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독후감] 세포처럼 나이 들 수 있다면 (윤한나, 이범의)

과학과 신학의 대화
2025-02-14
조회수 298

이달의 독후감

세포처럼 나이 들 수 있다면  김영웅 저 / 생각의힘 / 2024


"이 공모전을 그냥 지나치지 않으시고 소중한 독후감을 제출해 주신 재야의 글쓰기 고수들께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 과신뷰 편집팀


* 선정된 독후감은 제목 가나다 순으로 게시하였습니다. 다음 달 선정 도서는 게시글 마지막에서 확인해 주세요. 😉



김영웅의  <세포처럼 나이들 수 있다면>을 읽고


글ㅣ이범의



책을 읽은 것이 아니라 수업을 들었다. 이것이 <세포처럼 나이들 수 있다면>을 읽은 후의 소감이다. ‘탄생, 노화, 다양성을 이해하는 발생생물학 수업’이라는 부제가 책의 내용을 잘 요약하여 드러내고 있다. 김영웅 박사의 생물학 수업에 앉아 육성으로 직강을 듣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이는 강의 녹취록처럼 구어체로 쓰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범의 사진 제공

지혜로움이란 어쩔 수 없는 한계를 받아들이는 자세에 있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그 한계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먼저 그 한계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생물학자인 저자는 발생생물학 강의를 열다섯 개 주제를 선정하여 세 번의 수업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첫 번째 수업 ‘생명 설계자, 세포의 성장과 노화’에서는 머리카락, 피부, 눈, 뼈, 근육에 대해서; 두 번째 수업 ‘세포의 두 얼굴, 암부터 당뇨까지’에서는 뇌, 위·대장, 췌장, 혈액, 심장에 대해서; 세 번째 수업 ‘우연과 확률의 아름다움, 다양성’에서는 손가락·발가락, 입술·입천장, 쌍둥이, 다운증후군, 조로증·유색연장복합증후군에 대해서 말한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인상에 남았던 부분은 죽음도 창조의 과정임을 말하는 문장이었다. “생명현상에서는 죽음이 파괴가 아닌 창조의 전신으로 작용할 때가 많습니다."1) 내 몸의 손가락과 발가락이 창조되기 위해서는 세포자멸사라 불리는 세포의 죽음이 있었다니 신비롭기까지 하다. 잘 살고, 품위 있게 늙기 위해서는 과학이 필요하고 더욱이 생물학이 필요하다는 것을! 우리 인간은 모두 극소수의 천운을 타고난 생존자들이었음을 새삼 알게 되었다. 


저자는 발생생물학 수업을 통해 세포는 사람보다 성숙한 모습을 보이고 있음을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세포를 앎으로 세포로부터 지혜롭게 나이 드는 법을 배울 수 있다고 역설한다. 저자가 아주 친절하게, 최대한 쉽게 설명해 주고 있음에도 처음 접하는 생물학 용어들이 문과생에게 쉽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막연하게 알고 있었던 상식들이 왜 그런지에 알게 되는 배움을 많이 얻게 되었다. 


예를 들어 일반적으로 매일 약 70개 안팎의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100개 이상 지속적으로 빠져야 탈모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던가, 혈액암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유명한 영화 <러브 스토리>의 주인공 제니의 목숨을 앗아간 백혈병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은 아주 흥미로웠다. 평소 문학을 사랑하는 생물학자의 과학과 문학의 만남을 보는 것 같았다.


@이범의 사진 제공


읽는 내내 비장애와 장애를 정상과 비정상으로 생각하는 우리 사회의 편견을 돌아보게 된다. 그 편견으로 인해 배제와 차별과 혐오가 얼마나 심각한 사회적 질병으로 퍼져있는지도 말이다. 저자는 발생생물학을 공부하는 이유를 이렇게 말하고 있다. “여러 증후군과 질병을 공부하고 이해하는 목적 중 하나도 바로 이것입니다. 다양성 존중, 소수자에 대한 이해와 수용, 생명의 다채로움은 경이롭기 그지없다는 사실. 꼭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책을 덮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신이 만든 다양성의 경이를 인간은 배제와 혐오로 응답했다. 지혜는 배움과 앎에서 온다는 것을 세포를 통해 배운다. 

____________

1) 김영웅, 《세포처럼 나이들 수 있다면》, p.190



몸이 인문학이다!

글ㅣ윤한나



"세포는 기적, 풍요, 편리함과 무감각, 움직여야 산다, 삶도 순환"  

- 이 책을 읽고 생각해 본 소제목들.


얼마 전, 미술 심리에 종사하는 어느 원장님이 아이들과 물방울을 그리며 이 책을 찍은 사진을 SNS에 올렸다. 그 장면이 강렬했을까? 세상에! 영웅 작가님이 신간을 들고 꿈에 나타났다. 페북 친구이기는 하지만 꿈에까지 나타나다니, 놀랬다. 저자 김영웅 박사님은 똑똑한 분이다. 그런 분도 신간이 나오고 독자들이 얼마나 읽어줄지 내심 신경이 쓰이는 눈치였다.


