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열며
최근 들려오는 기후위기에 관한 각종 지표와 현상들이 우리를 숨 막히게 한다. 기후위기가 우리의 현재는 물론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세계, 커다란 위기의 풍랑 위로 몰아넣고 있다. 과학자들이 오래전부터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다고 경고해왔지만 우리는 외면해 왔다. 그로 인해 전 세계는 폭염뿐 아니라 이상 기상 현상과 그로 말미암은 식량 위기, 경제 위기, 안보 위기, 양극화 심화 등의 문제를 경고가 아닌 현실로 겪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교회가 먼저 할 일은 무엇일까? 그것은 위기 때마다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바라보는 것이 우선이다.
“내가 이제 새 일을 하려고 한다. 이 일이 이미 드러나고 있는데, 너희가 그것을 알지 못하겠느냐?
내가 반드시 광야에 길을 내겠으며, 사막에 강을 내겠다”
(사 43:19)
하나님은 이미 우리 안에 새로운 미래를 꿈꾸고 그 미래를 현실화해가는 이들을 두셨다. 화석연료를 대신할 풍력과 태양에너지, 새로운 방식의 운송수단, 녹색 일자리,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등 조용히 그러나 지속적이고 근원적으로 실천해온 이들이 있다. “피조물이 다 이제까지 함께 탄식하며 함께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을” 우리가 알게 되었지만 절망해서는 안 된다. 여전히 지구가 버티고 있고, 하나님이 친히 우리를 통해 새롭게 하는 일을 행하고 계신다.
다만 우리에게는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다. 지난 100년 동안 약 1도가 상승했는데, 상승하는 속도가 자연보다 10배나 빠르다. 지난 80만 년 동안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300ppm이상으로 상승한 적이 없었는데, 현재 이산화탄소 농도는 420ppm 가까이 치솟았다. 이렇게 되기까지 우리는 수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가 지난 30년 동안 6차 보고서를 내면서 인간의 책임을 밝혀왔지만 우리는 부인하거나 침묵했고 책임을 전가해왔다. 그 ‘책임이 90% 이상 우리에게 있다’고 밝혀진 이후로도 10년의 시간을 허비했고, 이제 ‘명백한(99~100%)’ 사실이 되었다.
지역에너지, 에너지 자립마을 그리고 교회
우리 교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우리가 살길은, 위기를 분명히 인지하고,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우리보다 앞서 기도하시는 성령님과 더불어 기도하는 데 있다. 그리고 우리의 일상과 사회 속에 녹색(창조)의 빛을 발함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는 데 있다. 교회적으로는, 자신이 다니는 교회 내 위치나 모임 인원에 상관없이 ‘탄소제로 녹색교회’를 결심하고 선언해볼 일이다. 탄소제로 녹색교회는 멀리 있지 않다. 창조주 하나님을 알아채는 교우들이 늘어나면, 공동체 안에 자연스럽게 창조의 빛이 짙어질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교회는 잠재적 녹색교회다. 이를 드러내게 돕는 것이 자기 선언이다. 누구든 모임을 만들고, 비전에 동의하는 이들을 모아 ‘탄소제로 녹색교회’ 선언을 하면 된다는 얘기다. 교회와 사회의 핵심리더를 비롯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폭넓은 공감대를 만들어가는 일이 중요한 과제인데, 창조세계의 탄식 속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들으며 계속 소통한다면 그들 역시 기꺼이 함께 걸을 것이다.
둘째 단계는, 교회의 탄소 배출량을 산출하고 그 출처를 분석하는 일이다. 전기와 가스 등 건물 에너지, 교통, 물, 음식, 종이 사용량 및 쓰레기 배출량에 대해 단순히 확인하는 수준을 넘어 구체적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이행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이는 지금의 기후위기에 대한 자기 책임을 확인하게 해주며, 지금껏 지구에 부담을 준 생활방식에 대한 회개와 책임 있는 행동을 하게 돕는다. 스스로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는 저울 위에 올라선다는 것은, 교회가 줄일 수 있는 배출량이 어느 정도이고, 그를 위해 치러야 할 대가는 얼마이며, 시간은 얼마나 걸릴지 구체적으로 분석하는 노력을 기울인다는 의미이다.
