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가 빠진 기후위기 영화들 (김양현)

과학과 신학의 대화
2024-07-15
조회수 338

 기후위기가 빠진 기후위기 영화들


글ㅣ김양현
과신뷰 편집팀장
기독인문연구소 시시당 대표


매드맥스' 퓨리오사 과거 공개…프리퀄 '퓨리오사' 2024년 개봉 확정 | 서울경제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2024) 

감독 : 조지 밀러 / 출연 : 안야 테일러 조이, 크리스 햄스워스, 톰 버크


 최근 개봉작인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는 멀지 않은 미래 인류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핵전쟁으로 인해 지구는 대부분 황폐화되었다. 인류가 거주할 수 있는 곳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대부분이 사막으로 변했다. 작물을 재배할 수 없고 물을 구할 수도 없다. 대부분의 인류는 핵전쟁으로 인해 사망했고, 겨우 살아남은 인류는 식량이 없어 굶어 죽는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크족을 이끄는 디멘투스는 권력을 쥐고 있다. 얼마 남지 않은 거주지에 모여 살면서 호시탐탐 물과 식량을 노린다. 

 주인공 퓨리오사는 마지막 남은 풍요의 땅 출신이다. 평화를 사랑하는 작은 공동체가 살아가는 이 곳은 미지의 땅이자 인류의 희망이다. 물론  디멘투스의 영향권 밖에 존재한다. 그러던 어느 날 디멘투스의 부하들이 이 접견지역에 출몰했고, 위험을 알리던 퓨리오사는 납치 당한다. 이 후 영화는 퓨리오사가 황폐한 땅에서 황폐한 인간들 사이에서 살아남은 이야기다. 

 

워터 월드(1995) 영화 '워터 월드', 엄청난 제작비로 눈길... "역대 가장 저평가된 영화 중 하나" < 컬처 < 문화 < 기사본문 - 한스경제
감독 : 케빈 레이놀즈 / 출연 : 케빈 코스트너, 진 트리플 혼 


재난 영화들은 제법 많다. 대표적 재난 영화로 1995년에 케빈 코스트너가 엄청난 돈을 들여 만든 [워터 월드]가 있다. 역시 멀지 않은 미래, 지구는 온난화로 인해 빙하가 다 녹아내렸고 온 세상이 물에 잠겼다. 거의 대부분의 인류는 재난에 목숨을 잃었고, 극소수의 사람들이 워터월드 즉 수상 도시에 거주한다. 이들은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손과 발에 갈퀴가 생겼고 물고기처럼 수중에서 호흡할 수 있도록 진화했다. 어쨌든 영화는 얼마 남지 않은 자원을 둘러싸고 살아남은 자들 간의 투쟁을 그린다. 



  롤란드 에머리히 감독의 대작 [2012] 역시 미래의 재난을 그린 영화다. 지구에는 제2의 노아 홍수가 일어나고 지구 표면의 거의 대부분이 물에 잠기게 된다. 인류는 과거 노아가 생존했던 것처럼 거대한 방주를 만든다. 이 거대한 프로젝트에 다국적 대표들이 참여하고 엄청난 재화가 투입된다. 영화의 핵심은 그럼 누가 이 방주에 탈 것인가에 중점을 둔다. 인류의 종말이라는 끔찍한 상황에서 누가 인류를 대표해 미래를 준비할 것인가?

봉준호 감독이 만든 [설국열차]에서는 지구 전체가 제2의 빙하기가 되어 얼어붙었다. 끔찍한 추위와 빙하로 인해 작물도 자랄 수 없고,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겨우 살아남은 인류는 특수제작된 열차 안에서 생존을 유지하고 있다. 열차가 멈추면 생존도 위협받는다. [설국열차]는 이 열차 안의 계급과 차별을 주로 그린다. 맨 뒷 칸 사람들은 곤충을 으깨어 만든 양갱같은 것을 먹으면서 고된 노동에 시달린다. 반면 앞 칸 사람들은 화려한 옷과 풍성한 음식을 먹으며 지낸다. [설국열차]의 주인공들은 이 부조리와 불합리는 깨트리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2012 (영화)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Snowpiercer - Film - Acquista/Noleggia - Rakuten TV
2012(2009) 감독 : 롤란드 에머리히 / 출연 : 존 쿠삭, 추이텔 에지오프, 우디 해럴슨
설국열차(2013) 감독 : 봉준호 / 출연 : 크리스 에반스, 틸다 스윈튼, 송강호


