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학을 공격하는 창조과학의 무기

과학과 신학의 대화
2023-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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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오늘날 한국의 창조과학은 한자 해석, 반동성애에 이르기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러나 20세기 원조 창조과학은 현대 지질학을 반대하는, 반 지질학 운동으로 시작했다. 현대 지질학을 공격하는 창조과학의 무기들 중 가장 인기 있고 오래된 무기는 2개다. 지질주상도 허물기와 방사성 연대 측정법 의혹 제기가 그것이다, 이 무기는 모두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이하 안식교) 신자들에게서 시작했다.




충상단층으로 지질주상도를 공격하라


 창조과학적 지질학, 혹은 홍수 지질학의 아버지는 아시다시피, 헨리 모리스가 아니라 조지 맥크레디 프라이스(George McCready Price, 1870-1963)다. 그는 노아의 홍수와 지질학에 관한 엘런 화이트(안식교의 교주 같은 선지자)의 가르침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는데 전 생애를 헌신하리라는 소명감을 가지고 있었다. 프라이스는 흥미롭게도 생물학에는 큰 관심이 없었고, 지질학이 진화론의 거의 전부라고 생각했다. 그에게 지질주상도는 인간의 창작물에 지나지 않았다. 그가 고등교육기관에서 배운 것은 고전과 사범 과정 뿐이었는데, 타고난 문예적 자질을 발휘해서 지질주상도를 허물어뜨리기 위해 지속적으로 지질학에 관한 책들을 써냈다.


앨런 굴드 화이트
조지 맥크레디 프라이스


 그가 지질주상도를 무너뜨릴 약점으로 발견한 것이, 캐나다 앨버타에서 미국 몬타나까지 200km에 걸쳐 있는 광대한 단층, 루이스 충상단층(the Lewis Overthrust)이었다. 이웃한 지층들이 오랫동안 퇴적되면서 중단 없이 서로 순서 있게 차례대로 쌓여있는 상태가 정합이라면, 어긋나 있는 것이 단층이다. 단층 경사도에 의해 위쪽에 있는 암체를 상반(上盤, hanging wall), 아래쪽에 있는 암체를 하반(下盤, footwall)이라고 한다. 상반이 기울기를 따라 하반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가는 것이 자연스러우니 정단층 운동이며, 반대로 상반이 하반 위로 올라가는 것이 역단층 운동이다. 지각의 일부가 다른 지각 위로 올라가 있는 단층이 스러스트(thrust)인데, 경사도 10도미만으로 상반이 하반 위로(over) 운동한 것을 오버스러스트(overthrust) 혹은 충상단층이라고 한다.


 만약 오버스러스트가 된 상하반 양 지층들이 단층운동 이전에 정합 상태, 즉 중단 없이 순서 있게 쌓여있는 상태였다면, 오버스러스트(overthrust)의 결과는 겉보기에 상대적으로 젊은 지층(하반의 맨 윗 층) 위에 더 오래된 지층(상반의 맨 아래층)이 정합적으로 쌓여있는 것처럼 보인다. 루이스 충상단층이 바로 더 젊은 중생대 백악기 화석을 품은 지층 위에 고생대 캄브리아기 화석을 품은 지층이 정합적으로 쌓여 있었다. 프라이스는 루이스 충상단층을 기만적 단층이라고 명명하고, 이것이야말로 진화론의 가장 큰 약점이었고, 프라이스 평생의 무기가 되었다. 그 충상단층은 노아 홍수에 의해 처음부터 그런 순서대로 퇴적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책을 썼다. 처음에 그가 쓴 지질학 문헌에는 안식교 교주 엘런 화이트의 냄새가 많이 났지만, 이후 계속적으로 출판된 지질학 문헌은 제법 지질학 문헌다웠고, 근본주의자들에게 주목받을 수 있었다.


