포들처럼 탈락하게 되고 그 자리는 새로운 세포들로 대체된다. 이렇게 하나의 융모가 새로운 세포들로 대체되는 데 필요한 시간은 사람의 경우 3-5일 정도라고 한다.
자, 이제 기본적인 소장의 구조와 융모가 무엇인지 알았으니, 생쥐 모델을 이용한 실험 한 가지를 소개하겠다. 몇 년 전이다. 현재 내가 근무하고 있는 직장의 단장이 실행했던 실험이다. 그는 유전학 기법 중 현재 가장 잘 알려진 유전자가위 방식을 동원하여 소장과 대장의 상피세포들만 특이적으로 네 가지 형광색을 띠도록 조작했다. 이를 편의상 파랑, 노랑, 초록, 빨강이라고 하자. 네 가지 색은 무작위적으로 결정된다. 그래서 네 가지 중 하나의 색을 띤 세포가 나오게 될 확률은 약 25퍼센트로 같다. 100개의 상피세포가 색을 띠게 되었다면, 각 색의 세포는 평균 25개 정도로 존재한다는 말이다.
시스템이 잘 작동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그는 빨강 세포에만 암유발 유전자인 KRAS가 과발현 되게 만들었다. 그리고 시간의 경과에 따라 추적 관찰을 진행했다. 예상은 했었지만, 결과는 놀라웠다. 초기에는 빨강 세포 수가 다른 세 가지 색의 세포 수와 비슷하게 관찰되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우세해졌던 것이다. 나중엔 색을 띤 거의 모든 소장세포들이 빨강 세포로 도배되는 결과를 관찰할 수 있었다. 암유발 유전자의 과발현으로 인해 과증식(Hyperplasia)이 일어난 결과였다. 아직 암이라고 할 수는 없는 상태였지만 암 바로 전 단계에 속하는 양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2) 빨강 융모의 정체성
이 추적 관찰 결과에서 우리가 초점을 맞출 부분은 빨강 세포의 과증식 결과가 아니라 그렇게 되어가는 과정 중 빨간 세포가 저지른 소행이다. 빨강 세포 수가 점점 많아지는 양상과 함께 파랑, 노랑, 초록 세포들의 절대적인 수는 점차 줄어들었다. 다시 말해, 다른 세포들의 수가 일정하게 유지되면서 빨강 세포 수만 늘어난 게 아니라, 빨강 세포 수가 늘어나면서 다른 세 가지 세포들의 수를 대폭 감소시켰다는 말이다. 암유발 유전자가 과발현 된 빨강 세포는 스스로만 세포 분열을 과도하게 진행시킨 것뿐만이 아니라 다른 정상세포들의 성장을 능동적으로 저해한 것으로 관찰되었다. 시간이 더 많이 흐른 뒤 확인해 보니 빨강이 아닌 다른 색의 세포들은 거의 종적을 감출 정도로 줄어들어 있었다.
빨강 세포는 다른 세포들과 소통도 하지 않고 스스로를 소외시킨 채 자기만 더 잘 먹고 잘 살겠다는 의지를 관철하는 듯 자기 몸집만 불리는 단순히 이기적인 존재에 그치지 않았다. 빨강 세포는 주위에 존재하는 모든 정상세포들의 성장을 저해하고 차단시켜서 결국 씨를 말리는 만행을 저질렀다. 자기만 챙기는 이기적인 정체성만이 아닌 타자에게 직접적이고 치명적인 해를 입히는 악한 정체성까지 발현하는 존재였던 것이다.