발생생물학! 전형적인, 타고난 문과형인 내가 아는 바로는 과학 시간에 배운 성염색체 정도. 그런데 이 책을 통해 배아 단계에서 거의 모든 형질이 결정된다는 게 너무 신비로웠다. 한편 어머니께 다시 감사하기도 했다. 임신해서 시부모님 봉양과 입덧으로 거의 영양분을 섭취하지도 못했는데 건강하게 낳아주셔서. 

또 염색체 이상으로 돌연변이가 발생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부모님이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전혀 없다는 사실. 영웅 작가님은 이 책을 통해 사랑을 강조한다. 다수의 시선에서 보는 소수를 향한 폭력을 지양하자고. 


우리 몸은 인문학이다! 알수록 신비한 신체. 흉내 내려고 해도 할 수 없는 신묘막측한 원리. 창조주의 솜씨라고밖에는 다른 말을 할 수 없다. 자신의 노화를 알고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 운동과 식습관을 강조한다. 다 아는 이야기이고, 당연한 내용이지만 누구나 다 실천하지는 못한다.


“휴지기가 끝나면 다시 성장기로 진입하게 되는데, 이 시기를 재성장기라고 부르기도 합니다.”1) 

모낭의 주기가 마치 인생 같다. 끝난 줄 알았으나 완전한 소멸이 아니라 부활이고 창조이다. 죽어야 산다. 그래서 과학자가 쓴 책에서 인문학을 발견한다.


“오로지 팽창만이 목적인 암세포의 운명이자 정체성입니다.”2)

세포의 기적으로 생명은 성장하지만, 풍요가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 팽창해질수록, 문명이 모든 것을 구원해 줄 것처럼 열광해도, 우리를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결국 무감각하게 할 수 있다. 자기를 복제하려는 암세포는 결국 모두를 죽인다는 점. 이 또한 인문학적 통찰이다.


이 책을 읽으니 더는 운동을 미룰 수가 없다. 움직여야 근육을 보존할 수 있고 나이 들수록 약해지는 뼈와 관절을 강화할 것은 운동이라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에…

띠지에 나온 영웅 작가님 사진이 너무 잘 나와서 차마 버릴 수 없었다. 손가락과 발가락을 위해 세포는 죽는다. 그 세포의 희생으로 지금 나도 손가락으로 이 글을 쓸 수 있는 것이리라.


삶은 순환일지도. 태어나고 성장하고 노화를 통해 나이 들어간다. 죽음을 향해 살아간다. 이 삶 가운데 세상에서 만난 수많은 인연과 관계가 따뜻하다면 더 행복할 것이다. 우리는 서로 다 다르다. 그렇게 창조되었고, 만들어졌다. 그 다름이 차별의 이유가 되어서는 곤란할 것이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지만, 조금 불편하고 부딪쳐도 함께 살아가는 세상. 미움이 아닌 사랑의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본다면 그때는 봄이 오겠지.

____________

1) 김영웅, 《세포처럼 나이들 수 있다면》, p.32.

2) 김영웅, 《세포처럼 나이들 수 있다면》, p.96.




3월 독후감 공모 도서

찬란한 멸종
이정모 저 ㅣ 다산북스 ㅣ 2024 


출판사 책소개

이 책은 시간순으로 진행되는 흔한 빅 히스토리에서 벗어나 인류가 멸망한 2150년 인공지능이 들려주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화성 테라포밍을 실행한 2100년, 지구에 아직 빙하가 남은 2024년, 46억 년 전 지구가 탄생하기까지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며 방대한 역사를 생생한 도판과 함께 엮어낸다.

그뿐만 아니라 범고래, 네안데르탈인, 산호, 삼엽충 등 지구 생명체가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내 그동안 인간이 지구를 바라봤던 모든 관점을 뒤집는다. ‘한국의 빌 브라이슨’답게 능청스럽게 이야기를 풀어내는 이정모 특유의 유머는 독자들을 시종일관 웃음 짓게 만든다. 그렇게 소설처럼 재미있게 읽다 보면 46억 년 지구의 역사가 단숨에 이해된다.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가 “이런 시의적절한 주제를, 이렇게 맛깔나게 쓸 수 있는 사람은 이정모뿐이다”라고 극찬하고, 과학 커뮤니케이터 궤도가 “극한의 상황을 극복한 우리의 찬란한 미래를 상상하게 만든다”라며 강력 추천한 이유다. 지구는 다섯 번이나 대멸종을 겪었지만 그때마다 더욱 경이롭게 진화했다. 독자들은 『찬란한 멸종』을 통해 다가올 미래를 두려워하기보다 흥미롭게 상상하는 경이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 이달의 독후감으로 선정된 분에게는 커피 쿠폰을 감사 선물로 보내드립니다. 

🌟 원고 접수 : 과신대 편집팀 scitheoeditor@gmail.com

2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