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을 열며
최근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교회들이 늘어가고 있다. 그러나 현재 새롭게 그려지고 있는 한국 교회의 기후 위기 지형도는 당위성 수준에 머물고 있다. 관련 논의 대부분은 기후 위기에 대한 신학적 해석과 위기 극복을 위한 교회 참여 독려에 그치고 있다.1)
물론 이러한 작업은 여전히 필요하다. 아직 기후 위기에 둔감한 교회들이 제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몇몇 교단 총회 차원에서 기후 위기 관련 위원회가 구성되었다는 소식은 무척 고무적이다. 지난 2022년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11도 높아졌다. 파리기후협정의 상승 제한 목표인 1.5도와 불과 0.39도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이제 교회 참여에 대한 격려와 함께 실천 방안에 대해서도 모색해야 한다.2)
이 글에서는 실천 방안 중 하나로 교회의 지역에너지 전환 참여에 대해 나누고자 한다. 서울시 서대문구에 위치한 가재울녹색교회가 펼쳤던 지역에너지 전환 운동을 살피면서, 지역에너지 전환에 교회가 어떻게 참여할 수 있는지, 그 참여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생각해 보자.
1) 교계 진보 진영에서는 오랫동안 한국교회환경연구소와 기독교환경운동연대를 중심으로, 보수 진영에서는 최근 한국교회생명신학포럼을 중심으로 기후 위기에 대한 논의가 일어나고 있다.
2) 일상에서 교회가 실천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여러 제안들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이진형 목사가 쓴 『그린 엑소더스』(삼원사, 2020)가 있다. 또한 기독교환경교육센터살림이 제안한 방안들도 훌륭하다.
지역에너지, 에너지 자립마을 그리고 교회
기후 위기 극복 방안으로 에너지 전환이 제안되었다. 온실가스는 지구온난화를 가속하여 기후 위기를 유발하고 있다. 온실가스 전체 배출량 중 약 75%를 차지하고 있는 이산화탄소는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 분야에서 가장 많이 배출되고 있다. 에너지 전환은 화석연료 중심의 지속 불가능한 고탄소 에너지 시스템을 태양광과 풍력 등을 활용하는 지속 가능한 저탄소 에너지 시스템으로 바꾸는 움직임이다.3)
이러한 전환을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상당히 줄여갈 수 있다. 에너지 전환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지역에너지 전환이 추진되고 있다. 지역에너지 전환은 마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주민 공동체가 재생 가능 자원을 활용하여 에너지를 생산하고,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고 소비 절약을 실천하면서 마을의 에너지 자립도를 높인다.
국내에서는 에너지자립마을 사업을 통해 지역에너지 전환을 꾀하고 있다. 2019년 에너지 자립 혁신지구로 선정된 서울시 서대문구에서는 에너지자립마을 사업이 활성화되어 있다. 2016년에 북가좌1동에서 서대문녹색마을이라는 에너지자립마을 사업이 시작되었다. 이 사업의 원동력인 가재울녹색교회는 “그리스도인의 가장 큰 책무는 창조세계의 보전”이라 고백하는 공동체이다. 교인들은 지역 사회의 여러 풀뿌리 모임에서 참여하여 마을 주민과 돈독한 유대감을 형성하였으며 교회는 구청으로부터 지역아동센터 운영을 위탁받아 생태친화적인 센터를 만들어갔다.
그러던 중 가재울녹색교회는 서대문구로부터 서울시가 추진하는 에너지자립마을 사업 참여를 권유받았다. 마을모임에서 논의한 결과, ‘서대문녹색마을’이라는 이름으로 주민들과 함께 사업을 꾸려가게 되었다. 담임목사인 양재성 목사가 처음부터 서대문녹색마을 대표를 맡았고 교인들이 적극적으로 협력하였다. 가재울녹색교회에게 에너지 전환은 지역 사회 속에서 하나님 나라를 실현해 가는 과정이었다. 에너지자립마을은 단순한 지역사회사업이 아니라 교회가 감당해야 할 선교 사명이었다.
3) 에너지 전환은 단순하게 에너지원을 화석연료에서 태양광이나 풍력 등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다. 에너지는 사회시스템과 관련된다. 석탄은 석탄 사회시스템을 구축했다. 석유도 현대 산업사회시스템을 형성했다. 에너지 전환은 새로운 에너지원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사회시스템을 요구한다.


