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위원 칼럼] 변화에 익숙해지기

과학과 신학의 대화
2020-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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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에 익숙해지기

 

이현식 목사 (강남중앙교회, 과신대 자문위원)

 

 

코로나19로 인해 삶의 여러 영역에서 다양한 변화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이런 변화에 발맞추어 삶의 습관을 재조정하는 일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몸에 배어 익숙해진 습관들을 바꾸어 새롭게 하는 것은 그리 만만치 않은 일입니다. 인내와 시간이 필요합니다.

 

저는 지난 달 딸아이의 결혼식을 치렀습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상황이어서 50명 이상 모일 수 없었습니다. 공간을 두 군데로 나누어서 본 식장에 50명, 별도 공간에 50명을 초대할 수 있었습니다. 양가에서 각각 50명 이내의 하객을 초대한 가운데 결혼식을 진행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하객들은 가족, 친지들과 신랑 신부의 친한 친구들 정도였습니다.

 

신랑 신부를 제외하고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했습니다. 제가 주례를 했는데, 주례자인 저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결혼식 후에 사진을 찍을 때도 마스크를 벗을 수 없었고, 옆 사람과 1m의 거리를 두어야 했습니다. 피로연도 없었습니다. 신랑 측은 예식장 근처의 한 식당을 예약하였으나, 우리는 답례품을 준비하여 전달하는 것으로 하였습니다.

 

결혼식에 참가하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결혼식을 실시간 중계를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과연 몇 명이나 온라인으로 결혼식을 볼까 생각했는데, 많은 분들이 온라인으로 결혼식을 잘 보았다며 인사를 해주었습니다. 평생에 한 번 있는 결혼식이 참 어색했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우리나라의 결혼 문화를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도 되었습니다.

 



 

교회의 모든 모임도 온라인으로 하는 것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주일 예배를 제외하고는 다른 모임을 하지 못하고 있다가 공동체성이 점점 약해질 것 같은 위기의식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멈추었던 목장모임(구역예배)을 시작하였습니다. 물론 화상회의 앱을 사용한 모임이었습니다. 수요예배도 온라인 방송으로 하다가 성도들의 얼굴을 마주 보고 싶어서 화상회의 앱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예배 형식이라기보다는 특강 형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독서 모임을 만들어 동일한 방식으로 모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일 예배도 화상회의 방식으로 모든 성도들의 얼굴을 마주 보며 하려고 시스템을 점검하고 있습니다. 목회자들의 모임이나 공부하고 싶은 여러 분야에서도 화상회의 앱을 통한 모임이 점점 자연스러워지고 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하는 게 과연 될까 싶었는데, 막상 해 보니 장점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거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점이 가장 좋습니다. 심지어 외국에서도 참가할 수 있으니 더 할 말이 없죠.

 

이런 변화에 익숙해지면서 한 가지 발견한 사실은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제도나 문화가 담지 못하는 것들이 많이 있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것들도 한계가 있습니다. 그런데 익숙해지면 마치 그것이 옳은 것인 양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것을 절대화(우상화)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그렇게 되면 그것이 변해야 하는 요구를 받게 될 때 그것을 지키려고 목숨까지도 버릴 것처럼 싸우게 됩니다. 사실은 그 모든 제도나 문화들도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을 잘 추구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인데, 정작 본질은 사라지고 본질을 추구하는 방식에 초점을 두게 되는 경우입니다.

 

지금 점점 익숙해지고 있는 것들도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고, 심지어 기존의 질서가 담아내지 못했던 부분들을 잘 담아낼 수 있는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언젠가는 또 새로운 어떤 것에 자리를 내어주어야 할 것일 수 있음을 생각합니다. 이 세상에 완전한 것은 없는 것이겠지요. 변하지 않는 영원한 진리가 아니라면, 언젠가는 변한다는, 아니,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삶의 태도가 중요함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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