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이냐 호모사피엔스냐 그것이 문제로다” (최현기)

과학과 신학의 대화
2024-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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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이냐 호모사피엔스냐 그것이 문제로다”
–인간의 기원에 대한 목회자의 관점-

        

글 ㅣ 최현기
포도나무교회 담임 목사
과신대 목회자 모임


최근 한 신학대학에서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창조론 문제로 교수가 징계를 받을 위기에 처해있다는 것입니다. 겉으로는 창조론 문제로 인한 징계라고 했지만 실은 교단이 선호하는 ‘창조과학’ 이론이 아닌 다른 관점을 지지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창조론과 관련한 내용, 특히 창세기 1-2장의 창조 이해는 학문적으로 여전히 논쟁 중에 있습니다. 논쟁 중인 신학적 주제는 토론을 통해 통합과 발전으로 가는 것이 신학교로서 바람직한 태도인데, 일방적으로 한 쪽의 의견을 정죄하고 퇴출하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어 안타까울 뿐입니다. 이 일은 단지 한 신학교에서 일어난 사건을 넘어 과학에 대한 현재 한국교회의 태도를 여실히 보여주는 일이기에 매우 답답한 심정입니다.        

창세기 1, 2장은 우주의 기원으로 시작하여 지구의 기원과 생명의 기원까지 추론해 볼 수 있는 본문입니다. 그리고 그 기원의 주제들은 결국 ‘인간의 기원’에 대한 주제로 연결됩니다. 결국 기원 이론은 인간이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혹은 생겨났는지)를 살피는 것으로 귀결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기원에서 다루는 주요 신학적 이슈는 ‘역사적 아담’ 즉 아담(하와)의 역사성에 관한 논쟁입니다. 말하자면 아담이 과연 실존 인물인지, 실존 인물이라면 그가 생물학적으로 최초의 인물이었는지 등의 질문 말입니다. 아담의 역사성에 대한 이슈는 한국교회에서 매우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주제입니다. 거의 금기시되는 주제라 할 수 있지요. 교회에서 이 주제와 관련하여 질문을 던지는 순간 그 사람은 믿음이 없는 사람이 되거나 다른 이를 ‘실족’하게 하는 사람이 되어 버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이런 한국교회의 분위기와는 달리 미국 복음주의 안에서는 이전부터 이 주제와 관련하여 많은 토론과 대화가 있어 왔습니다. 이미 한국에 관련 책들이 많이 번역되어 있는 것만 봐도 이 주제는 서구 과학계와 성서학계에서 빈번하게 다뤄졌던 주제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Calvin Craig, Unsplash

 그러면 인간의 기원에 관한 아담의 역사성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관점들이 있을까요? 대체로 네 가지 이론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그 네 가지는 진화적 창조론, 원형적 창조론, 오랜 지구 창조론, 젊은 지구  창조론입니다.1)             

각 이론에서 역사적 아담에 관한 관점만 간단히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진화적 창조론: “역사적 아담은 없다”
이 관점은 지금까지 나온 진화의 증거들을 볼 때 역사적 아담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오히려 하나님은 진화라는 자연 발생 과정을 통해 우주를 창조하셨고, 인간 역시 진화를 통해 이뤄진 발전의 결과물이라는 것입니다. 이 주장에 따르면 지금의 인간은 아담과 하와로부터 나온 것이 아니라 약 1만여 명의 인간으로 이뤄진 어느 집단으로부터 유래한 것입니다. 따라서 성서의 아담은 역사적 인물이 아니라 단지 하나님의 인간 창조에 대한 영적 진리를 전달하기 위해 사용된 도구일 뿐입니다.2)

                    

