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기원과 나의 믿음
글ㅣ최승언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지구과학교육과 명예교수
기원이라는 용어를 들을 때면 1972년 대학교 1학년 때에 ‘일반물리학’을 수강했을 때가 생각이 난다. 그 과목을 강의하셨던 권숙일 교수님은 첫 시간에 “앞으로의 물리학 연구는 세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그 첫 번째가 우주의 기원을, 두 번째가 입자의 궁극을, 세 번째가 생명의 기원을 물리학적으로 설명하는 것이다.”라고 하셨다. 나는 권숙일 교수님의 이 말씀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내가 지니고 있었던 물리학 수준은 고등학교 정도의 물리 내용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단순한 물리 문제를 해결하는 게 전부였지 그 수준의 물리 내용도 물리학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생각해 본 적도 없고, 들어본 적도 없었다.
그리고 이제 2024년, 지난 50년 동안 내게 가까운 천문학에서는, 그리고 입자물리학에서는 우주의 기원과 입자의 궁극은 같은 문제가 되어 있으며 연구에서도 많은 발전이 있었다. 생명, 생물, 인류의 기원 같은 주제도 많은 발전이 있었지만, 우주의 기원이나 물질의 기원만큼은 접근하지는 못한 것으로 내게는 보인다.

프톨레마이오스 Claudius Ptolemy, 100–170 @wiki
그렇다면 우주의 기원에 대한 문제는 속 시원히 모두 해결되었을까? 그렇지는 않지만 많은 부분 해결했다고 볼 수 있다. 프톨레마이오스는 그의 책 <알마게스트> 서문에서 철학을 실천철학과 이론철학으로 나누고, 다시 아리스토텔레스를 인용하면서 이론철학을 자연학, 수학, 신학으로 나누고 있다. 그리고 자연학과 신학은 언제나 ‘잠정적인 추정(εἰκασία)’을 얻는다고 하였고, 수학은 ‘확실한 인식(κατάληψις ἐπιστημονικὴ)’을 준다고 하면서 태양, 달, 항성, 눈으로 관측되는 다섯 행성들의 위치 추보1)를 그 당시 수학인 기하학으로 설명하고 있다.

천동설로는 밤하늘에서 보이는 천체의 이동을 설명하기 위해 복잡한 궤도를 상정해야 했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wiki
프톨레마이오스의 연구는 거의 250년 전의 히파르코스의 연구를 계승하고 있고, 그 후 이슬람 천문학자들, 유럽의 우리가 잘 아는 코페르니쿠스, 티코 브라헤, 케플러, 뉴턴 그리고 현대 천문학에서도 이러한 태양, 달, 오행성의 위치 추보는 지난 2000년 동안의 방법을 거의 그대로 따르고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모델이 더욱 정교해지고, 사용하는 여러 상수들이 관측에 의해 더욱 상세해져 위치 추보의 오차 범위는 실제와 거의 같아지게 되었다. 과학의 결과들이 ‘잠정적 추정’이기는 하나 실제에 접근하고 있음을 본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서 유일하게 관측할 수 있는 ‘우리우주’에 대한 연구도 지난 100년 사이에 이룩된 것이기에 ‘잠정적 추정’의 연속이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욱 상세해지고, 실제 우주의 모습을 그려 내고 있다는 것도 부정하기 어렵다.
우주에 대한 첫 인식은 무한하고, 시간에 따라 변함이 없는 ‘정적인 우주’였다. 그래서 알버트 아인슈타인도 1915년 자신의 ‘장방정식’에 상수를 도입하여 ‘정적인 우주’를 설명하려 하였다. 그러나 1922년 알렉산더 프리드만은 같은 ‘장방정식’을 이용하여 ‘팽창하는 우주’를 유도했고, 1927년 신부인 조지 르메트르도 ‘팽창하는 우주’를 유도하면서 우주는 지구로부터 거리에 따라 더 빨리 팽창하고, 팽창속력과 거리의 비(현재 ‘허블 상수’라고 일컬어짐)는 일정하다는 현재 ‘허블-르메트르 법칙’을 이론적으로 유도하게 된다. 1929년 에드윈 허블은 윌슨산 천문대의 100인치 망원경을 이용하여 ‘허블 상수’를 관측으로 알아내고, ‘팽창하는 우주’에 힘을 싣는다. 드디어 1948년 조지 가모브는 우리 우주의 초기에는 매우 뜨거웠기에 수소와 헬륨 같은 입자들이 만들어지고, 초기 우주의 잔재(지금은 ‘우주배경복사’로 알려짐.)가 7°K 정도의 복사로 관측될 것이라고 이론적으로 예견하였다.