셋째 단계는, 탄소 배출을 줄이거나 멈추기 위해 교회가 해야 할 일을 구체적으로 선택하고 행동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체계적인 모니터링 작업은 필수다. 그래야 추후 거둔 성과를 평가하고 아쉬운 점을 되짚어 전 과정을 더 나은 실천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건 전 교회의 지지를 얻는 것이다. 실천에 따른 효과를 공유해 참여를 독려하고 지속적 실천을 이끌 수도 있는데, 이 과정에서 소외되어 있거나 힘겨워하는 이는 없는지 살피고 배려해야 한다.
이 같은 시도로 실질적 탄소중립의 효과를 내려면 다음 세 가지 실천이 필수적이다.
첫째는 ‘영성’ 즉 ‘성서와 환경’ ‘생태 영성’에 대해 공부하면서, 창조세계의 모든 것 안에서 하나님을 발견하고 하나님 안에서 모든 것을 발견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지구를 위한 중보기도’(Christian Earth Hour) 시간을 갖는다면, 위기를 넘어서게 하는 담대한 행동도 가능할 것이다. 또 이를 통해 창조주 하나님의 사랑을 믿으며 창조의 선물인 자연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깊이 감사할 줄 알게 된다면, 지속 가능한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사순절 등 신앙 절기에 맞춰 ‘경건한 40일 탄소금식’이나 ‘플라스틱 감축 40일’ 등으로 훈련하면, 창조세계를 돌보는 방식으로 예배하고 교육할 뿐 아니라 선교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둘째는, ‘교육’이다. 녹색교회(학교) 교육은 창조의 부르심과 신음하는 동료 피조물을 기억하며, 다량의 탄소를 배출하는 옛 습관을 버리고 탐욕에서 자유로운 새들처럼 가볍게 살게 하는 데 중점을 둔다. 가난한 이웃이나 동식물을 대신하여 목소리를 내고, 지속가능 하고 에너지효율이 높은 생활을 하며, 창조세계와 더불어 정원을 가꾸는 일을 교육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창조세계가 하나님의 것임을 인정함으로써, 가볍게 먹고 입고 머물며 쓰레기 없는 삶을 살면서 지역사회는 물론 지구의 이웃이 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탄소중립은 몇몇 개인의 실천을 넘어 사회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후에라야 이룰 수 있는 일이다.
이를 위해 계속 함께 공부하며 공동체를 단단히 세워가야 하니, 교회 내에 「탄소제로 녹색교회를 위한 ‘환경선교사’ 과정」과 같은 교육을 진행해볼 것을 권한다. 특별히 교육에 있어서는 다음세대가 중요한데, 지금의 위기에 대해 그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 또한 환경력에 따라 월 1회 지구를 기억하는 ‘지구(묵상) 주일’을 지켜 신음하는 피조물 앞에 당당한 하나님의 자녀요 만물의 화해자 되신 예수님의 제자로 자랄 수 있게 도와야 한다. 가능하다면 교회학교나 부서(환경부) 차원에서 마을 안 생태환경자원을 발굴하여 ‘숲 지도’를 만들고, 이를 토대로 ‘숲(자연) 학교’를 운영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하나님과 동료 피조물을 연결함으로써, 매주 드리는 예배와 교육, 봉사 활동은 물론, 전기와 가스, 물 사용이나 물건을 구매할 때 다른 선택을 고려하여 공존하는 삶을 살게 해줄 것이다.
셋째는 ‘실천’이다. 교육을 통해 행동할 신앙공동체를 세웠다면, 작더라도 실천프로젝트를 실행할 일이다. 교회가 온실가스 배출량과 배출원을 조사해 ‘온실가스 인벤토리(활동에 따른 탄소 배출 및 흡수량)’를 구축하는 것을 시작으로, 지역사회가 탄소중립을 실질적으로 이뤄가게 하는 것은 기후위기 시대를 사는 교회가 감당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교회도 탄소중립을 하려면,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 개인이나 기업, 국가 등의 다양한 활동이나 상품 생산 및 소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총량)을 통해 에너지 소비습관을 점검하고, 모임 시 적절한 규모의 공간을 선택함으로써 전자기기 및 단열 등 에너지효율을 높여야 할 것이다. 탄소중립을 실질적으로 이루려면, 태양광을 통한 전기 생산은 필수이고 ‘지구 사랑 탄소제로’ 걷기 캠페인을 통해 걷는 만큼 선교비를 매칭하여 ‘환경살림 나눔발전소’를 세울 수도 있다.
