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베리타스포럼 2020을 보고

과학과 신학의 대화
2020-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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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베리타스 포럼 2020을 보고

 

 

1992년 하버드대에서 시작된 베리타스 포럼은 세계 각국으로 퍼져 나가다가 국내에는 고려대가 중심대학이 되어 2018년 1회를 시작하였고, 올해 3회째가 되었습니다. 1회에서는 오스 기니스 교수를 주강사로 모시고, 강영안 교수, 우종학 교수가 과학자와 철학자의 기독교적 사유라는 주제로 대담을 했고, 2회에서는 제임스 스미스 교수를 주 강사로 "우리는 무엇을 사랑하는가"라는 주제를 다루었습니다. 올해는 영국 옥스퍼드대 수학과 명예교수이신 존 레녹스(John Lennox) 교수를 모시고 “코로나바이러스 세상, 하나님은 어디 계실까?”라는 시의적절한 주제를 다루게 되었습니다.

 

존 레녹스 교수는 과학과 신학과의 대화에 관심을 가지고 무신론자들과의 논쟁에 대해 알아본 분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들었을 법한 분입니다. 저도 레녹스 교수가 리차드 도킨스와의 논쟁에서 논리적으로 무력화시켰다는 말을 여러 번 읽고, 들었었는데, 영상으로나마 모습과 육성을 보고 들으니 감회가 무척 남달랐습니다.

 

1부 영상 대담을 진행하신 김익환 교수는 “최초의 7일” 과신대 북토크에서 존 레녹스 교수에 대해 “C. S. Lewis 이래 최고의 기독교 변증가”라고 소개하셨었는데, 제가 이번에 더 감명 깊게 느낀 것은 레녹스 교수의 논리 정연한 변증만이 아니라, 그 이면에 있는 순수한 신앙심이었습니다. C. S. 루이스의 글을 읽을 때에 느꼈던 자연스러움과 자유로움, 그리고 하나님을 거짓 없이 믿는 사람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표현들과 확신 같은 것을 이번 온라인 베리타스 포럼에서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김익환 교수는 미리 선별한 여섯 가지의 질문을 차례로 존 레녹스 교수에게 물었습니다. 그 질문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코로나바이러스 세상, 하나님은 어디 계실까?(Where is God in a Coronavirus World?)”라는 책을 쓴 이유와 주요 논점은?
(2)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에게 주는 영적인 의미는?
(3) 무신론적 세계관으로는 재앙과 고통의 문제를 제대로 다룰 수 없는 이유는?
(4) 코로나 희생자들을 돕고, 평화롭고 안전한 세계를 만들려고 하는 무신론자들이 있다,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무신론에는 선이나 도덕이 나오기 어렵다는 의견은 너무 편협한 것은 아닌가? 인간의 도덕의 기원에 대한 사회생물학적 설명을 해 주신다면?
(5) 교수님이 말씀하시는 기독교의 희망은 무엇이며, 다른 종교에는 그런 희망이 없는 것인가?
(6) 부활에 대한 소망과 영원을 생각하라는 말씀을 강조하셨는데, 한국 교회 내의 내세를 강조하는 신앙이 현실 세계를 부정하게 된다는 우려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레녹스 교수는 이 여섯 가지 질문 중 (4)번 '인간의 도덕의 기원에 대한 사회생물학적 설명'이 왜 잘 못 되었는지를 가장 길고 자세히 설명하였습니다. 마치 리처드 도킨스와 논쟁할 때처럼 먼저 사회생물학자들의 핵심 주장들을 자세히 설명한 다음, 왜 그것이 자체 모순인지를 차근차근 설명해 주셨습니다. 그 설명 중 문외한인 제 귀에 쏙 들어온 것은 다음과 같은 결론이었습니다.

 

사회생물학자들은 우리는 그저 유전자일 뿐이라고 주장하면서, 동시에 우리는 유전자의 힘을 거스를 수 있다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합니다. 그렇다면 유전자를 거스를 수 있는 힘은 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타종교와의 관계를 묻는 다섯 번째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도 귀에 쏙 들어온 것은 결혼에 대한 비유였습니다. 레녹스 교수는 타 종교와 기독교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다음과 같이 간단히 정리한 후 차이점을 결혼을 비유로 아주 선명하게 보여주었습니다.

 

- 타종교와의 공통점: 수많은 윤리적 가치들

- 타종교와의 차이점: 신과의 관계. 타종교들은 “공로 종교(merit religion)”이지만, 기독교는 신과의 관계를 결혼에 비유하고 있으며, 기독교의 구원은 선물이다.

 

레녹스 교수가 든 결혼 비유는 간단히 다음과 같습니다.