물론 같은 해인 1948년에 프레드 호일, 토마스 골드, 헤르만 본디는 ‘정상 우주’를 주장하였다. 즉 우주가 팽창하더라도 우주는 항상 한결같은 상태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즉 우주의 팽창으로 밀도가 낮아지면 그 만큼 물질이 생성되어 현재 우주의 밀도와 같은 밀도를 유지한다는 우주론이다. 1949년에 프레드 호일은 영국 BBC방송에 나와 처음 ‘팽창하는 우주’를 설명하면서 비꼬듯이 대폭발(Big Bang)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고 한다. 그래서 현재는 ‘정상 우주’가 아닌 ‘팽창하는 우주’를 ‘대폭발 우주’ 혹은 ‘빅뱅 우주’라 부르고 이를 설명하는 이론을 ‘빅뱅우주론’이라 부른다. 그리고 현재는 거의 모든 과학자들이 동의하는, 우주를 설명하는 유일한 이론이라는 뜻으로 ‘표준빅뱅이론’이라 불리운다.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 cosmic microwave background @wiki
1965년 펜지아스와 윌슨은 벨랩연구소의 전파망원경으로 우연히 ‘우주배경복사’를 발견하게 되어 ‘빅뱅우주론’은 정설로 굳어지게 되었다. 우주배경복사는 우리 우주가 복사에 의해 투명해 지는 우주 초기의, 대략 빅뱅 후 35만년 후의 모습을 보여 준다. 우주 아주 초기, 팽창 후 3분 이내에 수소와 헬륨이 만들어지고, 그 전에 수소 및 헬륨을 이루는 쿼크 입자들이 만들어 진다는 것은 입자가속기 실험을 통하여 알게 되었다. 즉 입자의 궁극을 이해하는 ‘표준이론’이 지금은 거의 정설이 되었다. ‘빅뱅우주론’의 몇 가지의 모순을 설명하기 위해 ‘초팽창(Inflation) 우주론’이 개발되어 우주의 아주 아주 초기에 우리 우주에 초팽창이 있었다고 지금은 잠정적으로, 이론으로, 추정하고 있다. 더구나 우주망원경을 이용한 우주배경복사 관측과 아주 먼 곳의 초신성 관측에 의한 우주 팽창의 양상은 우리 우주가 감속 팽창을 하다가 ‘암흑에너지’에 의해 가속 팽창하고 있다는 ‘가속팽창우주론’을 이야기 하고 있다. ‘초팽창우주’나 ‘가속팽창우주’는 모두 ‘빅뱅우주’를 더 상세하게, 더 잘 설명하는 빅뱅우주론 안에 포함된 이론들이다. 따라서 ‘표준빅뱅우주론’은 현재 우주를 가장 잘 설명하는 ‘잠정적 추정’이자 실제라고 말 할 수 있다.