사진: Unsplash의 National Cancer Institute
(3) 빨강 세포의 행동양식
그렇다면 빨강 세포들은 주위의 다른 정상세포들의 성장을 어떤 방식으로 저해할 수 있었을까?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하여 연구를 진행한 결과 두 가지 기전을 찾아냈다. 하나는 정상 융모 아래쪽에 위치한 줄기세포가 계속해서 세포분열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영양분 공급을 중간에서 차단하는 방식이었다. 그 영양분은 모든 융모의 줄기세포 바로 옆에 있는 세포와 바로 주위에 위치한 세포들로부터 분비되어 줄기세포로 전달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런데 빨강 융모 세포들은 그 영양분이 정상 융모의 줄기세포에 도달하기 전에 먼저 낚아챌 수 있는 물질을 분비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 결과 정상 융모 줄기세포들은 영양분의 고갈로 인해 세포 분열을 할 수 없는 상태로 빠져버렸던 것이다.
다른 하나는 빨강 세포들이 정상 융모 줄기세포가 세포 분열 대신 분화만 하도록 유도하는 물질을 과도하게 분비하는 방식이었다. 원래 줄기세포는 세포 분열과 분화를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있게 담당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가장 미성숙한 세포라고 할 수 있는 줄기세포가 분열을 하면 중간 단계의 미성숙 세포가 만들어지고, 이 세포들이 다시 순차적으로 분열과 분화를 하며 최종분화된 세포를 만들어내는 시스템인 것이다 (이전 호에서 언급했던 피라미드 시스템을 떠올리면 된다). 그런데 빨강 세포들이 분비한 분화 유도 물질은 정상 줄기세포에게 직접적으로 작용하여 더 이상 세포 분열 대신 분화만 하도록, 그래서 조화로운 피라미드 시스템이 파괴되도록, 결과적으로 피라미드의 붕괴와 함께 더 이상 줄기세포가 기능을 할 수 없는 상황을 초래했던 것이다. 이를 줄기세포의 불멸성을 제거해 버린 상황으로 이해해도 무방하겠다.
이 두 가지 행동양식은 모두 줄기세포가 줄기세포답지 못하도록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줄기세포의 가장 큰 특징은 자기 복제능력과 다분화 능력이라 했다. 빨강 세포들은 이 두 능력을 모두 말살시키는 방향으로 은밀히 일을 해왔던 것이다. 줄기세포의 줄기세포다움, 즉 줄기세포의 정체성을 지울 뿐 아니라 결국 죽음에 이르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4) 그리스도인과 교회의 정체성
요약하자면, 아직 암세포는 아니지만 암세포로 점점 진행 중인 세포 집단은 주위에 있는 정상세포 집단에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그리고 은밀하게 폭력을 행사했다. 그 폭력은 정상세포 집단의 씨를 말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두 가지 기전이 있었다. 하나는 정상 줄기세포의 세포 분열 능력 저해, 다른 하나는 정상 줄기세포의 과도한 분화 유도였다. 이 두 가지는 모두 정상 줄기세포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무한 자기 증식, 즉 불멸성을 앗아가는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정상 세포 집단을 참 그리스도인들 혹은 교회라고 가정한다면, 빨강 세포 집단은 이들의 정체성을 앗아가서 존재 자체를 지우는 자들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은 단순히 교회에 다니는 사람에 그치지 않는다. 그리스도이신 예수를 믿음으로 인해 영적인 신분이 바뀌어 하나님의 자녀로 입양된 존재이며, 삶의 목적도 변화되어 예수의 가르침을 따라 내주 하시는 성령의 인도를 받으며 세상 속에 있지만 세상과는 구별된 존재, 즉 빛과 소금으로 하나님 나라를 살아 내는 존재다. 그리고 교회의 정체성은 그런 그리스도인들이 모인 공동체로써 단순히 예배하는 건물에 머물지 않고 헬라어 ‘에클레시아’가 말해주듯 ‘세상으로부터 불러냄을 받은 자들의 모임’이다. 그리스도이신 예수를 머리로 둔 몸이며, 그 몸을 구성하는 각 지체들이 바로 그리스도인들이다. 지체가 서로 연합하듯 교회를 이루는 그리스도인들은 서로 사랑하며 하나님 나라가 구현된 공동체를 이루어야 한다.