가재울녹색교회 , 주민과 함께하는 공동체 (사진제공 : 가재울녹색교회)
지역에너지 전환에 교회 참여하기
가재울녹색교회는 지역에너지 전환에서 어떤 역할을 했을까? 종교와 에너지 전환에 대한 여러 환경사회학 연구물을 보면, 많은 종교 기관들은 에너지 전환의 필요성을 알리며 분위기를 조성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렇다면, 가재울녹색교회는 어떠했을까? 서대문녹색마을 에너지 전환사업에서 가재울녹색교회가 어떤 일들을 진행했는지 적어보겠다. 크게 세 가지 범주로 구성해 볼 수 있다. 에너지 전환 주체 육성, 주민참여도 증진, 마을공동체의식 강화이다.
지역에너지 전환에서 제일 중요한 점은 에너지 전환에 참여하여 이끌어갈 주체를 육성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에너지 전환 주체는 에너지에 대해 깨어있는 이들이다.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할 실천 방안을 모색하며 참여하는 이들이다. 가재울녹색교회는 교회 안팎에서 에너지 전환 주체를 육성하였다. 기후와 생태에 대한 설교, 기도회, 여행, 수련회 등을 통해 교인들은 생태와 에너지에 대한 감수성을 길러왔다. 또한 가재울 지역아동센터는 40명 정도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친환경 교육을 실시하였고, 센터 옥상 텃밭에서 어린이들은 직접 상추, 고추, 토마토 등을 재배하였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가재울녹색교회는 주민 대상 교육에서도 적극적이었다. 서대문녹색마을 사업을 진행할 때, 가재울녹색교회는 주민 대상으로 열린 주민 대학을 열어 기후변화와 에너지, 그리고 생태에 대한 교육을 이어갔고 우수 에너지자립마을을 탐방했다. 이처럼 가재울녹색교회는 자체적으로 그리고 에너지자립마을 사업을 통해 마을 주민과 함께 에너지 전환 주체로 성장하였다.
지역에너지 전환에서 주민참여도 증진 역시 중요한 요소이다. 전환 사업에 많은 주민이 참여하면 할수록, 관련된 여러 갈등 발생을 줄일 수 있다. 가재울녹색교회 교인들은 서대문녹색마을 사업을 홍보하여 주민 참여를 부탁했다. 가재울녹색교회는 건물 옥상에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였다. 또한 교인들은 자기 집에 발전기를 설치하면서 마을 주민들에게도 권하였다. 녹색마을 운영위원회와 함께 에너지 거리 캠페인을 통해 녹색마을을 홍보하였다. 그 결과 마을 80여 가구가 녹색마을 사업에 참여하였으며, 70여 가구는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였고, 적지 않은 가구들이 에너지 컨설팅을 받아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소비량을 줄이기 시작했다. 서대문녹색마을은 연말 마을 음악회를 열어 에너지 전환 필요성과 에너지자립마을을 홍보하였는데, 가재울녹색교회 교인들이 적극 참여하였다.
마지막으로 마을공동체의식 강화는 지역에너지 전환을 꾸준히 끌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다. 가재울녹색교회는 지역순환 경제를 활성화하여 마을공동체의식 강화에 이바지하였다. 마을 주택 옥상 미니 태양광발전소를 통한 이익이 지역사회로 흘러가도록 협동조합을 기획하였으며 에너지 녹색장터와 에너지 바자회에 참여하였다. 비단 에너지 차원에서만 활동하지는 않았다. 가재울녹색교회는 지역 먹거리 운동을 펼치며 마을 텃밭사업을 진행하였고 마을 재래시장 활성화를 꾀하였다. 이러한 지역순환 경제활동은 마을공동체의식 강화로 이어졌다. 또한 가좌동 지역의 생태역사 문화 발굴, 뉴타운과 기존 마을 거주 주민 간의 소통 공간 마련 등 가재울녹색교회는 마을공동체 형성에 발 벗고 나섰다.

