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다 (김양현)

과학과 신학의 대화
2024-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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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다


 글 ㅣ 김양현
과신뷰 편집장


개나 고양이를 특별히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반려동물의 시대라고 하지만 비용도 그렇고 시간이나 쏟아야 하는 정성을 감당할 수 없어 키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길 고양이 한 마리가 제 주변을 두리번거립니다. 


이 녀석을 보니 주인이 있는 듯 없는 듯 정체를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무언가 비쩍 말라 있는 게 안쓰럽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해서 사료를 사서 주기 시작했습니다. 녀석은 굶주린 듯 잘 먹곤 했습니다.

@김양현, 페이스북

아침에 집을 나갈 때면 늘 기다리고 있고, 외출 후 돌아올 때도 기다리고 있는 녀석이 참 대견하기도 하고 배고파서 그런가 싶기도 해서 먹이를 주었습니다. 그러다 이 녀석과 🐈 정이 들고 말았습니다. 인생 참 모른다더니 제가 고양이 집사 노릇을 할 줄이야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러다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주인 아주머니와의 사소한 갈등입니다. 주인 아주머니는 이 녀석이 나타나는 것이 싫은 것 같습니다. 고양이 울음소리도 싫지만 가끔 자동차 위에 올라앉아 있기도 하고, 주인 아주머니 말에 의하면 차량에 스크래치를 낸다고 합니다. 그래서 급기야 고양이 금지령을 내렸습니다. 


주인 아주머니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되고, 하지만 이 녀석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 나타나니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이 되었습니다. 나를 쳐다보는 그 눈빛이 너무 애처롭습니다. 그래서 녀석을 집 밖으로 데리고 가 몰래 먹이를 주고 있습니다. “여기서 먹어야 해. 주인 아주머니 차 위에 올라가지 마, 알았니? 그럼 너도 쫓겨나고 나도 쫓겨날지 몰라. 약속해라 응?” 


녀석이 알아들을 리 없지만 우격다짐을 했습니다. 주차장에 돌아다니지 말라고. 주인 아주머니 차에 얼씬거리지 말라고. 이제 밥은 저기 밖에서 몰래 먹자고. 그래야 너도 나도 살고 주인 아주머니도 마음이 편하다고.


@Anusha Barwa,Unsplash


반려동물 천만의 시대라고 합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약 600만, 반려견은 약 600만 마리, 반려묘는 약 200만 마리라고 합니다. 국민의 1/4이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시대입니다. 반면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가구나 사람이 전체 국민의 3/4이라는 말도 성립됩니다. 달리 말하면 동물권도 중요하지만, 인권도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상호 배려가 필요하고 각자의 상황에 따른 합의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기고자의 글에도 나타나듯, 반려동물과 함께 예배를 드리는 일도 쉽지 않은 과제인 것 같습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 대화와 상호 배려가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동물이 하나님의 선한 창조물인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반려동물에 대한 생각은 조금씩 다를 수 있다고 여겨집니다. 


 과신뷰 9월호는 반려동물 천만의 시대에 따라 동물신학에 대한 신학자, 과학자, 목회자의 시선을 담았습니다. 기고해 주신 분들의 위치와 교단적 배경 혹은 신학적 의견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차이를 우리는 인정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논의와 토론을 위해서였고, 또 하나 독자의 판단에 맡기기 위함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다양한 의견과 피드백 기다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월간 과신뷰 편집장 김양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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