사진: Unsplash의 Edwin Andrade
(5) 교회 밖 빨강 세포들: 이단과 사이비
그리스도인과 교회의 정체성을 흐리게 만들고 제거하기까지 하는 집단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단과 사이비가 가장 대표적이지 않을까.
이단은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하나님의 자녀, 예수의 제자’를 왜곡시킨다. 대신 교주를 내세워 그 자리에 앉힌다. 마치 그 교주가 구원자라도 되는 것처럼 자기들만의 교리를 만들어 유혹한다. 그리스도인들을 예수의 손에서 교주의 손으로 옮겨 심는 역할을 은밀히 행하는 것이다. 또한 구원의 조건, 즉 오직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받는다는 말씀을 왜곡시켜서 마치 어떤 특정한 조건을 충족시켜야 구원받을 수 있는 것처럼 속인다. 그리스도인들 내면에 있는 내밀한 죄책감과 불안감을 조종하고 이용하면서 말이다.
이단은 그리스도의 피로 산 우주적이고 공교회적인 정체성을 부정한다. 마치 자신들의 집단만 진짜 교회인 것처럼, 마치 타 교회는 모두 가짜이며 무너뜨려야 할 대상으로 규정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정체를 숨기고 은밀하게 교회 안으로 침투하여 그리스도인들 간의 불신과 균열을 조장하고 공동체를 분열시킨다.
이러한 이단의 행동 패턴을 보면 위에서 언급한 빨간 융모를 이루는 빨강 세포들과 놀랍도록 비슷하게 보인다. 가장 큰 공통점은 자기들만의 번영을 도모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타 집단의 번영을 적극적으로 저지한다는 데에 있다. 배타적인 집단 이기주의에 더하여 타 공동체를 분열시키고 파괴시키는 집단인 것이다. 이를 '악'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달리 표현할 방법이 있을까.
(6) 교회 내 빨강 세포들
빨강 세포들은 처음부터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 정상세포들과 함께 자라며, 언뜻 보기엔 다른 색의 세포들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서서히 밝혀진 진실은, 자기 증식에만 몰두한 이기심이 아니었다. 이웃의 생명줄을 조용히 끊어내는 폭력성, 그것이 빨강 세포의 진짜 얼굴이었다. 이단과 사이비도 다르지 않다. 처음엔 신앙의 언어로, 교회의 얼굴로 우리 곁으로 다가온다. 함께 기도하고, 함께 찬양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자신들의 교세 확장에 그치지 않는다. 참된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뿌리째 뽑아내는 일, 이것이 그들의 진짜 목적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보자. 빨간 세포들은 이단과 사이비에 국한되지 않는다. 어쩌면 소장 안에서 벌어지는 이 조용하고 잔혹한 일들은 지금 이 순간 우리 눈앞에서, 그것도 교회 안에서 똑같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른다. 빨강 세포들의 집단적인 악행은 영양분 차단과 강제 분화 유도였다는 걸 기억한다면, 교회 안에서도 빨강 세포들과 비슷한 부류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두 부류다. 하나는 자원과 기회를 독점하는 목회자와 교회 리더들이다. 교회의 재정, 직분, 설교, 사역의 기회를 소수가 독점하고 후배 사역자나 평신도의 성장 통로를 가로막는 경우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은사와 잠재력을 발견하고 쓰임 받을 수 있도록 적극 도와야 할 입장에 있으면서도 오히려 견제하고 표면적으로는 아직 준비가 안 됐다거나 덜 됐다는 명분을 대며 자기 입지만 지키는 이들은 교회 안에 버젓이 존재하는 빨강 세포 집단과 그리 다르지 않아 보인다.