가재울녹색교회 태양광 패널 사진(사진제공 : 가재울녹색교회)
교회의 지역에너지 전환 참여가 가지는 의미
우리말 ‘교회’로 번역되는 헬라어는 에클레시아(ἐκκλησία)이다. 지금까지 우리 대부분은 에클레시아를 ‘불러 모은 모임’으로만 알고 있다. 그래서 교회는 하나님께서 세상에서 불러 모아 세상과는 구별된 모임이라고, 천국만 바라보고 세상과 아무 상관 없는 모임이라고 들어왔다. 그러나 에클레시아의 뜻은 이와 사뭇 다르다. 마을의 공적 의제를 논하고 결정하기 위하여 마을 서기가 불러 모은 공적 모임인 민회라는 시민공동체이다. 그렇다면, 에클레시아로서의 교회는 자신이 터 잡은 지역사회와 분리될 수 없으며 도리어 사회적 문제와 공동선과 관련된 공론장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가재울녹색교회는 에클레시아로서 충실했다고 볼 수 있다. 지역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해결하여 공동선을 증진시키기 위해 에너지 공론장에 적극 참여하여 마을 에너지 전환을 위한 규범과 체제를 형성하도록 노력하였다.
에클레시아로서 교회가 지역사회의 공론장에 참여할 때 중요한 것이 있다. 언어의 번역이다. 공론장에서는 치열한 토론이 일어나며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위해 노력한다. 교회가 이러한 공론장에 참여하려면 자신의 의사소통을 성찰해야 한다. 교회에서 사용하듯이 기독교적 논리와 언어를 공론장에서 사용하면, 소통이 되지 않아 배제되기가 쉽다. 그러기에 교회는 교회의 언어를 날 것으로 사용하지 말고 세상의 언어로 번역해야 한다. 가재울녹색교회는 ‘창조세계 보존’이라는 그리스도인의 책무를 에너지 전환, 녹색, 먹거리, 태양광 발전기 설치 등으로 번역하면서 지역 사회와 공유할 수 있는 가치를 창출하였다.
서대문녹색마을이라는 지역에너지 전환 사업에서 가재울녹색교회는 사회적 자본의 역할을 하였다. 지역사회에서 사회적 자본은 중요하다. 사회적 자본은 공동체 구성원 간의 지속적인 관계로 인해 형성되는데, 공동체 구성원 사이에 있는 실질적이고 잠재적인 자원들을 모두 가리킨다. 이 사회적 자본을 바탕으로 신뢰와 연대가 이루어진다. 가재울녹색교회는 서대문녹색마을에서 사회적 자본 역할을 감당하였다. 생태친화적인 지역아동센터 운영, 녹색마을 사업운영, 에너지마을 음악회 개최 등을 통해 가재울녹색교회는 신뢰를 쌓아가며 사회적 자본이 되어 서대문녹색마을이라는 에너지 자립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발판이 되었다. 가재울녹색교회는 교회만의 이익보다는 공동선을 추구하는 사회적 자본이 되어갔다.
글을 닫으며 : 예수의 에너지 오이코노미아
신약성서 복음서를 보면, 예수의 오이코노미아를 볼 수 있다. 이 오이코노미아는 빈자와 약자에 대한 배려와 공의 그리고 공동체 구성원 간의 상호 호혜라는 가치를 보여준다. 예수의 오이코노미아는 로마제국의 수탈 행위로 무너지는 유대 사회에게 로마 황제가 아닌 하나님 앞에 선 주체로서의 정체성을 일깨우며 연대와 돌봄을 강조하였다.4)
교회가 지역사회와 함께 진행하는 에너지 전환은 예수의 에너지 오이코노미아를 지향한다. 에너지 로마제국과 같은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체제, 경제 발전이라는 미명 하에 지구 기후와 생태계에 돌이킬 수 없는 고통을 남기는 이 에너지 체제에 대해 항거하며 새로운 길을 여는 에너지 오이코노미아다. 에너지 오이코노미아는 비단 개인이나 교회 차원의 회복뿐 아니라 지역 사회와 지구 생태계를 포괄하는 차원에서의 회복을 추구한다. 산업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의 전환이 긴박하게 요청되는 지금이다. 산업문명이 주는 산업자본의 환상에서 벗어나 생명친화적인 지속 가능한 삶과 사회체계로의 전환이다. 이러한 문명 전환은 대안 생활방식과 대안 사회를 요구한다. 이 요구에 교회는 예수의 에너지 오이코노미아로 응답할 때가 되었다.
4) 한국교회환경연구소, 기독교환경운동연대(2018), 『한국교회의 에너지 전환과 햇빛발전소 이야기』, 서울: 동연, 110-140쪽.
