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 있는 질문 (Bing Bong)

과학과 신학의 대화
2024-04-12
조회수 271

남아 있는 질문


글ㅣBing Bong
기초과정 수강자


안녕하세요. 저는 작은 개척 교회에서 자라온 모태신앙인이자 생명공학을 전공한 기초과정 수강생입니다. 지금은 생명체와 관련된 데이터를 컴퓨터로 연구, 개발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크리스천이라면 꼭 마주치는 질문이 있습니다. 바로 창조론과 진화론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 이슈에 대해서 사람들은 크게 4가지 입장 중 하나에 설 수 있습니다. 


창조론이 맞고 진화론이 틀렸다. 
창조론이 틀렸고 진화론이 맞다.
창조론도 맞고 진화론도 맞다.
창조론도 틀렸고 진화론도 틀렸다.


저는 이 선택지에 없는 5번째 입장에 섰습니다. ‘모르겠다’ 엄밀히 말하자면 3번 입장에 가깝습니다. 저는 제가 만난 하나님의 말씀이 사실이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학교와 직장에서 보고 배우고 듣고 경험한 것들도 사실이라고 믿습니다. 그런데 두 입장이 서로 충돌하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어느 쪽이 맞다고 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모르겠다’라는 입장으로 살아왔습니다. 적어도 제가 접한 증거나 이해가 부족할 땐 모른다는 입장이 가장 타당한 결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Kenny Eliason, Unsplash


이런 애매모호함을 해결해 보고자 학교 다닐 때는 창조 과학에 관한 교양 수업도 수강했고, 제 기억으론 굉장히 재밌게 듣고 학점도 잘 받았었습니다. 그래서 아직 과학적으로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있지만 창조론이 맞고 그것을 밝혀낼 과학적 증거나 이론이 부족한 것으로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그 뒤로 10년 이상 과학을 공부하고 업계에서 일하다 보니 또 다른 의문이 생겼습니다. 우리가 세상의 원리를 알아가기 위해 사용한 과학이라는 방법은 정말 신중하고 타당한 방법입니다.


혹여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올 때마다 기존에 알려진 사실들이 틀린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틀린 게 아니라 더 사실에 가까워지는 과정입니다. 때로는 믿고 싶어지는 결과에 집중하거나, 다른 이해관계에 엮여서 사실에서 멀어질 때도 있지만 과학은 끊임없는 자기 검열을 하며 사실에 가까워집니다. 

과학이야말로 무지한 인간들이 하나님께서 만드신 섭리를 신중하면서 객관적으로 이해하게 만듭니다.


저는 더 이상 과학을 부정할 수 없었고, 저의 신앙도 부정할 수 없었습니다. 교회에서 창조과학의 주장이 선포될 때마다 하나님께서 만드신 세상을 부정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그리고 이제 첫째 아이가 학교를 가게 되고 이 문제에 대한 가이드를 해줘야 할 때가 오자 이 문제를 더 피하지 않고 마주하여 크리스천으로서 그리고 과학을 업으로 삼는 사람으로서 이 문제를 좀 더 잘 고민해 보고 하나님께서 보시기에 좋은 방향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이 과정을 수강하게 되었습니다.


@Aaron Burden, Unsplash


과신대 기초과정은 이런 문제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는 사람에게 좋은 가이드가 됩니다. 문제 풀이의 시작은 개념의 정의와 관계를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1~4강까지는 '과학과 신학이 무엇인가? 과학의 범위와 신학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5~8강까지는 이 개념들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의견들과 우리가 어떤 고민을 해야 하는지 안내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창조에 대한 과학적인 답이나 신학적인 답을 얻을 수 없습니다. 과학은 현재 관찰되는 현상과 법칙을 바탕으로 가장 타당한 이론을 제시하지만 재현하거나 증명하지 못합니다. 신학은 왜 창조했는지 해석하지만 어떻게 창조했는지에 대해 설명하거나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과학을 통해 하나님께서 얼마나 위대한 일을 하셨는지, 그리고 신학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나의 신념과 만족을 위해서 있는 사실을 짜 맞추거나 취사선택해선 안 됩니다. 잘 모르는 것을 일부만 가지고 폄하해서도 안 됩니다. 이미 밝혀진 사실도 의심해야 합니다. 아마도 우리는 창조의 비밀을 영원히 밝힐 수 없을 겁니다. 어린아이가 자기가 어떻게 태어났는지 그 과정을 몰라도 엄마와 아빠의 사랑을 느끼는 것처럼, 창조의 비밀은 너무나도 신비로운 인간의 원초적인 질문이지만 그 답을 알고 모르는 것이 하나님을 사랑하는 데 방해되지 않습니다.


아직 저에게는 많은 질문과 두려움이 남아 있습니다. 내가 마음대로 성경의 범위와 권위를 한정하는 것은 아닐까? 내가 너무 과학의 가능성을 과대평가한 것은 아닐까? 적어도 이 과정을 통해서 저는 앞으로 어떤 고민해야 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여정이 단지 저의 흥미와 관심을 만족하기 위한 걸음이 아니길 바랍니다. 하나님께서 저의 걸음을 이끌어 주시고 이런 고민을 통해 하나님께 더 큰 영광을 돌릴 수 있는 길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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