나머지 하나는 그리스도인들을 스스로 성장하고 판단하고 지도자로 성장해가지 못하게 막는 목회자와 교회 리더들이다. 이들은 빨강 세포들이 정상 줄기세포에게 분열을 못 하고 분화만 강요해 결국 무기력하게 만들어버린 것처럼, 순종과 겸손이라는 이름으로 의심과 질문을 억누르고 평생 누군가에게 의존적인 신앙인으로 머물게 만든다. 사람을 세워주는 게 아니라 계속 미성숙한 상태로 붙잡아 두어 노예화시키는 경우가 되겠다. 이것은 영적인 학대에 해당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사진: Unsplash의 Pedro Lima
(7) 점검하고 깨어있기
이 글을 읽는 모든 이에게 묻고 싶다. 내가 속한 공동체는, 그리고 나 자신은 과연 어느 색의 세포에 해당되는지 진지하게 점검해 보자. 겉모습만으로는 단번에 알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빨강 세포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정체를 드러냈던 것처럼, 뱉은 말과 드러난 행실로 증명이 될 것이다. 이것들을 놓치지 않고 알아채는 유일한 방법은 성령의 도우심을 간구하는 것이다. 빨강 세포는 언제 어디서든 생겨날 수 있고 침투할 수 있다. 성령의 능력으로 늘 깨어 있는 그리스도인이 되어야 할 이유다.
"근신하라 깨어라 너희 대적 마귀가 우는 사자 같이 두루 다니며 삼킬 자를 찾나니" (베드로전서 5장 8절)
세포를 통해 배우는 영적 묵상 (6)
집단적 악을 경계하라
글 | 김영웅
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교정연구단 선임연구원
과신대 정회원, 후원이사
지난 호에서 우리는 줄기세포와 암세포가 각각 그들의 이웃 세포들과 어떤 관계를 형성하는지 살펴보며 신앙적 통찰을 얻을 수 있었다. 이번 호에서는 하나의 세포 단위가 아닌 세포들이 모여 이룬 집단 차원으로 사유를 확장할 것이다. 특히 암유발 유전자가 발현되어 암세포가 되기 직전에 놓인 세포 집단과 그들의 이웃인 정상세포 집단 사이의 관계에 집중할 것이다.
이미 암세포가 되어버린 세포가 아닌 암세포가 되기 직전의 것에 집중하는 까닭은 현실적인 인간 세상에서는 전자보다 후자가 훨씬 더 많이 존재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암세포는 누가 봐도 암세포여서 클론증식을 통해 무한 자기 증식을 일삼지만, 암세포가 되기 직전의 세포는 과도기적 상태에 놓여 있다는 이유로 여전히 정상세포처럼 행세한다. 분화도 하고, 정상세포와 중첩되는 기타 여러 기능들을 여전히 담당하고 있다. 말하자면 양의 탈을 쓴 늑대 같은 존재로써 선과 악에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세포라고 이해할 수 있겠다. 겉으로 보기에는 믿음 좋아 보이는 그리스도인이지만, 실제 삶에서는 철저히 자본주의의 논리에 잠식되어 살아가는 세속적인 불신자와 하등 다를 게 없는 교인들 혹은 교회들이 이 세포 집단에 속한다고 하면 과장이 심한 걸까. 속은 시커멓지만 교회에 와서는 '거룩한' 제사랍시고 많은 물질과 화려한 제단으로 예배를 행하는 거짓 그리스도인들이 바로 그들이라고 하면 모욕적인 언행일까. 이들로부터 이단과 사이비의 냄새가 스멀스멀 나는 것 같은 느낌은 착각인 걸까.
이 상태의 세포에 집중하는 또 다른 이유는 암세포로 진화하기 위한 사전작업이 일찌감치 얼마나 간교하고 폭력적이며 치밀하게 진행되는지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암세포는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나지 않는다. 어제까지만 해도 신앙 좋은 그리스도인이었다가 하룻밤 사이에 갑자기 거짓 그리스도인으로 탈바꿈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단계가 있다. 점진적인 과정을 밟으며 외부적인 요인과 내부적인 요인의 조합으로 서서히 타락해 가는 것이다.
