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위원 칼럼] 생물다양성과 6번째 대멸종, 그리고 책임윤리 (1)

과학과 신학의 대화
2021-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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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다양성과 6번째 대멸종, 그리고 책임윤리 (1)

 

오세조 목사 (팔복루터교회, 과신대 자문위원)

 

 

어느 순간부터 휴대전화는 현대인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몸의 일부가 되었다. 그런데 동물 중에 인간이 사용하는 휴대전화를 무서워하는 동물이 있다고 한다. 과연 어떤 동물일까? 정답은 고릴라다. 그러면 고릴라에게 무슨 사연이 있기에 인간이 사용하는 핸드폰을 고릴라는 무서워할까?

 

고릴라의 사연을 한 번 들어보자. 휴대전화의 핵심부품 중에는 전기 에너지를 저장하는 기능이 뛰어나며 높은 온도에 잘 견디는 성질이 있는 ‘탄탈륨’이 있다고 한다. 당연히 사람들은 이 탄탈륨을 많이 얻고자 할 것이다.

 

탄탈륨은 ‘콜탄’이라는 광물로부터 추출할 수 있는데 전 세계적으로 ‘콜탄’이 많이 매장되어 있는 곳은 아프리카의 콩고민주공화국이다. 이런 이유로 콩고민주공화국 사람들은 이 콜탄을 어떻게든 많이 채취해서 선진국에 수출하려고 하는데 이 과정에서 콜탄 광산 주도권을 두고 내전이 벌어지고 하며 콜탄 채취에 어린아이까지 동원되는 노동착취가 이루어진다고 한다. 이 모두 인간의 극심한 욕망 때문에 벌어지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러면 이 콜탄 채취가 고릴라와 무슨 상관일까? 문제는 이 콜탄을 채취하는 과정에서 숲이 파괴되는데 이 숲은 고릴라의 주요 서식처이라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고릴라는 한 번도 보지도 못하고 자신들의 삶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인간들의 휴대전화 때문에 자신들의 서식처를 인간에게 빼앗기고 심지어는 인간에 의해 살육당하는 것이다. 그래서 고릴라는 인간의 휴대전화를 무서워하는 것이다.

 

여기서 어떤 사람들은 고릴라 한 종이 멸종되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하냐고 반문할 수 있다. 당장 우리 인간의 삶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고릴라보다는 내가 사용하는 휴대전화가 나의 삶에 직접적으로 큰 상관이 있기 때문이다. 고릴라가 없어져도 사는데 지장이 없지만, 휴대전화 없이는 단 하루라도 살 수 없을 것 같은 생활이 바로 우리의 현대생활이기 때문이다.

 

하긴 고릴라가 이 지구상에 살아진다고 당장에는 우리 삶에 아무 영향이 없을 수 있다. 이미 인간에 의해 멸종된 동물이 한 두 동물인가? 이미 많은 종이 멸종당했음에도 여전히 우리 인간세상은 건재하다. 하지만 고릴라뿐만 아니라,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종들이 하나하나 멸종된다고 가정하면 결론적으로 우리 인간 세상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생물다양성의 문제

 

여기서 ‘생물다양성’ 감소의 문제가 대두된다. 그러면 ‘생물다양성’이란 어떤 의미일까? 또한 그것이 왜 중요한 걸까?

 

1) 먼저 ‘생물다양성’이라는 용어부터 조금 자세하게 알아보자.

 

1985년 생물다양성에 관한 국제 포럼이 개최되었다. 후에 이 포럼의 발표물과 토론물을 사회생물학의 창시자로 알려진 하버드 대학의 에드워드 윌슨 교수(E. O. Wilson)가 ‘생물다양성’(Biodiversity)이라는 표제로 자료집을 1998년에 발간했는데 이후로 이 용어가 널리 퍼지면서 이제는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친 일상용어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이 생물다양성 안에, 1) 유전자 다양성(genetic diversity), 2) 종 다양성(species diversity), 3) 생태계 다양성(ecosystem diversity) 세 수준으로 나눌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더 중요한 것은 이런 자세한 개념보다는 생물다양성이 중요한 이유와 생물다양성을 감소하는 원인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다.

 

2) 생물다양성의 감소가 왜 중요한지는 젠가(Jenga)게임을 떠올리면 이해하기가 쉽다.  

 

젠가 게임은 블록을 쌓아 올린 후 게임자들이 번갈아 가며 블록을 하나씩 빼는 것이다. 처음이야 블록 한 개를 뺀다고 쌓아 올린 블록 전체가 무너지지 않는다. 하지만 한두 개씩 빼다 보면 어느 결정적인 순간 한 블록에 의해 전체 블록이 무너지는데 이 블록을 빼는 게임자가 지는 게임이다. 바로 생물다양성 감소의 위험은 이 젠가 게임과 유사하다.

 

즉 고릴라 한 종이 멸종한다고 지금 당장 생태계에 큰 영향을 주는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이렇게 지구상의 생물이 한 종 한 종 씩 사라지면 결정적인 한 종이 멸종됨과 동시에 전체 생태계 전체가 와르르 무너질 수 있다. 우리 인간도 전체 생태계의 한 일원이기 때문에 생태계가 무너지면 결국 우리 또한 위험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미 생물다양성의 감소는 매우 위험한 수준까지 온 것이다. 그것도 우리 인간들에 의해서 말이다.