교회 입구에는 자전거 거치대를 두어 세상과 교회를 연결하되, 가까운 버스나 지하철 안내판을 설치하여 대중교통 이용의 활성화를 꾀해도 좋다. 차 없는 주일을 정하여 지키되, 교통수단이 없는 노인 등 교통약자들을 잊어선 안 된다. 교회 안의 쓰레기를 살펴 낭비를 줄이거나 친환경 제품으로 바꾸고, 지역주민과 연대하여 물건 공유나 재사용 문화를 확산하고, 재활용 가능 자원을 찾아 직접 그 순환을 돕는 ‘제로웨이스트 샵’을 운영할 수도 있다. 교회 정수기나 화장실 등에는 물 절약 및 텀블러 사용이나 손수건 사용을 권장하는 포스터를 붙여 환경의식을 높여도 좋다.
먹는 것은 창조세계를 돌보는 윤리적 식사로 하되, 지역에서 생산된 안전한 먹거리를 공정한 가격으로 구입해서 필요만큼 직접 차려 먹도록 권장하면 좋겠다. 교회숲밭(정원)을 만들어 공동으로 심고 가꾸고 수확하는 것은, 공동체 내 어려운 이웃에 대한 돌봄을 위해서도 의미가 크다. 필요하다면 한 달에 한 번 정도 농촌교회 생산물이나 공정무역 제품을 연결해 상생의 관계를 형성하는 것도 좋다.
좀 더 힘을 낼 수 있다면, 지구 생태계 복원을 위한 실천 계획을 세워도 좋겠다. 교회 주변의 손상된 지역이 있다면 복원하는 활동을, 아직 손상되지 않은 곳이 있다면 보전 활동이나 토착생물들이 살 수 있도록 보호지역으로 지정하는 일을 계획해볼 수도 있다.
모두가 골고루 풍성한 삶을 누리는 ‘하나님 나라는 우리 안에 있고’(눅 17:21),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롬 8:28) 하셨다. 크고 작음에 상관없이 ‘영성’ ‘교육’ ‘실천’(행동)의 길을 걷는 교회마다 창조세계 안에서 깊이 연결되어 신음하는 피조물을 사랑하게 되길 소망한다. 창조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탄소제로 녹색교회’가 발하는 창조의 빛으로 인해 심히 아파하고 있는 지구가 온전히 회복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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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유미호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글을 열며
최근 들려오는 기후위기에 관한 각종 지표와 현상들이 우리를 숨 막히게 한다. 기후위기가 우리의 현재는 물론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세계, 커다란 위기의 풍랑 위로 몰아넣고 있다. 과학자들이 오래전부터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다고 경고해왔지만 우리는 외면해 왔다. 그로 인해 전 세계는 폭염뿐 아니라 이상 기상 현상과 그로 말미암은 식량 위기, 경제 위기, 안보 위기, 양극화 심화 등의 문제를 경고가 아닌 현실로 겪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교회가 먼저 할 일은 무엇일까? 그것은 위기 때마다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바라보는 것이 우선이다.
“내가 이제 새 일을 하려고 한다. 이 일이 이미 드러나고 있는데, 너희가 그것을 알지 못하겠느냐?
내가 반드시 광야에 길을 내겠으며, 사막에 강을 내겠다”
(사 43:19)
하나님은 이미 우리 안에 새로운 미래를 꿈꾸고 그 미래를 현실화해가는 이들을 두셨다. 화석연료를 대신할 풍력과 태양에너지, 새로운 방식의 운송수단, 녹색 일자리,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등 조용히 그러나 지속적이고 근원적으로 실천해온 이들이 있다. “피조물이 다 이제까지 함께 탄식하며 함께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을” 우리가 알게 되었지만 절망해서는 안 된다. 여전히 지구가 버티고 있고, 하나님이 친히 우리를 통해 새롭게 하는 일을 행하고 계신다.
다만 우리에게는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다. 지난 100년 동안 약 1도가 상승했는데, 상승하는 속도가 자연보다 10배나 빠르다. 지난 80만 년 동안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300ppm이상으로 상승한 적이 없었는데, 현재 이산화탄소 농도는 420ppm 가까이 치솟았다. 이렇게 되기까지 우리는 수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가 지난 30년 동안 6차 보고서를 내면서 인간의 책임을 밝혀왔지만 우리는 부인하거나 침묵했고 책임을 전가해왔다. 그 ‘책임이 90% 이상 우리에게 있다’고 밝혀진 이후로도 10년의 시간을 허비했고, 이제 ‘명백한(99~100%)’ 사실이 되었다.