암이 주로 생기는 일차적인 원인은 유전적이거나 환경적인 이유다. 그로 인해 돌연변이가 발생하여 암유발 유전자가 과발현 되거나 암억제 유전자의 발현이 저해된다. 그러나 그렇게 돌연변이가 생겼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탈바꿈하지는 않는다. 치명적인 암세포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텔로머라아제도 다시 합성해야 하고, p53 유전자의 발현도 제거해야 할 뿐더러, 세포자멸사로부터 보호받아야 하고, 보통은 이차, 삼차 돌연변이로 인해 다른 암유발 유전자의 과발현이나 다른 암억제 유전자의 억제가 함께 작동해야 하며, 우리 몸의 면역체계도 따돌려야 한다. 정상세포에서 암세포가 되기 위한 과정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여러 상황들을 은밀하게 극복해 가며 서서히 진화하면서 궁극의 암세포로 거듭나는 것이다.
이 글의 끝에서 독자들은 과연 누가 이 과도기적 세포 집단에 해당되는지 신앙적으로 고찰해 보길 바란다. 우리 주위에 이런 분들이 계시는지, 혹은 내가 바로 그런 공동체에 속해 있는 건 아닐지도 조용히 진단해 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6. 집단적 악
(1) 소장의 융모
한 가지 구체적인 생물학적인 사례가 이번 호 주제에 정확히 부합한다. 소장 내벽을 촘촘하게 구성하고 있는 융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소장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흡수 가능한 최소 단위로 완전히 분해하고, 탄수화물로부터 포도당을, 단백질로부터 아미노산을, 지방으로부터 지방산을 90퍼센트 이상 체내로 흡수한다. 또한 음식물과 소화액에 포함된 수분의 대부분을 흡수한다. 소장 내벽은 평평하지 않다. 수많은 주름과 손가락 모양의 융모로 덮여 있다. 이 구조는 소장의 표면적을 넓게 하여 소장을 지나가는 영양소를 놓치지 않고 빠르고 효율적으로 흡수할 수 있도록 만드는 핵심 역할을 한다.
융모의 바깥쪽, 그러니까 입과 식도와 위를 통과하며 분해된 영양소들과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부분은 최종분화된 세포로 이뤄져 있다. 반면 정반대 쪽이라 할 수 있는, 그러니까 융모의 가장 안쪽이자 아래쪽에는 융모의 모든 세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소장 줄기세포가 존재한다. 융모는 소장벽을 이루는 기본 단위다. 각 융모는 여러 가지 세포로 구성된다. 이 모든 세포들이 가장 아래쪽에 위치한 줄기세포로부터 만들어진다. 아래에서 위로, 줄기세포로부터 분열되고 분화한 세포들이 계속 만들어지면서 올라온다. 그 결과 자연스레 가장 위에 위치한 세포들은 피부 세포의 가장 바깥쪽 각질 세포들처럼 탈락하게 되고 그 자리는 새로운 세포들로 대체된다. 이렇게 하나의 융모가 새로운 세포들로 대체되는 데 필요한 시간은 사람의 경우 3-5일 정도라고 한다.
자, 이제 기본적인 소장의 구조와 융모가 무엇인지 알았으니, 생쥐 모델을 이용한 실험 한 가지를 소개하겠다. 몇 년 전이다. 현재 내가 근무하고 있는 직장의 단장이 실행했던 실험이다. 그는 유전학 기법 중 현재 가장 잘 알려진 유전자가위 방식을 동원하여 소장과 대장의 상피세포들만 특이적으로 네 가지 형광색을 띠도록 조작했다. 이를 편의상 파랑, 노랑, 초록, 빨강이라고 하자. 네 가지 색은 무작위적으로 결정된다. 그래서 네 가지 중 하나의 색을 띤 세포가 나오게 될 확률은 약 25퍼센트로 같다. 100개의 상피세포가 색을 띠게 되었다면, 각 색의 세포는 평균 25개 정도로 존재한다는 말이다.