프라이스는 끊임없이 충상단층을 “기만적인 정합”이라고 공격했기에, 그 이후 저명한 창조과학자들이 루이스 충상단층을 방문했는데, 흥미로운 일들이 벌어졌다. 홍수지질학회(DGS)와 창조연구학회(CRS)에서 활동한 생물학 박사 월터 램머츠(Walter E. Lammerts, 1904-1996)는 헨리 모리스와 함께 20세기 후반 창조과학의 쌍두마차였다. 램머츠는 1956년 루이스 충상단층의 일부인 글레이셔 국립공원을 방문하여 공원 경비원의 안내로 충상단층을 직접 목격하였다. 그 결과 프라이스가 옳다고 그는 확신했고, 심지어 그가 이때 찍은 사진은 『창세기 대홍수』에도 삽입되기까지 했다.


램머츠는 대학교육을 받은 지구과학자와 동행하여 1962년에 한 번 더 충상단층을 탐방하였는데, 그와 동행한 학자들은 안식교출신의 젊은 학자들이었다. 램머츠는, 이 젊은 학자들이 루이스 충상단층을 보고서, 자신과 같은 확신을 가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안식교 출신의 학자들은 램머츠와 정반대의 확신을 가졌다. 학자들은 충상단층이 어떻게 가능한지 램머츠를 설득하려 했다.


창조과학자들은 루이스 충상단층에 관한 일화들을 이어갔다. 1980년대 창조과학자들 중에서 아주 희귀하게도, 자격을 갖춘 지질학자들 중에 한 명인 커트 와이즈(Kurt P. Wise, 1959-)도 충상단층을 인정했고, 지질주상도의 약점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충상단층에 관한 마지막 일화는 모르몬교로 알려진 예수그리스도 후기성도 교회의 지질학자들이다. 프라이스에게 전도당한 모르몬교 지도자들은 충상단층에 관해 전문가들의 견해를 구하였다. 모르몬교 지질학자들도 충상단층을 인정했다.


정리를 하자면, 비전문가인 프라이스, 생물학을 전공한 램머츠는 충상단층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지질학자들은 충상단층을 인정했다. 그리고 오늘날 한국창조과학회에 소개된 자료들 중에도 프라이스를 따라서 그런 역단층 운동의 가능성이야말로 진화론의 허구라고 주장하는 문서들을 접할 수 있다(예를 들어, “지질학적 충상단층의 문제점”(The Problem of Geological Overthrusts)).


캐나다 앨버타 ~ 미국 몬타나 까지의 단층, 루이스 충상단층




지질주상도와 무관한 다윈


 한국의 창조과학자들은 층서학의 유명한 지질주상도를 보여주면서 지질학자들이 찰스 다윈(Charles Robert Darwin, 1809-1882)의 진화론에 물든 이론들이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역사적인 순서는 진화론이 지질학을 변질시킨 것이 아니다. 다윈 이전에 하나님의 창조를 확신하고 있던 지질학자들은 이미 오랜 지구 이론을 믿고 있었다.


 다윈이 1859년 종의 기원을 발표하기 전에 영국의 지질학자들은 이미 오래된 지구를 믿고 있었고, 층서학의 용어들을 만들어졌다. 다윈은 어려서부터 생물과 지질학에 관심이 있었다. 1825년 부친의 열망에 의해 의학도로 에든버러 대학에 입학한 다윈은 지질학 강의를 들었고, 1827년 또 부친의 열망에 의해 성공회 신부가 되기 위해 케임브리지 신학과에 입학한 다윈은 성공회 성직자이자 지질학 교수 애덤 세지웍(Adam Sedgwick, 1785-1873)의 지질학 강의를 들었다. 세지웍은 1832년 층서학에 캄브리아라는 명칭을 창안했고, 또한 고생대라는 용어도 고안했다. 다윈은 창조론을 믿는 층서학자에게서 지질학을 배웠고, 비글호에 승선할 때, 박물학자의 자격으로 승선했다. 다원이 지질학을 오랜 지구론으로 물들인 것이 아니라, 지질학이 다윈을 오랜 지구론으로 물들였던 것이다.