 

한 남자가 한 여자에게 자신과 결혼해달라고 청혼한 뒤, 선물로 그녀에게 온갖 규칙과 법칙들로 가득한 요리책을 주면서 앞으로 4~50년간 이 요리책대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야 내 아내가 될 수 있다고 조건을 내거는 것은 결혼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비유를 들으면 웃지만,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종교생활을 이런 식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국 교회 내에 문제가 되고 있는 내세 중심의 신앙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했습니다. 그는 부활 신앙과 내세에 대한 소망이 있다고 하면서 현실에 대해 무관심한 신앙 행태에 대해 다음과 같이 강력하게 일갈하였습니다.

 

샤머니즘적 세계관의 유물과는 아주 다르게 기독교는 전적으로 현실적인 종교입니다. 왜냐하면 기독교는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성경은 우리가 영원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말합니다. 이것은 정말 놀랍고도 거대한 스토리입니다. 그리고, 우리 각자가 이 스토리의 일부가 될 수 있고, 바로 이점이 제게는 가장 흥분되는 기독교의 가르침 중에 하나입니다. 이 세상을 등한시하는 그리스도인이 있다면 그 사람이 과연 정말 그리스도인인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2부 Q&A 시간은 갈릴리침례교회 앤디 박 목사께서 통역과 진행을 맡았습니다. 약 40분간 6명의 참여자가 온라인으로 다양한 질문을 하였습니다. 그 중 기독교 변증학의 효과와 무신론자들의 반응에 대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순수한 기독교 신앙을 가진 수학자로 평생을 살아오면서 수많은 무신론자들과 논쟁을 하였고, 수많은 사람들의 질문에 답을 해온 이 시대 최고의 기독교 변증가로 알려진 존 레녹스 교수이지만, 그는 “기독교 변증학(Christian Apologetics)”이라는 말 대신에 “설득력 있는 복음주의 Persuasive Evangelism”라는 말을 더 좋아한다 합니다. 레녹스 교수는 베드로전서 3장 15절(너희 마음에 그리스도를 주로 삼아 거룩하게 하고 너희 속에 있는 소망에 관한 이유를 묻는 자에게는 대답할 것을 항상 준비하되 온유와 두려움으로 하고)의 말씀을 근거로 고백하셨는데, 저도 “설득력 있는 복음주의”라는 말이 변증학보다는 더 좋게 들렸습니다.

 

답변 속에 레녹스 교수의 무신론자들에 대한 열린 마음이 느껴져서 더욱 좋았습니다. 포이에르바흐는 현실을 부정하는 종교인을 신랄하게 비판했고, 칼 맑스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경제 문제를 도외시한 종교, 특히 기독교는 민중의 아편이라고 뼈 때리는 지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최근에 기독교회가 여러 면에서 잘못한 것이 많아서 방어적인 복음주의가 되어버렸지만, 레녹스 교수처럼 복음을 가슴에 간직하고, 열린 마음으로 무신론자들이나 다른 종교인들과 공통의 윤리적 가치를 위해서 함께 일한다면, “코로나바이러스 시대에 하나님이 어디 계시는가?”에 대한 세상의 질문에 조금이라도 설득력 있는 답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 질문자는 C . S. 루이스 연구 모임을 하고 있는 분이었는데, 1962년 루이스 교수의 마지막 강의를 존 레녹스 교수가 직접 들었을 때의 소감이 어떠했는지 질문하였습니다. 루이스는 1963년에 소천하셔서 1962년의 강의가 꽤 뜻깊은 강의였을 것 같은데, 그 마지막 강의를 옥스퍼드에서 레녹스 교수께서 직접 들었다고 하니 어떤 소감이었을까 매우 궁금했습니다. 레녹스 교수는 루이스 교수께서 존 돈(John Donne)에 대해 강의를 하셨다고 짧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루이스 교수가 지금 살아있다면 무슨 말을 하셨을까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아마 “고통의 역할(function of pain)”에 대해서 말씀하셨을 거라고 하면서, 고통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크게 소리치시는 메가폰이다라고 요약하며 대담을 마치었습니다.

 

3부는 소그룹 별 토론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1, 2부를 유투브 영상을 통해 시청했습니다. 시청 후 소감은 유럽과 미국의 과학자나 수학자들이 이렇게 건전한 신앙을 가지고 복음을 힘 있게 전하며, 부드럽게 과격한 무신론의 예봉을 무디게 하는 모습이 참 너무 부러웠습니다. 지금은 과학시대이기 때문에 테야르 드 샤르뎅, 프랜시스 콜린스, 러셀, 존 폴킹혼 등등 과학분야의 전문가들이 증언하는 신앙은 매우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신대를 통해서 이런 분들의 목소리가 국내에도 많이 소개되어 다음 세대 중에서도 과학과 신학(신앙)의 두 날개로 훨훨 날으시는 분들이 많이 나오기를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

 

글_ 최성일 (ultrachar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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