시스템이 잘 작동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그는 빨강 세포에만 암유발 유전자인 KRAS가 과발현 되게 만들었다. 그리고 시간의 경과에 따라 추적 관찰을 진행했다. 예상은 했었지만, 결과는 놀라웠다. 초기에는 빨강 세포 수가 다른 세 가지 색의 세포 수와 비슷하게 관찰되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우세해졌던 것이다. 나중엔 색을 띤 거의 모든 소장세포들이 빨강 세포로 도배되는 결과를 관찰할 수 있었다. 암유발 유전자의 과발현으로 인해 과증식(Hyperplasia)이 일어난 결과였다. 아직 암이라고 할 수는 없는 상태였지만 암 바로 전 단계에 속하는 양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2) 빨강 융모의 정체성
이 추적 관찰 결과에서 우리가 초점을 맞출 부분은 빨강 세포의 과증식 결과가 아니라 그렇게 되어가는 과정 중 빨간 세포가 저지른 소행이다. 빨강 세포 수가 점점 많아지는 양상과 함께 파랑, 노랑, 초록 세포들의 절대적인 수는 점차 줄어들었다. 다시 말해, 다른 세포들의 수가 일정하게 유지되면서 빨강 세포 수만 늘어난 게 아니라, 빨강 세포 수가 늘어나면서 다른 세 가지 세포들의 수를 대폭 감소시켰다는 말이다. 암유발 유전자가 과발현 된 빨강 세포는 스스로만 세포 분열을 과도하게 진행시킨 것뿐만이 아니라 다른 정상세포들의 성장을 능동적으로 저해한 것으로 관찰되었다. 시간이 더 많이 흐른 뒤 확인해 보니 빨강이 아닌 다른 색의 세포들은 거의 종적을 감출 정도로 줄어들어 있었다.
빨강 세포는 다른 세포들과 소통도 하지 않고 스스로를 소외시킨 채 자기만 더 잘 먹고 잘 살겠다는 의지를 관철하는 듯 자기 몸집만 불리는 단순히 이기적인 존재에 그치지 않았다. 빨강 세포는 주위에 존재하는 모든 정상세포들의 성장을 저해하고 차단시켜서 결국 씨를 말리는 만행을 저질렀다. 자기만 챙기는 이기적인 정체성만이 아닌 타자에게 직접적이고 치명적인 해를 입히는 악한 정체성까지 발현하는 존재였던 것이다.
(3) 빨강 세포의 행동양식
그렇다면 빨강 세포들은 주위의 다른 정상세포들의 성장을 어떤 방식으로 저해할 수 있었을까?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하여 연구를 진행한 결과 두 가지 기전을 찾아냈다. 하나는 정상 융모 아래쪽에 위치한 줄기세포가 계속해서 세포분열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영양분 공급을 중간에서 차단하는 방식이었다. 그 영양분은 모든 융모의 줄기세포 바로 옆에 있는 세포와 바로 주위에 위치한 세포들로부터 분비되어 줄기세포로 전달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런데 빨강 융모 세포들은 그 영양분이 정상 융모의 줄기세포에 도달하기 전에 먼저 낚아챌 수 있는 물질을 분비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 결과 정상 융모 줄기세포들은 영양분의 고갈로 인해 세포 분열을 할 수 없는 상태로 빠져버렸던 것이다.
다른 하나는 빨강 세포들이 정상 융모 줄기세포가 세포 분열 대신 분화만 하도록 유도하는 물질을 과도하게 분비하는 방식이었다. 원래 줄기세포는 세포 분열과 분화를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있게 담당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가장 미성숙한 세포라고 할 수 있는 줄기세포가 분열을 하면 중간 단계의 미성숙 세포가 만들어지고, 이 세포들이 다시 순차적으로 분열과 분화를 하며 최종분화된 세포를 만들어내는 시스템인 것이다 (이전 호에서 언급했던 피라미드 시스템을 떠올리면 된다). 그런데 빨강 세포들이 분비한 분화 유도 물질은 정상 줄기세포에게 직접적으로 작용하여 더 이상 세포 분열 대신 분화만 하도록, 그래서 조화로운 피라미드 시스템이 파괴되도록, 결과적으로 피라미드의 붕괴와 함께 더 이상 줄기세포가 기능을 할 수 없는 상황을 초래했던 것이다. 이를 줄기세포의 불멸성을 제거해 버린 상황으로 이해해도 무방하겠다.