글 | 김재상
과학기술사회학을 공부하고 있으며 과학기술과 기독교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한국공공신학연구소 연구원이자 과신대 목회자 모임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글을 열며
최근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교회들이 늘어가고 있다. 그러나 현재 새롭게 그려지고 있는 한국 교회의 기후 위기 지형도는 당위성 수준에 머물고 있다. 관련 논의 대부분은 기후 위기에 대한 신학적 해석과 위기 극복을 위한 교회 참여 독려에 그치고 있다.1)
물론 이러한 작업은 여전히 필요하다. 아직 기후 위기에 둔감한 교회들이 제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몇몇 교단 총회 차원에서 기후 위기 관련 위원회가 구성되었다는 소식은 무척 고무적이다. 지난 2022년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11도 높아졌다. 파리기후협정의 상승 제한 목표인 1.5도와 불과 0.39도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이제 교회 참여에 대한 격려와 함께 실천 방안에 대해서도 모색해야 한다.2)
이 글에서는 실천 방안 중 하나로 교회의 지역에너지 전환 참여에 대해 나누고자 한다. 서울시 서대문구에 위치한 가재울녹색교회가 펼쳤던 지역에너지 전환 운동을 살피면서, 지역에너지 전환에 교회가 어떻게 참여할 수 있는지, 그 참여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생각해 보자.
1) 교계 진보 진영에서는 오랫동안 한국교회환경연구소와 기독교환경운동연대를 중심으로, 보수 진영에서는 최근 한국교회생명신학포럼을 중심으로 기후 위기에 대한 논의가 일어나고 있다.
2) 일상에서 교회가 실천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여러 제안들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이진형 목사가 쓴 『그린 엑소더스』(삼원사, 2020)가 있다. 또한 기독교환경교육센터살림이 제안한 방안들도 훌륭하다.
지역에너지, 에너지 자립마을 그리고 교회
기후 위기 극복 방안으로 에너지 전환이 제안되었다. 온실가스는 지구온난화를 가속하여 기후 위기를 유발하고 있다. 온실가스 전체 배출량 중 약 75%를 차지하고 있는 이산화탄소는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 분야에서 가장 많이 배출되고 있다. 에너지 전환은 화석연료 중심의 지속 불가능한 고탄소 에너지 시스템을 태양광과 풍력 등을 활용하는 지속 가능한 저탄소 에너지 시스템으로 바꾸는 움직임이다.3)
이러한 전환을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상당히 줄여갈 수 있다. 에너지 전환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지역에너지 전환이 추진되고 있다. 지역에너지 전환은 마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주민 공동체가 재생 가능 자원을 활용하여 에너지를 생산하고,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고 소비 절약을 실천하면서 마을의 에너지 자립도를 높인다.
국내에서는 에너지자립마을 사업을 통해 지역에너지 전환을 꾀하고 있다. 2019년 에너지 자립 혁신지구로 선정된 서울시 서대문구에서는 에너지자립마을 사업이 활성화되어 있다. 2016년에 북가좌1동에서 서대문녹색마을이라는 에너지자립마을 사업이 시작되었다. 이 사업의 원동력인 가재울녹색교회는 “그리스도인의 가장 큰 책무는 창조세계의 보전”이라 고백하는 공동체이다. 교인들은 지역 사회의 여러 풀뿌리 모임에서 참여하여 마을 주민과 돈독한 유대감을 형성하였으며 교회는 구청으로부터 지역아동센터 운영을 위탁받아 생태친화적인 센터를 만들어갔다.
그러던 중 가재울녹색교회는 서대문구로부터 서울시가 추진하는 에너지자립마을 사업 참여를 권유받았다. 마을모임에서 논의한 결과, ‘서대문녹색마을’이라는 이름으로 주민들과 함께 사업을 꾸려가게 되었다. 담임목사인 양재성 목사가 처음부터 서대문녹색마을 대표를 맡았고 교인들이 적극적으로 협력하였다. 가재울녹색교회에게 에너지 전환은 지역 사회 속에서 하나님 나라를 실현해 가는 과정이었다. 에너지자립마을은 단순한 지역사회사업이 아니라 교회가 감당해야 할 선교 사명이었다.
3) 에너지 전환은 단순하게 에너지원을 화석연료에서 태양광이나 풍력 등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다. 에너지는 사회시스템과 관련된다. 석탄은 석탄 사회시스템을 구축했다. 석유도 현대 산업사회시스템을 형성했다. 에너지 전환은 새로운 에너지원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사회시스템을 요구한다.