빅뱅우주론, 우주의 타임라인 @NASA
우리 우주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천문학자들이 지난 100년 동안에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 왔는지를 위의 아주 짧은 언급을 통해 조금은 이해되었으리라 생각된다. 이러한 공부를 한 천문학자로서 내가 어떻게 기독교인이 되었는가를 묻는 기독교인들이 많이 있는 것으로 안다. 어떻게 창세기 1장 1절에 나오는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를 믿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물론 나는 그 어떤 과학적인, 혹은 신학적인 설명을 통해서 이러한 믿음을 증명해 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긴다. ‘강한 인류원리’, 혹은 삼위일체 하나님께서 우주를 창조하시면서 어떻게 관여하셨는가에 대한 신학적 설명도 우리에게는 설득력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내게 지금 더 설득력이 있는, 내 믿음을 굳게 해주는 것은 ‘자연(Nature)’이라는 단어이다. 나에게 ‘자연스럽다’는 말이 언제부터인가 ‘하나님께서 함께 하신다.’라는 의미로 다가왔다. 지금 현재 우주를 지배하는 가장 미약하지만 우주 전체를 지배하는 힘은 중력인 만유인력이다. 이 힘에 의해 우주의 대부분의 시간 동안에 지금의 우주를 만들어 냈다고 하면 과장되었을까? 이 힘은 우주 초기에도, 지금 현재에도, 우주 어느 곳에서도 같은 모습으로 작용한다. 마치 하나님의 속성과 같다. 이 힘 이외에도 전자기력, 강한 핵력, 약한 핵력이 있지만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힘이 중력이다. 그래서 그런지 우주를 공부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중력, 중력장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우주의 많은 현상이 자연스럽게 중력장 안에서 이루어지기에 나의 마음에는 하나님께서 함께 하신다로 연결이 되곤 한다. 물론 나중에 로마서 1장 20절 상반절에 ‘창세로부터 그의 보이지 아니하는 것들 곧 그의 영원하신 능력과 신성이 그가 만드신 만물에 분명히 보여 알려졌나니’라고 사도 바울이 신앙 고백한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창세기 1장에 나오는 우주의 이야기는 지금의 ‘빅뱅우주론’의 이야기와는 다르다. 그 당시 창세기를 기록한 사람은 그 당시의 우주론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 우주론을 통해 창조의 하나님을 찬양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피조물들이 하나님께서 창조해 주신 대로 하나님과 함께 하면서 부여받은 능력대로 살아가는 것이 7일째에 하나님께서 안식하셨다는 의미와 통하지 않았겠는가? 그렇다면 우주에 대한 설명인 우주론이 실제를 의미하는 잠정적 추정이기에 지금은 ‘빅뱅우주론’에 대한 우주의 설명을 통해 창조의 하나님을 신앙 고백하여도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더구나 모세오경을 통해 이러한 창조의 하나님께서 부여하신 것들을 누리지 못하는 히브리인들이 당대의 우주론으로 누릴 수 있는 상태로 구원해 주시는 모습을 읽어 내지 않는가? 그렇다면 ‘빅뱅우주론’에 의해 창조의 하나님을 믿는 나도 그 하나님께서 내가 하나님의 나라에 있다는 복음을 주셨다고 믿게 되었다.
그런데 ‘다중우주’라는 이론을 갖고 우리 우주는 우연히 만들어졌으니 하나님은 없다는 무신론자들의 믿음도, 성경을 이용하여 우주의 나이를 추정한 어셔 신부의 우주의 나이를 그대로 성경적이라고 믿는 믿음도, 또한 ‘빅뱅우주론’ 대신 창세기의 우주론을 변형한 다른 우주론을 우주를 설명하는 바른 우주론이라고 주장하는 어떤 이들의 믿음도, 각자의 믿음이기는 하다. 나는 나의 믿음을 포함한 이러한 믿음들의 어떤 한 믿음이 기독교인이든 비기독교인이든 각자가 가질 수 있는 믿음의 형태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이러한 믿음 중에 기독교인이 가져야 하는 건강한 믿음이 무엇인지를 이제 기독교인이라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더구나 이러한 믿음은 교회에서는 구원의 문제로, 신학의 문제로, 우리 사회에서는 교육의 문제로, 과학 공부와 연구로까지 연결되기에 교회마다 심사숙고하여야 할 것이다. 더구나 학교의 과학 공부에는 현재까지 과학자 사회에서 받아들여지는 과학 내용이 들어가야지 과학자 사회에서 허용하지 않는 내용이 들어가서는 안 된다. 과학자 사회에서는 과학자들의 과학 연구 내용이 과학자들이 서로 엄격하게 비판적으로 검증하여 통과하도록 한다. 그러기에 과거의 ‘잠정적 추정’보다는 현재의 ‘잠정적 추정’이 보다 실제에 가장 가깝다. 그러기에 창세기를 만약 현재 다시 쓴다면 현재의 ‘빅뱅우주론’이 들어간 우주론으로 창조의 하나님을 언급하여야 한다.