이 두 가지 행동양식은 모두 줄기세포가 줄기세포답지 못하도록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줄기세포의 가장 큰 특징은 자기 복제능력과 다분화 능력이라 했다. 빨강 세포들은 이 두 능력을 모두 말살시키는 방향으로 은밀히 일을 해왔던 것이다. 줄기세포의 줄기세포다움, 즉 줄기세포의 정체성을 지울 뿐 아니라 결국 죽음에 이르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4) 그리스도인과 교회의 정체성
요약하자면, 아직 암세포는 아니지만 암세포로 점점 진행 중인 세포 집단은 주위에 있는 정상세포 집단에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그리고 은밀하게 폭력을 행사했다. 그 폭력은 정상세포 집단의 씨를 말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두 가지 기전이 있었다. 하나는 정상 줄기세포의 세포 분열 능력 저해, 다른 하나는 정상 줄기세포의 과도한 분화 유도였다. 이 두 가지는 모두 정상 줄기세포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무한 자기 증식, 즉 불멸성을 앗아가는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정상 세포 집단을 참 그리스도인들 혹은 교회라고 가정한다면, 빨강 세포 집단은 이들의 정체성을 앗아가서 존재 자체를 지우는 자들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은 단순히 교회에 다니는 사람에 그치지 않는다. 그리스도이신 예수를 믿음으로 인해 영적인 신분이 바뀌어 하나님의 자녀로 입양된 존재이며, 삶의 목적도 변화되어 예수의 가르침을 따라 내주 하시는 성령의 인도를 받으며 세상 속에 있지만 세상과는 구별된 존재, 즉 빛과 소금으로 하나님 나라를 살아 내는 존재다. 그리고 교회의 정체성은 그런 그리스도인들이 모인 공동체로써 단순히 예배하는 건물에 머물지 않고 헬라어 ‘에클레시아’가 말해주듯 ‘세상으로부터 불러냄을 받은 자들의 모임’이다. 그리스도이신 예수를 머리로 둔 몸이며, 그 몸을 구성하는 각 지체들이 바로 그리스도인들이다. 지체가 서로 연합하듯 교회를 이루는 그리스도인들은 서로 사랑하며 하나님 나라가 구현된 공동체를 이루어야 한다.
(5) 교회 밖 빨강 세포들: 이단과 사이비
그리스도인과 교회의 정체성을 흐리게 만들고 제거하기까지 하는 집단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단과 사이비가 가장 대표적이지 않을까.
이단은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하나님의 자녀, 예수의 제자’를 왜곡시킨다. 대신 교주를 내세워 그 자리에 앉힌다. 마치 그 교주가 구원자라도 되는 것처럼 자기들만의 교리를 만들어 유혹한다. 그리스도인들을 예수의 손에서 교주의 손으로 옮겨 심는 역할을 은밀히 행하는 것이다. 또한 구원의 조건, 즉 오직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받는다는 말씀을 왜곡시켜서 마치 어떤 특정한 조건을 충족시켜야 구원받을 수 있는 것처럼 속인다. 그리스도인들 내면에 있는 내밀한 죄책감과 불안감을 조종하고 이용하면서 말이다.
이단은 그리스도의 피로 산 우주적이고 공교회적인 정체성을 부정한다. 마치 자신들의 집단만 진짜 교회인 것처럼, 마치 타 교회는 모두 가짜이며 무너뜨려야 할 대상으로 규정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정체를 숨기고 은밀하게 교회 안으로 침투하여 그리스도인들 간의 불신과 균열을 조장하고 공동체를 분열시킨다.
