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정 수강 후기
어떤 물리 교사의 고백
글ㅣ엄익환
고등학교 물리 교사
과신대 기초과정 수강생
우연히 SNS를 통해 과신대 기초과정의 소식을 듣고 도중에 합류하여 허겁지겁 강의를 들으니, 창조론에 관련된 나의 과거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25년 전 고등학생 때의 일이다. 주일학교 고등부에서 명문대에 입학한 선배를 초청하여 창조론 특강을 들었다. 성적뿐 아니라 신앙도 뛰어나고 외모도 훤칠했던 선배는 여러 가지 예시를 통해 젊은 지구론을 설명하였다. “여러분, 인간의 여러 장기와 기관을 보세요. 푸른 하늘과 구름을 보세요. 어떻게 하나님 없이 저절로 이런 것들이 생겨날 수 있을까요?” 낭랑한 목소리로 고막을 진동시키는 엄친아 선배의 마무리 발언을 들으며, ‘그래. 아무리 학교 생물 선생님이 진화론을 들먹이고, 윤리 선생님이 GOD를 거꾸로 해보라고 하지만 진화는 무신론자들의 허구에 불과해.’라고 생각했다. 그 감동적인 강의에 공명한 나는 속고 있는 세상 사람들에게, 특히 청소년기의 학생들에게 바른 진리를 알려줘야겠다는 사명을 갖게 되었고, 물리 교사라는 꿈을 품게 되었다.
@Unsplash, Artem Maltsev
사범대에 진학한 후 생명과학 강의 첫째 날, 교수님이 생명체의 출현에 대해 설명하면서 혹시 신앙적 이유로 진화를 받아들이기 힘든 학생이 있다면 태초에 하나님께서 원시 생명체를 창조하셨다고 생각하라고 하셨다. 극히 내향적인 학생인 나였지만, 자기를 부인하고 손을 번쩍 들고 일어섰다. “교수님, 진화가 무목적성을 가지고 일어나는 것이라면, 원시 생명체에서 고등 생명체가 우연히 발생할 확률이 극히 낮지 않을까요?” 교수님은 확률이 낮은 것을 인정하셨지만, 모든 생명과학이 진화론 위에 서 있으므로 그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고 대답하셨다. 혈기 왕성했던 나는 내가 들을 내용만 듣고 교수님과 학생들이 속고 있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몇 년 후 고등학교 물리 교사가 되어 새로운 교육과정이 도입되었을 때,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 빅뱅 이론 등이 새롭게 교과서에 편성되었다. 나는 우주의 나이와 젊은 지구론의 괴리감을 애써 무시하며 교과서의 내용을 가르치고 내면에서는 지적설계론이 맞을 거라고 생각을 했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은 크리스챤이며, 열역학 2법칙으로 볼 때, 빅뱅 이론이나 진화론은 저절로 일어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거나, “똑같은 자연현상을 보고 어떤 이는 유신론을, 어떤 이는 무신론을 주장하지만, 사실 그건 개개인의 세계관에 따른 선택이다.”라고 언급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 발언은 신앙과 수업의 괴리에 대한 일종의 자기 위로였을 것이다. 나의 커밍아웃에 어떤 학생은 물리 교사와 기독교인인 나를 신기해했으며, 세월이 흐름에 따라 과학과 신앙의 괴리는 둔감함으로 변해 갔다.
그런 와중에 과신대 기초과정을 듣게 되었다. 성경과 자연은 서로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 창조주가 창조 과정을 설명한 두 가지 계시임을 배우며, 내 안의 이중성을 극복할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다. 빅뱅의 기원과 생명의 기원을 과학이 온전히 설명할 수 없으며, 마찬가지로 성경을 통해 우주의 탄생과 생명체의 존재를 이해하는 데에도 한계가 존재한다. 즉 과학과 신앙이라는 두 가지 방법은 동행할 수 있으며, 그럴 때 온전한 이해가 가능하다. 창조론에 젊은 지구론 외에 다양한 견해가 있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다. 성경을 문자주의적으로 해석한 이론이 많지만, 과학이 가진 열린 태도가 창조론에서도 가능함이 새로웠다.
우종학 교수님과의 Q&A 시간을 통해 늦은 시간까지 질의응답에 성심성의껏 답해주시는 교수님과 간사님의 열정에 감동했다. 학교도 경직된 공간이지만 아직까지 창조 과학을 주장하며 다른 주장을 이단 취급하는 한국 교회의 경직된 모습이 안타까웠다. 처음 통기타가 교회에서 찬양 반주에 쓰였을 때 사탄의 악기 취급을 받았던 일, 토지공개념을 알리던 신실한 내 친구들을 이단 취급하며 내쫓았던 어떤 교회의 모습 등이 겹친다.
제7안식일 신도의 주장에서 출발한 창조 과학이 아직도 많은 교회에 자리 잡고 있는 이유는 뭘까? 문자주의적인 성경 해석이 현시대를 반영하지 못하기에 신앙과 삶의 분리를 가져왔고, 분절된 기독교인의 삶은 많은 가나안 성도를 배출하였다. 과학의 발전으로 많은 증거들이 밝혀졌지만 창조 과학만을 변함없는 진리로 주장한다면, 이는 선교에 장애물이 되는 것이다.