 

3) 그러면 이런 생물다양성의 원인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그것을 우리가 알아야 더 이상의 생물다양성 감소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사실 생물다양성 감소에는 많은 요인들이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단순하게 ‘이것이다’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그래도 우리에게 생물 다양성 감소의 원인을 쉽게 설명해 줄 수 있는 용어가 있다. 

 

바로 동물 중 ‘하마’를 뜻하는 영어 HIPPO이다.  H, I, P, P, O.

 

2007년 테드 강연에서 앞서 소개한 에드워드 윌슨이 생물다양성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제시한 약어이다. 그러면 각각의 첫머리는 무엇을 의미할까? ‘H’는 Habitat destruction, ‘서식지의 파괴’이다. 앞서 고릴라에서 숲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I’는 Invasive species, ‘외래종의 침입’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황소개구리에 의한 환경파괴를 떠올리면 거의 맞다. 세 번째 ‘P’는 Pollution, 즉 ‘오염’이다. 그리고 네 번째 ‘P’는 Human Overpopulation, ‘인구증가’이다. 물론 이 영어단어는 ‘H’로 시작하지만 증가를 의미하는 overPopulation에서 ‘P’를 딴 것이다. 이제 마지막 ‘O’는 Overharvesting, ‘남획’이다. 다섯 가지 요인 모두 인간에 의한 요인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용어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하지만 윌슨이 제시한 다섯 요인은 한 국가만이 지킨다고 해결될 수 있는 요인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서로 협력해서 풀어야 할 숙제인 것이다. 이런 이유로 생물다양성 감소를 위한 국제 협약이 체결되기 시작한 것이다. 대표적인 국제협약으로는 1) 생물다양성 협약, 2) 물새 서식지로서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 3) 이동성 야생 동물종 보전에 관한 협약 등이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생물다양성의 의미, 중요성, 그 요인과 해결책에 대해 알아보았는데, 여기서 잠깐 생태계 내에서 우리 인간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인류세와 6번째 멸종

 

사실 우리 인간도 생태계의 일원이다. 하지만 현대에는 생태계의 한 일원인 인간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환경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나도 막대하다. 그래서 일련의 과학자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를 ‘인류세’라고 명명할 것을 제안한다.

 

1) 그러면 인류세는 어떤 것일까?

 

과학자들이 지구의 역사를 연구할 때 사용하는 용어가 있다. ‘지질시대’라는 것인데 이 지질시대는 크게 선캄브리아대,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로 나눈다. 보통 이런 기준은 국제층서위원회에서 결정하는데 참고로 우리는 현재 ‘신생대 제4기 홀로세’라는 지질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노벨상 수상자인 파울 크뤼첸 박사와 유진 스토마 교수는 이제는 우리 인간의 활동이 지질시대 및 생태계에 미친 영향을 고려해서 홀로세 기간을 끝내고 새로운 지질시대를 ‘인류세’라고 부를 것을 제안한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국제층서위원회가 이 용어를 공식적으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지만, 앞서 설명한 대로 환경으로부터 영향을 받던 인간이 이제는 오히려 역으로 지구환경에 엄청난 영향을 끼침으로 이것을 우리 스스로 자각 하자는 ‘인류세’라는 제안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준다.

 

그러면 도대체 언제부터를 ‘인류세’라고 해야 할까? 그 후보로는 18세기 말 산업혁명 또는 1950년 핵실험이 시작된 때이다. 이런 제안을 보면서 지구의 일원인 인간이 과학과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이제는 얼마나 이 지구에 악영향을 끼치는지 새삼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인류세의 제안과 더불어 우리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있다. 바로 6번째 대멸종이다.

 

2) 대멸종?

 

지금까지 이 지구상에는 다섯 번의 대멸종이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 멸종은 6,500만 년 전 중생대의 공룡의 대멸종이다. 하지만 앞서 소개한 생물다양성의 감소, 그리고 기후변화 등으로 이제 곧 6번째 대멸종이 있을 것인데 그 대상은 바로 우리 인류라는 것이다. 그것도 지금까지의 다섯 번의 대멸종의 외부적인 요인이었으나 여섯 번째 대멸종은 우리 인간이 저지른 재앙으로 인해 우리 인류 스스로가 멸종한다는 것이다.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그러면 정말로 6번째 대멸종이 일어나면 이 지구상에는 어떤 것이 남아있을까? (다음 회에 계속)

 

 

 


글 | 오세조 목사

아주대학교 의과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 House Research Institute에서 박사후연구원을 하다가 귀국해서 루터대학교에서 목회자과정을 공부하고 목사안수를 받았다. 평택대학교 피어선신학전문대학원에서 박사과정(구약전공)을 수료했으며, 현재 용인에 위치한 팔복루터교회를 담임하고 있다. 루터대학교에서 '신학과 과학', '자연과학의 이해'를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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