이제 말을 맺는다. 우주의 기원을 설명하는 ‘표준빅뱅이론’이 여전히 완벽하지는 않지만 가장 실제에 가까운 ‘잠정적 추정’이므로 창조의 하나님을 신앙고백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 더구나 이 이론을 공부하면 할수록 자연의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으로 들어가고, 하나님의 전지전능과 무소부재와 연결됨을 부정할 수가 없다. 이러한 믿음은 나의 천문학 공부와 성경의 메시지 정보가 서로 연결되고 창발되어 나타난 것이기에 내 마음속에 나타난, 하나님께서 주신, 새창조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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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추보 推步 : 천체의 운행을 관측함
우주의 기원과 나의 믿음
글ㅣ최승언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지구과학교육과 명예교수
기원이라는 용어를 들을 때면 1972년 대학교 1학년 때에 ‘일반물리학’을 수강했을 때가 생각이 난다. 그 과목을 강의하셨던 권숙일 교수님은 첫 시간에 “앞으로의 물리학 연구는 세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그 첫 번째가 우주의 기원을, 두 번째가 입자의 궁극을, 세 번째가 생명의 기원을 물리학적으로 설명하는 것이다.”라고 하셨다. 나는 권숙일 교수님의 이 말씀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내가 지니고 있었던 물리학 수준은 고등학교 정도의 물리 내용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단순한 물리 문제를 해결하는 게 전부였지 그 수준의 물리 내용도 물리학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생각해 본 적도 없고, 들어본 적도 없었다.
그리고 이제 2024년, 지난 50년 동안 내게 가까운 천문학에서는, 그리고 입자물리학에서는 우주의 기원과 입자의 궁극은 같은 문제가 되어 있으며 연구에서도 많은 발전이 있었다. 생명, 생물, 인류의 기원 같은 주제도 많은 발전이 있었지만, 우주의 기원이나 물질의 기원만큼은 접근하지는 못한 것으로 내게는 보인다.
프톨레마이오스 Claudius Ptolemy, 100–170 @wiki
그렇다면 우주의 기원에 대한 문제는 속 시원히 모두 해결되었을까? 그렇지는 않지만 많은 부분 해결했다고 볼 수 있다. 프톨레마이오스는 그의 책 <알마게스트> 서문에서 철학을 실천철학과 이론철학으로 나누고, 다시 아리스토텔레스를 인용하면서 이론철학을 자연학, 수학, 신학으로 나누고 있다. 그리고 자연학과 신학은 언제나 ‘잠정적인 추정(εἰκασία)’을 얻는다고 하였고, 수학은 ‘확실한 인식(κατάληψις ἐπιστημονικὴ)’을 준다고 하면서 태양, 달, 항성, 눈으로 관측되는 다섯 행성들의 위치 추보1)를 그 당시 수학인 기하학으로 설명하고 있다.
천동설로는 밤하늘에서 보이는 천체의 이동을 설명하기 위해 복잡한 궤도를 상정해야 했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wiki
물론 같은 해인 1948년에 프레드 호일, 토마스 골드, 헤르만 본디는 ‘정상 우주’를 주장하였다. 즉 우주가 팽창하더라도 우주는 항상 한결같은 상태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즉 우주의 팽창으로 밀도가 낮아지면 그 만큼 물질이 생성되어 현재 우주의 밀도와 같은 밀도를 유지한다는 우주론이다. 1949년에 프레드 호일은 영국 BBC방송에 나와 처음 ‘팽창하는 우주’를 설명하면서 비꼬듯이 대폭발(Big Bang)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고 한다. 그래서 현재는 ‘정상 우주’가 아닌 ‘팽창하는 우주’를 ‘대폭발 우주’ 혹은 ‘빅뱅 우주’라 부르고 이를 설명하는 이론을 ‘빅뱅우주론’이라 부른다. 그리고 현재는 거의 모든 과학자들이 동의하는, 우주를 설명하는 유일한 이론이라는 뜻으로 ‘표준빅뱅이론’이라 불리운다.