가재울녹색교회 , 주민과 함께하는 공동체 (사진제공 : 가재울녹색교회)
지역에너지 전환에 교회 참여하기
가재울녹색교회는 지역에너지 전환에서 어떤 역할을 했을까? 종교와 에너지 전환에 대한 여러 환경사회학 연구물을 보면, 많은 종교 기관들은 에너지 전환의 필요성을 알리며 분위기를 조성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렇다면, 가재울녹색교회는 어떠했을까? 서대문녹색마을 에너지 전환사업에서 가재울녹색교회가 어떤 일들을 진행했는지 적어보겠다. 크게 세 가지 범주로 구성해 볼 수 있다. 에너지 전환 주체 육성, 주민참여도 증진, 마을공동체의식 강화이다.
지역에너지 전환에서 제일 중요한 점은 에너지 전환에 참여하여 이끌어갈 주체를 육성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에너지 전환 주체는 에너지에 대해 깨어있는 이들이다.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할 실천 방안을 모색하며 참여하는 이들이다. 가재울녹색교회는 교회 안팎에서 에너지 전환 주체를 육성하였다. 기후와 생태에 대한 설교, 기도회, 여행, 수련회 등을 통해 교인들은 생태와 에너지에 대한 감수성을 길러왔다. 또한 가재울 지역아동센터는 40명 정도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친환경 교육을 실시하였고, 센터 옥상 텃밭에서 어린이들은 직접 상추, 고추, 토마토 등을 재배하였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가재울녹색교회는 주민 대상 교육에서도 적극적이었다. 서대문녹색마을 사업을 진행할 때, 가재울녹색교회는 주민 대상으로 열린 주민 대학을 열어 기후변화와 에너지, 그리고 생태에 대한 교육을 이어갔고 우수 에너지자립마을을 탐방했다. 이처럼 가재울녹색교회는 자체적으로 그리고 에너지자립마을 사업을 통해 마을 주민과 함께 에너지 전환 주체로 성장하였다.
지역에너지 전환에서 주민참여도 증진 역시 중요한 요소이다. 전환 사업에 많은 주민이 참여하면 할수록, 관련된 여러 갈등 발생을 줄일 수 있다. 가재울녹색교회 교인들은 서대문녹색마을 사업을 홍보하여 주민 참여를 부탁했다. 가재울녹색교회는 건물 옥상에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였다. 또한 교인들은 자기 집에 발전기를 설치하면서 마을 주민들에게도 권하였다. 녹색마을 운영위원회와 함께 에너지 거리 캠페인을 통해 녹색마을을 홍보하였다. 그 결과 마을 80여 가구가 녹색마을 사업에 참여하였으며, 70여 가구는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였고, 적지 않은 가구들이 에너지 컨설팅을 받아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소비량을 줄이기 시작했다. 서대문녹색마을은 연말 마을 음악회를 열어 에너지 전환 필요성과 에너지자립마을을 홍보하였는데, 가재울녹색교회 교인들이 적극 참여하였다.
마지막으로 마을공동체의식 강화는 지역에너지 전환을 꾸준히 끌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다. 가재울녹색교회는 지역순환 경제를 활성화하여 마을공동체의식 강화에 이바지하였다. 마을 주택 옥상 미니 태양광발전소를 통한 이익이 지역사회로 흘러가도록 협동조합을 기획하였으며 에너지 녹색장터와 에너지 바자회에 참여하였다. 비단 에너지 차원에서만 활동하지는 않았다. 가재울녹색교회는 지역 먹거리 운동을 펼치며 마을 텃밭사업을 진행하였고 마을 재래시장 활성화를 꾀하였다. 이러한 지역순환 경제활동은 마을공동체의식 강화로 이어졌다. 또한 가좌동 지역의 생태역사 문화 발굴, 뉴타운과 기존 마을 거주 주민 간의 소통 공간 마련 등 가재울녹색교회는 마을공동체 형성에 발 벗고 나섰다.