지역에너지, 에너지 자립마을 그리고 교회
우리 교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우리가 살길은, 위기를 분명히 인지하고,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우리보다 앞서 기도하시는 성령님과 더불어 기도하는 데 있다. 그리고 우리의 일상과 사회 속에 녹색(창조)의 빛을 발함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는 데 있다. 교회적으로는, 자신이 다니는 교회 내 위치나 모임 인원에 상관없이 ‘탄소제로 녹색교회’를 결심하고 선언해볼 일이다. 탄소제로 녹색교회는 멀리 있지 않다. 창조주 하나님을 알아채는 교우들이 늘어나면, 공동체 안에 자연스럽게 창조의 빛이 짙어질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교회는 잠재적 녹색교회다. 이를 드러내게 돕는 것이 자기 선언이다. 누구든 모임을 만들고, 비전에 동의하는 이들을 모아 ‘탄소제로 녹색교회’ 선언을 하면 된다는 얘기다. 교회와 사회의 핵심리더를 비롯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폭넓은 공감대를 만들어가는 일이 중요한 과제인데, 창조세계의 탄식 속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들으며 계속 소통한다면 그들 역시 기꺼이 함께 걸을 것이다.
둘째 단계는, 교회의 탄소 배출량을 산출하고 그 출처를 분석하는 일이다. 전기와 가스 등 건물 에너지, 교통, 물, 음식, 종이 사용량 및 쓰레기 배출량에 대해 단순히 확인하는 수준을 넘어 구체적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이행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이는 지금의 기후위기에 대한 자기 책임을 확인하게 해주며, 지금껏 지구에 부담을 준 생활방식에 대한 회개와 책임 있는 행동을 하게 돕는다. 스스로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는 저울 위에 올라선다는 것은, 교회가 줄일 수 있는 배출량이 어느 정도이고, 그를 위해 치러야 할 대가는 얼마이며, 시간은 얼마나 걸릴지 구체적으로 분석하는 노력을 기울인다는 의미이다.
셋째 단계는, 탄소 배출을 줄이거나 멈추기 위해 교회가 해야 할 일을 구체적으로 선택하고 행동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체계적인 모니터링 작업은 필수다. 그래야 추후 거둔 성과를 평가하고 아쉬운 점을 되짚어 전 과정을 더 나은 실천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건 전 교회의 지지를 얻는 것이다. 실천에 따른 효과를 공유해 참여를 독려하고 지속적 실천을 이끌 수도 있는데, 이 과정에서 소외되어 있거나 힘겨워하는 이는 없는지 살피고 배려해야 한다.
이 같은 시도로 실질적 탄소중립의 효과를 내려면 다음 세 가지 실천이 필수적이다.
첫째는 ‘영성’ 즉 ‘성서와 환경’ ‘생태 영성’에 대해 공부하면서, 창조세계의 모든 것 안에서 하나님을 발견하고 하나님 안에서 모든 것을 발견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지구를 위한 중보기도’(Christian Earth Hour) 시간을 갖는다면, 위기를 넘어서게 하는 담대한 행동도 가능할 것이다. 또 이를 통해 창조주 하나님의 사랑을 믿으며 창조의 선물인 자연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깊이 감사할 줄 알게 된다면, 지속 가능한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사순절 등 신앙 절기에 맞춰 ‘경건한 40일 탄소금식’이나 ‘플라스틱 감축 40일’ 등으로 훈련하면, 창조세계를 돌보는 방식으로 예배하고 교육할 뿐 아니라 선교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둘째는, ‘교육’이다. 녹색교회(학교) 교육은 창조의 부르심과 신음하는 동료 피조물을 기억하며, 다량의 탄소를 배출하는 옛 습관을 버리고 탐욕에서 자유로운 새들처럼 가볍게 살게 하는 데 중점을 둔다. 가난한 이웃이나 동식물을 대신하여 목소리를 내고, 지속가능 하고 에너지효율이 높은 생활을 하며, 창조세계와 더불어 정원을 가꾸는 일을 교육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창조세계가 하나님의 것임을 인정함으로써, 가볍게 먹고 입고 머물며 쓰레기 없는 삶을 살면서 지역사회는 물론 지구의 이웃이 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탄소중립은 몇몇 개인의 실천을 넘어 사회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후에라야 이룰 수 있는 일이다.