  대부분의 재난 영화들은 멀지 않은 미래를 디스토피아로 그린다. 이 상태로 가면 인류는 돌이킬 수 없는 재난에 직면할 것이고 인류 전체가 소멸할 수도 있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가만 들여다 보면 이러한 재난 영화의 공통된 특징들이 있다. 이런 류의 영화들은 대개 재난 후의 상황에서 시작한다. 기후 재난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인류의 대부분은 이미 목숨을 잃은 상태다. 특별한 소수의 사람들만이 살아남았고, 이들은 생존 투쟁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가운데 영웅이 등장해 위기를 헤쳐나간다. 어떤 위기가 닥쳐와도 결국 극복해 나간다는 해피 엔딩으로 마친다. 


  문제는 이런 영화가 말하지 않는 부분이다. 재난 영화는 재난의 과정에 대하여 침묵한다. 인류가 어떤 과정으로 재난이 닥쳐 왔는지에 대한 묘사를 하지 않는다. 달리 말하면 침묵하고 있다. 현재 지구가 겪고 있는 기후 위기가 어떤 것인지 침묵하고 있고, 인류가 얼마나 지구의 환경을 파괴하고 있는지도 침묵하고, 이산화 탄소는 얼마나 배출되는지, 인류의 과소비가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침묵한다. 우리가 이 상태로 간다면 언제 쯤 돌이킬 수 없는 재난이 임하는지에 대한 과학적 데이터나 근거 같은 것도 말하지 않는다. 재난 영화는 재난 후의 일에 대해서 묘사할 뿐이다. 

  또한 재난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지, 얼마나 끔찍한 일들을 겪었는지에 대해서도 침묵이다. 재난은 일어난 일이고 어쨌든 영웅들이 해결했다. 그러니 안심하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를 착각하게 하고 거짓 평안을 준다. 오히려 기후 위기나 환경 파괴에 대하여 둔감하게 만든다. 재난은 어쩔 수 없는 일이기에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암시하고 있고, 혹여 재난이 일어나더라도 인간은 반드시 해결할 것이라고 말한다. 교묘한 속임수다. 


  우리는 이런 영화들과 달리 제대로 말해야 한다. 하나님은 인간만 창조하신 것이 아니라 지구 생태계도 창조하셨다. 자연은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다고 하신 선한 창조물이다. 사도 바울이 로마서에서 일찍 경고했듯이 피조물이 신음하고 있다. 피조물도 그리스도께서 나타나실 것을 고대하고 있다. 우리 주님은 인간 뿐 아니라 온 세상의 구원자시다. 따라서 우리는 하나님의 창조물인 이 세상을 보존하고 회복하는 일에 앞장서야 하며,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 나가야 한다. 

  이제 당당하게 말하면 좋겠다. 하나님이 만드신 자연을 함부로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쓰레기로 뒤덮으면  안 된다고, 무분별한 소비와 낭비로 지구를 망치면 안 된다고, 지금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고 선언해야 한다. 인간과 환경은 별개가 아니라 함께 공존하는 것이라고 말해야 한다. 정복하고 다스리라는 것은 잘 관리하고 보존하라는 것이라고 말하자. 더 이상 남 일처럼 침묵하지 말고. 

  또한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우리가 그리스도인이기에 소형차를 구매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자. 가급적 소비를 줄이자. 정말 삶에 필요한 것만 구매하기로 하자. 1회용기를 자제하자. 배달용 음식을 줄여나가자. 교회 또한 불편함을 감수하자. 에어컨을 줄이고 에너지를 줄이자. 친환경 간식으로 바꾸고 대중교통 캠페인을 늘여가자. 

  무책임한 대중적 재난 영화의 침묵에 일희일비하는 대신, 불편한 진실을 알려주는 다큐멘타리 영화를 찾아보자. 그리고 오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하나님은 우리에게 이 아름다운 창조물은 지구를 맡기셨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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