가재울녹색교회 태양광 패널 사진(사진제공 : 가재울녹색교회)
교회의 지역에너지 전환 참여가 가지는 의미
우리말 ‘교회’로 번역되는 헬라어는 에클레시아(ἐκκλησία)이다. 지금까지 우리 대부분은 에클레시아를 ‘불러 모은 모임’으로만 알고 있다. 그래서 교회는 하나님께서 세상에서 불러 모아 세상과는 구별된 모임이라고, 천국만 바라보고 세상과 아무 상관 없는 모임이라고 들어왔다. 그러나 에클레시아의 뜻은 이와 사뭇 다르다. 마을의 공적 의제를 논하고 결정하기 위하여 마을 서기가 불러 모은 공적 모임인 민회라는 시민공동체이다. 그렇다면, 에클레시아로서의 교회는 자신이 터 잡은 지역사회와 분리될 수 없으며 도리어 사회적 문제와 공동선과 관련된 공론장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가재울녹색교회는 에클레시아로서 충실했다고 볼 수 있다. 지역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해결하여 공동선을 증진시키기 위해 에너지 공론장에 적극 참여하여 마을 에너지 전환을 위한 규범과 체제를 형성하도록 노력하였다.
에클레시아로서 교회가 지역사회의 공론장에 참여할 때 중요한 것이 있다. 언어의 번역이다. 공론장에서는 치열한 토론이 일어나며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위해 노력한다. 교회가 이러한 공론장에 참여하려면 자신의 의사소통을 성찰해야 한다. 교회에서 사용하듯이 기독교적 논리와 언어를 공론장에서 사용하면, 소통이 되지 않아 배제되기가 쉽다. 그러기에 교회는 교회의 언어를 날 것으로 사용하지 말고 세상의 언어로 번역해야 한다. 가재울녹색교회는 ‘창조세계 보존’이라는 그리스도인의 책무를 에너지 전환, 녹색, 먹거리, 태양광 발전기 설치 등으로 번역하면서 지역 사회와 공유할 수 있는 가치를 창출하였다.
서대문녹색마을이라는 지역에너지 전환 사업에서 가재울녹색교회는 사회적 자본의 역할을 하였다. 지역사회에서 사회적 자본은 중요하다. 사회적 자본은 공동체 구성원 간의 지속적인 관계로 인해 형성되는데, 공동체 구성원 사이에 있는 실질적이고 잠재적인 자원들을 모두 가리킨다. 이 사회적 자본을 바탕으로 신뢰와 연대가 이루어진다. 가재울녹색교회는 서대문녹색마을에서 사회적 자본 역할을 감당하였다. 생태친화적인 지역아동센터 운영, 녹색마을 사업운영, 에너지마을 음악회 개최 등을 통해 가재울녹색교회는 신뢰를 쌓아가며 사회적 자본이 되어 서대문녹색마을이라는 에너지 자립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발판이 되었다. 가재울녹색교회는 교회만의 이익보다는 공동선을 추구하는 사회적 자본이 되어갔다.
글을 닫으며 : 예수의 에너지 오이코노미아
신약성서 복음서를 보면, 예수의 오이코노미아를 볼 수 있다. 이 오이코노미아는 빈자와 약자에 대한 배려와 공의 그리고 공동체 구성원 간의 상호 호혜라는 가치를 보여준다. 예수의 오이코노미아는 로마제국의 수탈 행위로 무너지는 유대 사회에게 로마 황제가 아닌 하나님 앞에 선 주체로서의 정체성을 일깨우며 연대와 돌봄을 강조하였다.4)
교회가 지역사회와 함께 진행하는 에너지 전환은 예수의 에너지 오이코노미아를 지향한다. 에너지 로마제국과 같은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체제, 경제 발전이라는 미명 하에 지구 기후와 생태계에 돌이킬 수 없는 고통을 남기는 이 에너지 체제에 대해 항거하며 새로운 길을 여는 에너지 오이코노미아다. 에너지 오이코노미아는 비단 개인이나 교회 차원의 회복뿐 아니라 지역 사회와 지구 생태계를 포괄하는 차원에서의 회복을 추구한다. 산업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의 전환이 긴박하게 요청되는 지금이다. 산업문명이 주는 산업자본의 환상에서 벗어나 생명친화적인 지속 가능한 삶과 사회체계로의 전환이다. 이러한 문명 전환은 대안 생활방식과 대안 사회를 요구한다. 이 요구에 교회는 예수의 에너지 오이코노미아로 응답할 때가 되었다.
4) 한국교회환경연구소, 기독교환경운동연대(2018), 『한국교회의 에너지 전환과 햇빛발전소 이야기』, 서울: 동연, 110-140쪽.
글 | 김재상
과학기술사회학을 공부하고 있으며 과학기술과 기독교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한국공공신학연구소 연구원이자 과신대 목회자 모임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