이러한 이단의 행동 패턴을 보면 위에서 언급한 빨간 융모를 이루는 빨강 세포들과 놀랍도록 비슷하게 보인다. 가장 큰 공통점은 자기들만의 번영을 도모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타 집단의 번영을 적극적으로 저지한다는 데에 있다. 배타적인 집단 이기주의에 더하여 타 공동체를 분열시키고 파괴시키는 집단인 것이다. 이를 '악'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달리 표현할 방법이 있을까.
(6) 교회 내 빨강 세포들
빨강 세포들은 처음부터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 정상세포들과 함께 자라며, 언뜻 보기엔 다른 색의 세포들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서서히 밝혀진 진실은, 자기 증식에만 몰두한 이기심이 아니었다. 이웃의 생명줄을 조용히 끊어내는 폭력성, 그것이 빨강 세포의 진짜 얼굴이었다. 이단과 사이비도 다르지 않다. 처음엔 신앙의 언어로, 교회의 얼굴로 우리 곁으로 다가온다. 함께 기도하고, 함께 찬양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자신들의 교세 확장에 그치지 않는다. 참된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뿌리째 뽑아내는 일, 이것이 그들의 진짜 목적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보자. 빨간 세포들은 이단과 사이비에 국한되지 않는다. 어쩌면 소장 안에서 벌어지는 이 조용하고 잔혹한 일들은 지금 이 순간 우리 눈앞에서, 그것도 교회 안에서 똑같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른다. 빨강 세포들의 집단적인 악행은 영양분 차단과 강제 분화 유도였다는 걸 기억한다면, 교회 안에서도 빨강 세포들과 비슷한 부류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두 부류다. 하나는 자원과 기회를 독점하는 목회자와 교회 리더들이다. 교회의 재정, 직분, 설교, 사역의 기회를 소수가 독점하고 후배 사역자나 평신도의 성장 통로를 가로막는 경우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은사와 잠재력을 발견하고 쓰임 받을 수 있도록 적극 도와야 할 입장에 있으면서도 오히려 견제하고 표면적으로는 아직 준비가 안 됐다거나 덜 됐다는 명분을 대며 자기 입지만 지키는 이들은 교회 안에 버젓이 존재하는 빨강 세포 집단과 그리 다르지 않아 보인다.
나머지 하나는 그리스도인들을 스스로 성장하고 판단하고 지도자로 성장해가지 못하게 막는 목회자와 교회 리더들이다. 이들은 빨강 세포들이 정상 줄기세포에게 분열을 못 하고 분화만 강요해 결국 무기력하게 만들어버린 것처럼, 순종과 겸손이라는 이름으로 의심과 질문을 억누르고 평생 누군가에게 의존적인 신앙인으로 머물게 만든다. 사람을 세워주는 게 아니라 계속 미성숙한 상태로 붙잡아 두어 노예화시키는 경우가 되겠다. 이것은 영적인 학대에 해당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사진: Unsplash의 Pedro Lima
(7) 점검하고 깨어있기
이 글을 읽는 모든 이에게 묻고 싶다. 내가 속한 공동체는, 그리고 나 자신은 과연 어느 색의 세포에 해당되는지 진지하게 점검해 보자. 겉모습만으로는 단번에 알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빨강 세포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정체를 드러냈던 것처럼, 뱉은 말과 드러난 행실로 증명이 될 것이다. 이것들을 놓치지 않고 알아채는 유일한 방법은 성령의 도우심을 간구하는 것이다. 빨강 세포는 언제 어디서든 생겨날 수 있고 침투할 수 있다. 성령의 능력으로 늘 깨어 있는 그리스도인이 되어야 할 이유다.
"근신하라 깨어라 너희 대적 마귀가 우는 사자 같이 두루 다니며 삼킬 자를 찾나니" (베드로전서 5장 8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