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신학에 대한 3가지 입장

과학과 신학의 대화
2023-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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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최첨단 과학의 폭발적 발전의 시대에 살아갑니다. 그래서 소위 과학의 시대에 어떻게 신앙을 유지할지, 그리고 과학과 신앙의 관계는 어떠해야 할 지 고민해야 합니다. 일찍이 이 문제에 대하여 고민을 하신 존 호트 교수는 과학과 신앙의 관계에 대하여 세 가지를 말합니다.


첫째는 갈등 입장입니다.

 

갈등의 입장은 과학으로 신앙을 부정하고, 반대로 신앙으로 과학을 무시하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신 무신론자라 할 수 있는 도킨스나 허친스 같은 사람들은, 이제 과학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에 신앙은 필요 없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과학은 우주의 기원, 생명의 기원, 의식의 기원 등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천문학은 우주의 기원을 빅뱅으로 설명하고, 생물학은 화학적 반응으로 이루어지는 생명의 탄생을, 그리고 뇌 과학은 정신은 뉴런의 작용이라고 말합니다. 따라서 신은 필요 없다고 말합니다.

 

이와 반대의 입장에 있는 근본주의 신앙에서는 과학에 대하여 불신합니다. 이들은 소위 토마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 같은 책을 근거로 과학도 상대적이고 시대에 제한되며 변하기 때문에 절대적이지 않다고 말합니다. 아울러 협소한 과학의 특정한 한계를 찾아서 신의 자리를 메우려 합니다. 소위 틈새의 신이라는 개념입니다. 혹, 과학을 이용해서 신앙을 증명하려 합니다. 이러한 것들이 갈등의 입장입니다.

 

둘째는 분리 입장입니다.

 

분리의 입장은 한 마디로 과학은 과학, 신학은 신학이라는 입장입니다. 과학은 보이는 현상, 물리적 현상, 관측되거나 실험할 수 있는 대상을 연구하는 분야이고, 신학은 보이지 않는 영역, 신비의 영역을 추구하는 분야라는 것입니다. 분리의 입장은 과학적 발견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과학적 발견이 신앙의 신비를 설명할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신앙은 과학을 넘어선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과학은 빅뱅 이론으로 기원을 설명할 수 있지만 빅뱅의 원인을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생명의 탄생 과정을 설명할 수 있지만 그 원인을 아직 밝혀내지 못합니다. 과학은 신의 존재를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각자의 영역에서 서로를 존중하자는 주장입니다.

 

이 주장은 상당히 좋게 들립니다. 매너 있게 들립니다. 하지만 자칫 이 입장에서는 과학과 신학의 영원한 분리가 될 수 있습니다. 평행선을 달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과학을 하는 신앙인은 학문의 영역에서는 합리성을, 신앙의 영역에서는 신비를 추구하는 분리된 상태에서 지내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세번째 입장 즉 대화를 추구합니다.

 

대화의 입장에서는 우선 현대 과학의 놀라운 성과를 인정합니다. 하지만 과학적 환원주의(과학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경계합니다. 이 지점에서는 분리의 입장과 유사합니다.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실제로 많습니다. 내가 왜 존재하는지, 내가 왜 아내를 사랑하는지, 내가 왜 신앙을 가지고 있는지 등은 과학의 설명을 넘어섭니다. 또한 진리라는 것이 꼭 과학적 증명을 해야 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과학적 증명을 넘어서는 진리 추구도 있습니다. 우리는 그런 것을 철학의 영역이라 합니다.

 

그렇다면 대화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현대의 과학적 발견이 우리의 신앙을 설명하는 것에 도움을 줄 수 있고, 따라서 과학도 신의 진리에 포함된다는 입장입니다. 존 폴킹혼, 프란시스 콜린스, 존 호트 등이 추구하는 입장입니다. 이를테면 물리학자이면서 신학자인 존 폴킹혼은 양자역학, 카오스 이론 등을 연구할 때 신의 섭리와 인간의 자유의지는 충돌하지 않고 병행할 수 있다는 것을 물리적으로 발견했다고 고백합니다.

 

존 호트는 과학에서 빅뱅 이론을 말하기 때문에 우리는 오히려 신학을 이야기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빅뱅 이론 이전의 우주론, 즉 정상이론에서는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그냥 영원한 우주를 말했습니다. 그 우주론에서는 오히려 힌두교나 불교의 영원회귀 사상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빅뱅 이론 우주론으로 인해 우리는 우주의 기원을 말할 수 있습니다. 신학의 기원을 증명할 수 있습니다.

 

또한 천문학에서 밝혀 낸 미세조정(우주는 중력과 전자기력, 강한 핵력과 약한 핵력으로 미세하게 조정되어 있다)은 신의 섭리를 물리적으로 접근하기에 용이합니다. 또한 우주는 빅뱅에서부터 현대까지 인류의 탄생을 의도하는 것처럼 미세하게 조정되어 왔다는 소위 인류원리는 창세기 1장을 설명하는 데 유용한 도구입니다. 이렇게 과학은 신학과 대화할 수 있고, 상호 보완적입니다.

 

아~ 물론 교황 비오 12세의 해프닝을 기억할 필요는 있습니다. 그는 빅뱅 이론이 나왔을 때 "하나님이 빅뱅을 일으키셨다."라고 섣불리 선언했다가 사과한 일이 있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이 빅뱅을 일으켰다고 말하진 않습니다. 빅뱅 이론도 바뀔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빅뱅 이론은 기원의 문제를 접근하는 데 유용합니다. 또한 이러한 우주적 대서사가 있기에 오늘날 신학은 계시를 하나님의 우주적 내러티브로 말합니다.

 

말이 좀 길었습니다. 여전히 과학과 신학은 풀어야 할 숙제가 많습니다. 그러나 서로 배격하지 않고 대화함으로써 서로를 존중하고 보완해 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라나는 청소년, 청년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과학과 교회에서 말하는 신앙을 혼돈하지 않고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이를 더욱 발전시키는 과학도가 되기를 격려할 것입니다.

 


“하늘이 하나님의 영광을 선포하고 궁창이 그의 손으로 하신 일을 나타내는도다.” 

시편 19:1




글 | 김양현

과신대 제주 북클럽지기를 맡고 있으며 과학과 신학의 대화 편집팀장으로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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