1965년 펜지아스와 윌슨은 벨랩연구소의 전파망원경으로 우연히 ‘우주배경복사’를 발견하게 되어 ‘빅뱅우주론’은 정설로 굳어지게 되었다. 우주배경복사는 우리 우주가 복사에 의해 투명해 지는 우주 초기의, 대략 빅뱅 후 35만년 후의 모습을 보여 준다. 우주 아주 초기, 팽창 후 3분 이내에 수소와 헬륨이 만들어지고, 그 전에 수소 및 헬륨을 이루는 쿼크 입자들이 만들어 진다는 것은 입자가속기 실험을 통하여 알게 되었다. 즉 입자의 궁극을 이해하는 ‘표준이론’이 지금은 거의 정설이 되었다. ‘빅뱅우주론’의 몇 가지의 모순을 설명하기 위해 ‘초팽창(Inflation) 우주론’이 개발되어 우주의 아주 아주 초기에 우리 우주에 초팽창이 있었다고 지금은 잠정적으로, 이론으로, 추정하고 있다. 더구나 우주망원경을 이용한 우주배경복사 관측과 아주 먼 곳의 초신성 관측에 의한 우주 팽창의 양상은 우리 우주가 감속 팽창을 하다가 ‘암흑에너지’에 의해 가속 팽창하고 있다는 ‘가속팽창우주론’을 이야기 하고 있다. ‘초팽창우주’나 ‘가속팽창우주’는 모두 ‘빅뱅우주’를 더 상세하게, 더 잘 설명하는 빅뱅우주론 안에 포함된 이론들이다. 따라서 ‘표준빅뱅우주론’은 현재 우주를 가장 잘 설명하는 ‘잠정적 추정’이자 실제라고 말 할 수 있다.
우리 우주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천문학자들이 지난 100년 동안에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 왔는지를 위의 아주 짧은 언급을 통해 조금은 이해되었으리라 생각된다. 이러한 공부를 한 천문학자로서 내가 어떻게 기독교인이 되었는가를 묻는 기독교인들이 많이 있는 것으로 안다. 어떻게 창세기 1장 1절에 나오는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를 믿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물론 나는 그 어떤 과학적인, 혹은 신학적인 설명을 통해서 이러한 믿음을 증명해 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긴다. ‘강한 인류원리’, 혹은 삼위일체 하나님께서 우주를 창조하시면서 어떻게 관여하셨는가에 대한 신학적 설명도 우리에게는 설득력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내게 지금 더 설득력이 있는, 내 믿음을 굳게 해주는 것은 ‘자연(Nature)’이라는 단어이다. 나에게 ‘자연스럽다’는 말이 언제부터인가 ‘하나님께서 함께 하신다.’라는 의미로 다가왔다. 지금 현재 우주를 지배하는 가장 미약하지만 우주 전체를 지배하는 힘은 중력인 만유인력이다. 이 힘에 의해 우주의 대부분의 시간 동안에 지금의 우주를 만들어 냈다고 하면 과장되었을까? 이 힘은 우주 초기에도, 지금 현재에도, 우주 어느 곳에서도 같은 모습으로 작용한다. 마치 하나님의 속성과 같다. 이 힘 이외에도 전자기력, 강한 핵력, 약한 핵력이 있지만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힘이 중력이다. 그래서 그런지 우주를 공부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중력, 중력장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우주의 많은 현상이 자연스럽게 중력장 안에서 이루어지기에 나의 마음에는 하나님께서 함께 하신다로 연결이 되곤 한다. 물론 나중에 로마서 1장 20절 상반절에 ‘창세로부터 그의 보이지 아니하는 것들 곧 그의 영원하신 능력과 신성이 그가 만드신 만물에 분명히 보여 알려졌나니’라고 사도 바울이 신앙 고백한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창세기 1장에 나오는 우주의 이야기는 지금의 ‘빅뱅우주론’의 이야기와는 다르다. 