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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후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김경원)

2024-07-15
조회수 120

포럼 후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글ㅣ김경원
U.S. EPA, Social Scientist
(Climate and Energy Modeler)


저는 미국에서 공공정책학(Public Policy) 박사과정을 마치고 미국 환경청인 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 (EPA)의 연구소에서 Social Scientist로   근무하면서 기후변화 또는 에너지 정책분석을 위한 모델링 연구를 하는 김경원이라고 합니다. 한국 방문 중에 2024 기후위기신학포럼에 자원봉사자로 참석한 후 짧은 후기와 소감을 적어봅니다. 



이번 한국 여행은 6년 만에 온 가족이 한국을 방문하는 오랜만의 휴식을 위한 여행이고,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만나는 변화된 한국과 그동안 못 본 가족들이 더욱 기다려지는 여행이었습니다. 팬데믹 동안 저희 가족에는 넷째 아이가 태어났고, 저는 긴 박사학위 공부한 후 연방정부에 취업하면서 치열한 몇 해를 보냈기에 이번 한국 방문이 더욱 기다려졌습니다. 

한국 방문을 위한 비행기 티켓을 예매해놓고 지내던 어느 날,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이 ‘과학과 신학의 대화 (과신대)’라는 그룹을 추천해 주었습니다. 아마도 미국 유학생 시절 코스타 (KOSTA)에 참석하며 연결된 ‘크리스천’이라는 키워드와 기후변화 연구와 관련된 ‘과학’이라는 키워드가 교차하는 그룹이라 저에게 추천해 준게 아닌가 싶습니다. 과신대 페이스북 그룹에서 발견한 ‘2024 기후위기신학포럼’의 주제는 제 눈길을 한눈에 사로잡았습니다. 기후변화를 넘어서 기후위기를 대하는 과학적 접근과 신학적 접근을 한자리에서 논의할 수 있는 자리였고, 저의 관심사와 정확하게 일치하는 주제였습니다. 4주간의 한국 방문 기간 중에 열리는 행사였고, 자원봉사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있어 더욱 기쁜 마음으로 참여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과신대 모임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했지만, 그 주제에 이끌려 남편에게 아이 넷 육아를 약속받고 바로 참여 의사를 보냈습니다. 


저는 박사과정 유학을 떠나기 전 한국에서 도시계획가로서 공기업에서 신도시 계획 업무를 담당하던 직업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개발 예정지 조사가 끝나고 신도시 개발 지구로 지정이 되면 개발계획과 실시 계획 승인을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아야 하는데, 그 과정을 담당하는 팀에서 환경을 포함한 각종 영향 평가와 도시계획 수립 과정을 수행하던 직원이었습니다. 그 당시 기후변화는 굉장히 표면적으로 잠깐 다루어지는 주제에 그쳤습니다. 그러다 그 연장선이라 생각하고 박사과정 유학길에 올랐는데, 시대적 흐름이었는지 하나님의 인도하심이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저는 어느새 기후변화와 환경정책 분야에 더 매진하게 되며 학위과정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도시계획가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환경과 기후위기 시대를 준비하는 연구자로서 바라보는 환경은 다소 접근 개념이 달랐기에 이번 포럼에 참여해서 한국에서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분들은 어떤 연구를 하시는지 좀 더 알아보고 싶은 마음도 컸습니다. 


또한 크리스천으로써 성경을 읽다 보면 하나님께서 부여하신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분명하게 말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지금의 기후위기는 어찌 보면 그 하나님 섭리 안에서의 관계가 인간의 욕심과 교만에 의해 흔들린 결과라는 어렴풋한 이해가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섭리에 순종하는 태도로 자연환경을 대하는 것에 대해 성경에서는 어떻게 설명하고 있을까 좀 더 체계적으로 알고 싶었던 차에 이번 포럼은 왠지 그 개인적 질문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해 줄 것 같았습니다.  