2. 원형적 창조론: “역사적 아담은 있다”(인류의 원형적 대표자 그룹으로서 아담)
이 관점은 아담과 하와가 역사적 인물이긴 하지만 그들이 지구상의 최초의 인간일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봅니다. 이러한 가능성은 성서가 아담의 역사성에 대한 관심보다는 인류의 ‘원형적 대표자’로서 아담과 하와를 이야기하는 것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보는 것에 기인합니다. 즉 성서는 생물학적 존재로서 아담과 하와가 아니라 인간 역할의 측면에서 대표자로서 아담과 하와를 다루고 있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진화에 대해 ‘무한히 강력하신 통치자이신 하나님에 의해 의도적으로 인도되는’ 진화라면 본질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으며, 성서의 무오성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봅니다. 이 또한 같은 이유에서 비롯되는데, 성서가 인류의 기원에 관해 일차적으로 관심을 갖고 기록된 것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3. 오래된 지구 창조론: “역사적 아담은 있다”(창조된 인류의 시초이자 대표로서 아담)
 이 관점은 성서에 기록된 대로 하나님이 아담과 하와를 초자연적인 방식으로 창조하셨고 인류는 아담과 하와에게서 유래한 한 가족이라고 주장합니다. 죄 또한 아담과 하와를 통해 세상 속으로 들어왔습니다. 이로 인해 인류는 두 번째 아담인 예수 그리스도가 필요하게 된 것입니다. 이런 주장들을 보면 성서를 문자적으로 받아들이는 창조과학 입장과 같아 보이지만, 이 관점은 다음과 같은 부분에서 창조과학과는 다른 입장을 갖고 있습니다. 즉 창조의 날들에 대해 창조과학의 6일 창조와는 달리 긴 시간 간격의 가능성을 말합니다. 또 인류의 시초에 아담과 하와 외에 다른 사람들이 있었을 가능성을 고려합니다. 이런 가능성 하에서 보자면, 아담과 하와는 다른 구성원들보다 먼저 태어난 그 부족의 족장 부부이며 대표가 됩니다. 이와 같은 주장들은 이 관점이 성서의 무오성을 지지하지만, 성서를 단지 문자적으로만 해석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4. 젊은 지구 창조론: “역사적 아담은 있다”(창조 과학적 입장)
 이 관점은 성서의 기록을 문자 그대로 믿습니다. 즉 아담을 역사적 인물이자 인류의 기원이 되는 최초의 인간이라고 주장합니다. 성서는 아담이 본질적으로 어떤 원형(원형적 창조론)이거나 생물학적 진화의 산물(진화적 창조론)이 아닌 한 명의 개별자로서 하나님이 초자연적으로 창조하신 최초의 인간이며 모든 인류의 조상으로 기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만일 아담의 역사성이 거짓이고 그가 실제로 타락하여 죄를 지은 것이 아니라면, 그의 죄로 인해 후손들에게 나타날 죄의 결과를 해결하고자 그리스도 예수가 오실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 주장합니다. 그러므로 이 관점에 있어서 아담의 역사성은 하나님의 창조활동, 인간의 역사, 죄의 기원 등 수많은 기독교 교리의 기초가 되기에 양보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상의 네 관점은 모두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성서적 근거들을 제시하는 동시에 상충돼 보이는 성서의 다른 구절들과 조화를 꾀하면서 신학적 일관성을 보여주고자 합니다. 또 다른 관점들에 대해서는 그 주장의 논리적 허점과 근거의 오류들을 지적하며 자신의 주장이 타당하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물론 이런 시도들이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눈여겨볼 것은 네 관점은 성서 해석과 주장에 있어서 서로 상이하지만 그래도 공통적으로 전제하는 것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네 관점 모두 하나님의 존재를 인정하며 인간은 어떤 지점에서든 하나님의 손에 의해 ‘존재’하게 되었음을 부정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신학적으로 성서를 해석하는 입장이 다르고 서로 교리적으로 차이를 보이지만 결코 성서의 권위나 하나님에 대한 신앙고백을 부인하지 않습니다. 이렇기 때문에 성서학자들은 자신의 관점이 옳다는 것을 인정하기 위해 다른 관점을 배척하거나 그것을 주장하는 자들을 무신론자라고 정죄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창조과학의 이론을 주장하는 이들이 다른 관점을 주장하는 이들에 대해 비신앙적이라고 단정하거나 퇴출시키려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할 태도입니다.