그 당시 창세기를 기록한 사람은 그 당시의 우주론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 우주론을 통해 창조의 하나님을 찬양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피조물들이 하나님께서 창조해 주신 대로 하나님과 함께 하면서 부여받은 능력대로 살아가는 것이 7일째에 하나님께서 안식하셨다는 의미와 통하지 않았겠는가? 그렇다면 우주에 대한 설명인 우주론이 실제를 의미하는 잠정적 추정이기에 지금은 ‘빅뱅우주론’에 대한 우주의 설명을 통해 창조의 하나님을 신앙 고백하여도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더구나 모세오경을 통해 이러한 창조의 하나님께서 부여하신 것들을 누리지 못하는 히브리인들이 당대의 우주론으로 누릴 수 있는 상태로 구원해 주시는 모습을 읽어 내지 않는가? 그렇다면 ‘빅뱅우주론’에 의해 창조의 하나님을 믿는 나도 그 하나님께서 내가 하나님의 나라에 있다는 복음을 주셨다고 믿게 되었다.
그런데 ‘다중우주’라는 이론을 갖고 우리 우주는 우연히 만들어졌으니 하나님은 없다는 무신론자들의 믿음도, 성경을 이용하여 우주의 나이를 추정한 어셔 신부의 우주의 나이를 그대로 성경적이라고 믿는 믿음도, 또한 ‘빅뱅우주론’ 대신 창세기의 우주론을 변형한 다른 우주론을 우주를 설명하는 바른 우주론이라고 주장하는 어떤 이들의 믿음도, 각자의 믿음이기는 하다. 나는 나의 믿음을 포함한 이러한 믿음들의 어떤 한 믿음이 기독교인이든 비기독교인이든 각자가 가질 수 있는 믿음의 형태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이러한 믿음 중에 기독교인이 가져야 하는 건강한 믿음이 무엇인지를 이제 기독교인이라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더구나 이러한 믿음은 교회에서는 구원의 문제로, 신학의 문제로, 우리 사회에서는 교육의 문제로, 과학 공부와 연구로까지 연결되기에 교회마다 심사숙고하여야 할 것이다. 더구나 학교의 과학 공부에는 현재까지 과학자 사회에서 받아들여지는 과학 내용이 들어가야지 과학자 사회에서 허용하지 않는 내용이 들어가서는 안 된다. 과학자 사회에서는 과학자들의 과학 연구 내용이 과학자들이 서로 엄격하게 비판적으로 검증하여 통과하도록 한다. 그러기에 과거의 ‘잠정적 추정’보다는 현재의 ‘잠정적 추정’이 보다 실제에 가장 가깝다. 그러기에 창세기를 만약 현재 다시 쓴다면 현재의 ‘빅뱅우주론’이 들어간 우주론으로 창조의 하나님을 언급하여야 한다.
이제 말을 맺는다. 우주의 기원을 설명하는 ‘표준빅뱅이론’이 여전히 완벽하지는 않지만 가장 실제에 가까운 ‘잠정적 추정’이므로 창조의 하나님을 신앙고백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 더구나 이 이론을 공부하면 할수록 자연의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으로 들어가고, 하나님의 전지전능과 무소부재와 연결됨을 부정할 수가 없다. 이러한 믿음은 나의 천문학 공부와 성경의 메시지 정보가 서로 연결되고 창발되어 나타난 것이기에 내 마음속에 나타난, 하나님께서 주신, 새창조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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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추보 推步 : 천체의 운행을 관측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