게다가 ‘네 아이의 엄마로서 아이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일까’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우연히 운전 중에 들은 미국 NPR 라디오 뉴스에서 지금 현재 10살인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현재 60년대생인 어른들보다 4-5배나 많은 극심한 폭염, 홍수, 가뭄, 산불, 질병 등과 같은 기후 재난에 처하게 될 수밖에 없다는 연구의 소개를 듣게 되었습니다.1) 운전 중에 들은 짧은 뉴스였지만 그 당시 첫째 아이가 만 10살이었기에 우리 아이가 자라 경험하는 세상은 제가 현재 경험하는 세상과 많이 다를 것이라는 생각이 들며 피부에 와닿는 경각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일터에 돌아와 찾아본 Science지의 논문2)은 잔인하지만 일목요연하게 우리 자녀 세대들이 경험하게 될 기후 재난들에 대해 분석해놓고 있었습니다. 아직도 ‘우리 자녀 세대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은 현재진행형이며, 일상생활에서 그리고 일터에서 또 이런 포럼의 기회에 참여하여 배우는 것에서도 답을 찾고 싶은 소망이 있습니다.



첫 번째 주제 발표는 부경대학교 김백민 박사님의 ‘기후위기의 과학적 현실’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과학적 데이터와 최근 IPCC의 보고서 발표 자료 등을 인용하여 이산화탄소 농도의 변화, 온실효과, 기후위기 간의 밀접한 상관관계를 설명해 주시고, 우리가 처해있는 지구환경의 미래 시나리오들이 어떻게 예측되고 있는지 설명해 주셨습니다. 세계 여러 국가들의 협력체인 IPCC는 다섯 가지 공통사회경제 경로 (Shared Socioeconomic Pathways, SSP) 시나리오를 설정하고, 인류가 기후변화의 적응과 완화를 위한 노력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현재의 기후위기가 미래에 어떻게 변화될지 분석을 해서 제안하고 있습니다. 저도 현재 하는 연구들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 (Net-zero carbon emissions)을 달성하기 위해 탈탄소화 (Decarbonization)를 각 경제 산업분야별로 어떻게 전략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지 분석하는 연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에 첫 번째 주제발표 내용은 친숙하면서도 깊이 공감하며 들었고, 국제간 협력이 중요한 기후변화 문제를 한국에서도 같은 시각에서 활발히 논의하고 있구나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두 번째 발표는 이화여대 송진순 박사님의 ‘기후위기의 신학적 응답’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습니다. 하나님의 섭리 안에 연결된 지구 생태를 존중하고 책임을 다해 돌봐야 한다고 외치는 목소리는 신학자들 간에도 최근의 움직임이 아니고 과거부터 있어왔다고 소개해 주셨습니다. 생태신학자들은 인간 중심적 세계관의 잘못됨을 되돌아보고 성경으로부터 비롯된 환경윤리를 깊이 생각하였고, 이를 통해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인간이 책임을 다해 돌봐야 한다는 청지기론을 제안하였다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한국에서도 교회에서 이끄는 환경운동이 있어온 지 오래이며, 한국교회환경연구소, 기독교환경운동연대 등은 그 운동의 중심에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한국교회의 탄소중립 캠페인, 녹색교회 시상식 등 에너지, 경제, 교통, 패션, 음식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을 하여 실질적인 활동들이 진행되어 오고 있어 실생활에서 생각해 볼 만한 아이디어들을 떠올려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런 움직임의 밑바탕에는 성경에 근거한 사랑과 정의 의식이 뒷받침되어 있고, 교회 중심으로 기후변화 문제 인식을 확산시키고 실질적인 행동으로 이어지는 움직임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어지는 패널 토론은 목사님들과 기후 연구자들이 함께 참여하여 토론을 통해 서로 다른 분야에서 다른 역할로 기후위기를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전혀 다른 영역에서 공통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기 위해 함께하는 노력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과학과 신학이 어찌 보면 너무 다른 영역이라 생각되었는데 기후위기라는 주제 아래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포럼의 가치가 크다는 생각이 들었고, 앞으로 이런 논의와 행동적 결실이 계속 지속되었으면 하길 바라봅니다. 마지막으로 자원봉사자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셔서 감사드리며, 미국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만 혹시라도 앞으로 기회가 되면 토론의 자리에서 또 뵐 수 있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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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limate Change Means More Extreme Weather Events For Future Generations : Consider This from NPR : NPR
2) Intergenerational inequities in exposure to climate extremes | 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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