 더불어 그리스도인으로서 과학을 대할 때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과학자들의 학문 연구와 고고학자들의 발견이 기독교 신앙을 말살하기 위한 의도에서 시작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과학자들은 단지 자신의 영역에서 귀추법적 추론(abductive inference)을 통해 인간과 영장류에 대해 현재까지 도출할 수 있는 최선의 설명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과학자들에 대해 창조론을 거부하고자 의도성을 갖고 진화론을 주장하는 부류로 보면 안 되는 것입니다. 또한 과학자들의 연구에 그러한 의도성은 없다 하더라도, 그들의 과학적 연구 결과가 기독교 신앙을 저해한다고 보아 과학을 배격하는 것은, 과학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나타나는 태도인 것 같습니다. 성서와 과학의 대화를 차단하는 것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좋은 선물을 거절하는 것이 됩니다. 왜냐하면 과학은 일반계시로서 하나님께서 당신을 우리에게 계시하시고자 주신 통로이며, 특별계시로 우리에게 주신 성서의 가르침을 보완하며 그것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필자는 아담이 최초의 실제 인간이었음을 믿고 있으며 아담에 관해 말한 메시지를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아담이 최초의 실제 인간이었음을 부인하는 관점에 대해서도 어떤 근거로 주장을 하는지 듣고 나눠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아담의 역사성 논쟁을 인간의 원죄 문제, 예수 그리스도의 속죄 문제와 연관 지으면 우리의 구원관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민감한 주제로 보입니다. 그러나 민감한 주제라 해서 논쟁 자체를 금하거나, 주제를 거론조차 하지 않는 것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이성의 능력과 사고력을 사장하는 것으로써 말씀을 상고해야 하는 직무를 유기하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필자는 아담의 역사성에 대한 그레고리 A. 보이드(Gregory A. Boyd)의 목회적 성찰에 공감합니다.3)  그는 처음에는 젊은 지구 창조론을 신봉하였다가 크게 실망하고 허무주의에 빠진 후 다시 구약성서를 새롭게 이해하게 되어 기독교 신앙으로 되돌아간 목회자입니다. 그리고 이제 그는 아담이 실제로 역사적 인물이었다는 견해로 ‘기울어져 있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기울어져 있다’는 것은 역사적 아담에 대한 믿음을 정통 기독교 신앙의 핵심요소로 여기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그가 더 이상 아담의 역사성을 문자적으로 해석하지 않아도 성서를 수용할 수 있게 된 것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예컨대 진화론과 아담의 역사성 사이의 잠재적 불일치에 대해 성서 해석의 다양한 방식들을 용인함으로써 현재 과학 이론과 교회가 갈등을 일으키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최근 필자는 어느 모임에서 한 사역자의 고민을 들었습니다. 자신이 교회에서 기원과 관련한 주제들을 언급하자 곧바로 교인들에게 경고에 가까운 항의를 듣게 되어 크게 당황했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사역자 자신이 혼란스러움을 느꼈다는 것입니다. 혹시 자신이 과학과 진화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어서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가 해서 말입니다. 문제를 자신의 관점에서 찾으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그 사역자가 가진 관점이 아니라 한국교회의 성서 해석의 방식에 있습니다. 지금 한국교회 안에 창조과학을 신봉하는 사람들만 남았기 때문인 것이지요. 이들은 막연한 진화론 포비아에 빠져 자신의 신앙을 지켜야 한다는 신념으로 다른 관점을 경계하고 방어하는 일에 급급합니다. 그러다 보니 교회 안에 창조과학 외의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들은 설자리가 없어졌고 결국 많은 사람들이 교회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지금 알고 있는 과학적 결과나 현상에 대해 성서적으로 성실히 대답해 주지 못하는 교회를 다닐 필요를 느끼지 못한 것입니다.  

      

@Gregory Hayes, Unsplash


 그러므로 지금의 한국교회 상황에서 목회자로서 고민해야 할 것은, ‘어떻게 하면 교회에 잘 적응하며 살아남을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성도들에게 하나님의 진리를 잘 설명해서 전달할 것인가’여야 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더욱 날을 세워 성서를 연구하고 과학을 배워가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현재의 과학의 연구 결과들에 대해 성서가 할 수 있는 대답을 제시하고자 애쓰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비록 완전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더라도 말입니다.(결론을 내리는 것이 오히려 위험한 일일 수 있습니다.)    


인간 기원에 관한 아담의 역사성 논쟁도 보이드의 말처럼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훌륭하고 건전한 논쟁이지, 정통 기독교인인지 아닌지를 판명하는 기독교 핵심 교리가 아닙니다. 목회자들이 이 주제에 대해 보다 유연한 태도로 성서 해석을 하게 될 때, 과학과 성서 사이에서 고민하며 갈팡질팡하는 신자들이 교회 안에 머물면서 성서 안에 있는 진리를 만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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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담의 역사성에 대한 관점은 「아담의 역사성 논쟁」의 내용을 토대로 정리했다. 책에서는 각 관점을 대표하는 학자들의 주장을 가지고 각 관점의 근거가 되는 성서적 근거 및 신학적 일관성 등을 설명하고 있으며 더불어 목회적으로 얼마나 건강한 대안이 될 수 있는지를 나름대로 주장하고 있다. 책에는 성서와 신앙을 부정하고 과학의 권위만을 지지하는 관점은 제외되어 있다.        

2) 이 관점을 자칫 무신론적 관점으로 보기 쉬운데, 이 관점은 무신론적 관점이 아닌 유신론적인 관점에서 아담의 역사성을 부정하고 있다.    

3) Denis O. Lamoureux 외, 「아담의 역사성 논쟁」, 김광남 역, 새물결플러스, 2015.


[참고문헌]
Denis O. Lamoureux 외, 「아담의 역사성 논쟁」, 김광남 역, 새물결플러스, 2015.
John H. Walton, 「아담과 하와의 잃어버린 세계」, 김광남 역, 새물결플러스, 2018.
Robert C. Bishop 외, 「기원이론」, 노동래 역, 새물결플러스, 2023. pp. 579-646.
William Lane Craig, 「역사적 아담을 추적하다」, 노동래 역, 새물결플러스, 2023.

김진수, ‘아담의 역사성에 대한 연구’, 『신학정론』 제34권 2호, 2016. pp.77-122.
최동진, ‘기독교 세계관 운동가들의 인류의 기원에 대한 이해’, 『창조론 오픈 포럼』 13권 2호 2019. pp. 50-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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