이를 위해 계속 함께 공부하며 공동체를 단단히 세워가야 하니, 교회 내에 「탄소제로 녹색교회를 위한 ‘환경선교사’ 과정」과 같은 교육을 진행해볼 것을 권한다. 특별히 교육에 있어서는 다음세대가 중요한데, 지금의 위기에 대해 그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 또한 환경력에 따라 월 1회 지구를 기억하는 ‘지구(묵상) 주일’을 지켜 신음하는 피조물 앞에 당당한 하나님의 자녀요 만물의 화해자 되신 예수님의 제자로 자랄 수 있게 도와야 한다. 가능하다면 교회학교나 부서(환경부) 차원에서 마을 안 생태환경자원을 발굴하여 ‘숲 지도’를 만들고, 이를 토대로 ‘숲(자연) 학교’를 운영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하나님과 동료 피조물을 연결함으로써, 매주 드리는 예배와 교육, 봉사 활동은 물론, 전기와 가스, 물 사용이나 물건을 구매할 때 다른 선택을 고려하여 공존하는 삶을 살게 해줄 것이다.
셋째는 ‘실천’이다. 교육을 통해 행동할 신앙공동체를 세웠다면, 작더라도 실천프로젝트를 실행할 일이다. 교회가 온실가스 배출량과 배출원을 조사해 ‘온실가스 인벤토리(활동에 따른 탄소 배출 및 흡수량)’를 구축하는 것을 시작으로, 지역사회가 탄소중립을 실질적으로 이뤄가게 하는 것은 기후위기 시대를 사는 교회가 감당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교회도 탄소중립을 하려면,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 개인이나 기업, 국가 등의 다양한 활동이나 상품 생산 및 소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총량)을 통해 에너지 소비습관을 점검하고, 모임 시 적절한 규모의 공간을 선택함으로써 전자기기 및 단열 등 에너지효율을 높여야 할 것이다. 탄소중립을 실질적으로 이루려면, 태양광을 통한 전기 생산은 필수이고 ‘지구 사랑 탄소제로’ 걷기 캠페인을 통해 걷는 만큼 선교비를 매칭하여 ‘환경살림 나눔발전소’를 세울 수도 있다.
교회 입구에는 자전거 거치대를 두어 세상과 교회를 연결하되, 가까운 버스나 지하철 안내판을 설치하여 대중교통 이용의 활성화를 꾀해도 좋다. 차 없는 주일을 정하여 지키되, 교통수단이 없는 노인 등 교통약자들을 잊어선 안 된다. 교회 안의 쓰레기를 살펴 낭비를 줄이거나 친환경 제품으로 바꾸고, 지역주민과 연대하여 물건 공유나 재사용 문화를 확산하고, 재활용 가능 자원을 찾아 직접 그 순환을 돕는 ‘제로웨이스트 샵’을 운영할 수도 있다. 교회 정수기나 화장실 등에는 물 절약 및 텀블러 사용이나 손수건 사용을 권장하는 포스터를 붙여 환경의식을 높여도 좋다.
먹는 것은 창조세계를 돌보는 윤리적 식사로 하되, 지역에서 생산된 안전한 먹거리를 공정한 가격으로 구입해서 필요만큼 직접 차려 먹도록 권장하면 좋겠다. 교회숲밭(정원)을 만들어 공동으로 심고 가꾸고 수확하는 것은, 공동체 내 어려운 이웃에 대한 돌봄을 위해서도 의미가 크다. 필요하다면 한 달에 한 번 정도 농촌교회 생산물이나 공정무역 제품을 연결해 상생의 관계를 형성하는 것도 좋다.
좀 더 힘을 낼 수 있다면, 지구 생태계 복원을 위한 실천 계획을 세워도 좋겠다. 교회 주변의 손상된 지역이 있다면 복원하는 활동을, 아직 손상되지 않은 곳이 있다면 보전 활동이나 토착생물들이 살 수 있도록 보호지역으로 지정하는 일을 계획해볼 수도 있다.
모두가 골고루 풍성한 삶을 누리는 ‘하나님 나라는 우리 안에 있고’(눅 17:21),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롬 8:28) 하셨다. 크고 작음에 상관없이 ‘영성’ ‘교육’ ‘실천’(행동)의 길을 걷는 교회마다 창조세계 안에서 깊이 연결되어 신음하는 피조물을 사랑하게 되길 소망한다. 창조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탄소제로 녹색교회’가 발하는 창조의 빛으로 인해 심히 아파하고 있는 지구가 온전히 회복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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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유미호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