찰스다윈(왼)과 세지윅(오)




방사성연대측정법을 공격하라


 창조과학이 지질학을 공격하는데 동원하는 또 다른 무기는 방사성연대측정법 의혹 제기다. 이 무기를 발견한 이는 클리포드 버딕(Clifford L. Burdick, 1894-1992)이라는 안식교 신자다. 가짜 박사학위 스캔들을 일으켰고, 심지어 석사학위까지도 가짜였던 창조과학자다. 그는 지질주상도를 무너뜨릴 지질학적 대발견을 무려 세 번이나 했는데, 그때마다 의심을 샀다. 그의 놀라운 발견들 지금 다 무시되었고, 정작 지금까지도 살아남아 맹위를 떨치고 있는 버딕의 무기가 방사성연대측정법 의혹 제기다. 


 20세기 초 방사성연대측정법이 개발되었을 때, 이 측정법은 완전한 기술이 아니었다. 불완전했다. 그래서 창조과학자들이 아니라 그냥 과학자들이 그런 연대측정이 부정확함을 문제 삼았다. 이것을 버딕이 알아차리고는 당시 창조과학계에 널리 알렸다. 그리하여 지금까지 맹위를 떨치고 있다.


 방사성연대측정법은 20세기 중반을 거쳐 개량되고, 다른 병행 측정법으로 보완되기를 거듭해서, 버딕이 그 당시 꼬집었던 문제들은 지금 다 해결되었다. 그런데도 창조과학자들은 교회를 돌아다니면서, 그 옛날 과거의 문제 있는 연대측정법의 웃기는 일화들을 널리 전파하면서 방사능연대측정법을 웃음거리로 만들고 있다. 나는 이들이 다 알고 있으면서도 모르는 척, 연대측정법 의혹 제기를 고의적으로 고집하는 것 같다. 그나마 과학자답게 문제 제기를 하는 창조과학자는 방사성 핵종의 붕괴상수에 관해 문제 삼는다. 붕괴상수들이 지금보다 과거에 더 빨랐다면 수천 년짜리 암석이 수백만 년짜리로 보인다는 것이다..


 러셀 험프리스라는 창조과학자는 6천 년 된 암석이 45억 년짜리 동위원소 비율을 보이려면 붕괴 속도가 75만 배 빨라야 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렇게 붕괴 속도가 빠르면 지구가 녹아버릴 수 있다고 하는데, 험프리스는 그렇게 붕괴 속도가 빠를 때 생물에 해로운 방사선이 발생한다는 것을 염려한다. 그래서 그는 지구의 생명에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도 붕괴율이 가속 가능한 때가 세 번이나 있었다고 제안한다.

 

  1. 아직 식물이 창조되지 않았던, 창조 주간의 처음 3일 동안.
  2. 만약 방사성 원소들이 땅속 깊은 곳에 있었다면, 창조 주간과 홍수 사이의 2천 년 동안.
  3. 물이 지구 전체를 심원하게 뒤덮고 있었고, 방주의 두꺼운 벽들이 방주안의 생명들을 보호할 수 있기에, 홍수 기간 1년 동안


 그러나 그의 논문을 평가한 교수에 의하면, “그는 지구의 역사에서 이 세 번의 경우에 붕괴가 실제로 가속되었다는 증거를 발견하려는 어떤 시도도 하지 않는다” 그냥 말뿐이며, 추측뿐인 논문이었을 것이다. 역시 지금 한국창조과학회 자료실에서도 유사한 논문들을 볼 수 있다.




증거 없어도 더 빨리


 창조과학자들은 우주의 연대를 측정할 때에도 광속이 더 빨랐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지구의 연대를 측정할 때에도 방사성 핵종의 붕괴 속도가 더 빨랐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고는 그 증거를 제시하지 않는다고 한다. 과학에 문외한인 나는 솔직히 광속도, 붕괴 속도도 잘 모른다. 그래서 언제나 창조과학에 대해 인문학적으로, 신학적으로 접근하고 판단한다. 창조과학은 과학자 절대다수가 기본적으로 신뢰하는 광속도, 붕괴 속도, 그리고 지질주상도, 충상단층 다 거부한다는 것을 나는 알 수 있었고, 이런 태도가 매우 불안해서 신뢰하기 힘들다는 확신을 나는 가지게 되었다. 





글 | 윤철민

《개혁신학 vs 창조과학》 저자, 서귀포 혁신교회 담임 목사. 제주 북클럽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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