@Unsplash, Artem Maltsev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과학의 증거와 싸우시는 속 좁은 하나님이 아니라 과학을 사용하시고 포용하시는 하나님이다. 광대하신 하나님을 믿는 기독교인 역시 성경을 통해 창조주를 이해할 뿐 아니라 과학을 통해서도 경이로운 자연의 질서와 창조의 과정에 경탄할 수 있다. 남은 기간 과학 교사로서 마음껏 배우고, 입시에 매몰된 학생들이 자연을 경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기초과정 수강 후기
어떤 물리 교사의 고백
글ㅣ엄익환
고등학교 물리 교사
과신대 기초과정 수강생
우연히 SNS를 통해 과신대 기초과정의 소식을 듣고 도중에 합류하여 허겁지겁 강의를 들으니, 창조론에 관련된 나의 과거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25년 전 고등학생 때의 일이다. 주일학교 고등부에서 명문대에 입학한 선배를 초청하여 창조론 특강을 들었다. 성적뿐 아니라 신앙도 뛰어나고 외모도 훤칠했던 선배는 여러 가지 예시를 통해 젊은 지구론을 설명하였다. “여러분, 인간의 여러 장기와 기관을 보세요. 푸른 하늘과 구름을 보세요. 어떻게 하나님 없이 저절로 이런 것들이 생겨날 수 있을까요?” 낭랑한 목소리로 고막을 진동시키는 엄친아 선배의 마무리 발언을 들으며, ‘그래. 아무리 학교 생물 선생님이 진화론을 들먹이고, 윤리 선생님이 GOD를 거꾸로 해보라고 하지만 진화는 무신론자들의 허구에 불과해.’라고 생각했다. 그 감동적인 강의에 공명한 나는 속고 있는 세상 사람들에게, 특히 청소년기의 학생들에게 바른 진리를 알려줘야겠다는 사명을 갖게 되었고, 물리 교사라는 꿈을 품게 되었다.
사범대에 진학한 후 생명과학 강의 첫째 날, 교수님이 생명체의 출현에 대해 설명하면서 혹시 신앙적 이유로 진화를 받아들이기 힘든 학생이 있다면 태초에 하나님께서 원시 생명체를 창조하셨다고 생각하라고 하셨다. 극히 내향적인 학생인 나였지만, 자기를 부인하고 손을 번쩍 들고 일어섰다. “교수님, 진화가 무목적성을 가지고 일어나는 것이라면, 원시 생명체에서 고등 생명체가 우연히 발생할 확률이 극히 낮지 않을까요?” 교수님은 확률이 낮은 것을 인정하셨지만, 모든 생명과학이 진화론 위에 서 있으므로 그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고 대답하셨다. 혈기 왕성했던 나는 내가 들을 내용만 듣고 교수님과 학생들이 속고 있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몇 년 후 고등학교 물리 교사가 되어 새로운 교육과정이 도입되었을 때,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 빅뱅 이론 등이 새롭게 교과서에 편성되었다. 나는 우주의 나이와 젊은 지구론의 괴리감을 애써 무시하며 교과서의 내용을 가르치고 내면에서는 지적설계론이 맞을 거라고 생각을 했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은 크리스챤이며, 열역학 2법칙으로 볼 때, 빅뱅 이론이나 진화론은 저절로 일어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거나, “똑같은 자연현상을 보고 어떤 이는 유신론을, 어떤 이는 무신론을 주장하지만, 사실 그건 개개인의 세계관에 따른 선택이다.”라고 언급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 발언은 신앙과 수업의 괴리에 대한 일종의 자기 위로였을 것이다. 나의 커밍아웃에 어떤 학생은 물리 교사와 기독교인인 나를 신기해했으며, 세월이 흐름에 따라 과학과 신앙의 괴리는 둔감함으로 변해 갔다.
그런 와중에 과신대 기초과정을 듣게 되었다. 성경과 자연은 서로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 창조주가 창조 과정을 설명한 두 가지 계시임을 배우며, 내 안의 이중성을 극복할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다. 빅뱅의 기원과 생명의 기원을 과학이 온전히 설명할 수 없으며, 마찬가지로 성경을 통해 우주의 탄생과 생명체의 존재를 이해하는 데에도 한계가 존재한다. 즉 과학과 신앙이라는 두 가지 방법은 동행할 수 있으며, 그럴 때 온전한 이해가 가능하다. 창조론에 젊은 지구론 외에 다양한 견해가 있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다. 성경을 문자주의적으로 해석한 이론이 많지만, 과학이 가진 열린 태도가 창조론에서도 가능함이 새로웠다.
우종학 교수님과의 Q&A 시간을 통해 늦은 시간까지 질의응답에 성심성의껏 답해주시는 교수님과 간사님의 열정에 감동했다. 학교도 경직된 공간이지만 아직까지 창조 과학을 주장하며 다른 주장을 이단 취급하는 한국 교회의 경직된 모습이 안타까웠다. 처음 통기타가 교회에서 찬양 반주에 쓰였을 때 사탄의 악기 취급을 받았던 일, 토지공개념을 알리던 신실한 내 친구들을 이단 취급하며 내쫓았던 어떤 교회의 모습 등이 겹친다.
제7안식일 신도의 주장에서 출발한 창조 과학이 아직도 많은 교회에 자리 잡고 있는 이유는 뭘까? 문자주의적인 성경 해석이 현시대를 반영하지 못하기에 신앙과 삶의 분리를 가져왔고, 분절된 기독교인의 삶은 많은 가나안 성도를 배출하였다. 과학의 발전으로 많은 증거들이 밝혀졌지만 창조 과학만을 변함없는 진리로 주장한다면, 이는 선교에 장애물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과학의 증거와 싸우시는 속 좁은 하나님이 아니라 과학을 사용하시고 포용하시는 하나님이다. 광대하신 하나님을 믿는 기독교인 역시 성경을 통해 창조주를 이해할 뿐 아니라 과학을 통해서도 경이로운 자연의 질서와 창조의 과정에 경탄할 수 있다. 남은 기간 과학 교사로서 마음껏 배우고, 입시에 매몰된 학생들이 자연을 경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