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독후감] 진행형인 줄탁동시의 삶 (김양현)

과학과 신학의 대화
2025-09-14
조회수 337

진행형인 줄탁동시(啐啄同時)의 삶

 -  『마커스 보그의 고백』을 읽고


글ㅣ김양현
기독인문연구소 시시당 대표



  헤르만 헤세는 데미안에서 말했다. “새는 알에서 빠져나오려고 몸부림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마커스 보그의 고백은 알을 깨고 참된 신을 찾아 나선 그의 인생 여정이자 신앙 여정이다. 그는 미국인이며 그리스도인이다. 미국에 이민 온 루터교 신자라는 환경에서 자랐다. 그가 배운 신앙은 보수적이며, 성경 문자적이며,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에 중심을 둔 미국의 보수 기독교다. 그가 고백하듯 이런 전통은 그의 세계며 그를 품은 알이다.


b34c90b4bcd40.jpg@Unsplash, Sies Kranen


  하지만 마커스 보그는 알을 깨고 나온다. 그의 고백처럼 3단계에 걸친 회심의 결과다. 우선 지적인 회심이다. 기독교 교리를 배우며 자신이 경험하고 배워왔던 세계보다 기독교는 훨씬 넓고 깊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어서 그의 표현에 의하면 정치적 회심을 경험한다. 마커스 보그는 구약성경 아모스서를 깊이 읽으며 이러한  회심을 한다. 그가 깨달은 성경, 특히 선지자가 말하는 세상은 공의와 정의를 구현하는 곳이다. 하나님은 이 세상에 정의가 실현되기를 원하며, 그 정의는 죄에 대한 벌 개념을 넘어서 경제적 평등을 이루는 세상이다. 그가 마지막으로 회심한 영역은 하나님 체험이다. 지식으로만 경험했던 하나님 차원에서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신비를 경험한다. 그 신비 경험은 하나님에 대한 그의 인식을 바꿔 놓는다. 하나님은 저 하늘 어딘가에 계시는 이질적인 존재가 아니라 온 세상에 거하시는 이른바 범재신론의 하나님이시다. 


  마커스 보그의 이러한 회심은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는 그의 시각과 세상을 바라보는 인식 자체를 바꿔놓았다. 삶의 통전적 변화를 수반했다. 우선 그는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교리를 넘어선다. 예수께서는 단지 죄사함을 위해서 십자가를 지신 것이 아니라, 로마 사회 자체를 전복하고 하나님 나라를 전하시기 위해 십자가를 지셨다. 후대의 신학자들이 형성한 대속의 십자가를 넘어 온 세상을 전복하는 십자가 신학을 깨닫고 그에 맞춰 살아가려고 애쓴다. 


  성경은 단순한 교리서가 아니라 하나님 나라가 이 땅에 실현되는 역사의 과정임을 역설한다. 구약성경은 출애굽이라는 사건과 출 바벨론이라는 사건을 중심으로 하나님께서 세워가시는 하나님 나라의 이상을 제시한다. 애굽과 바벨론, 신약 시대의 로마 제국의 권력과 억압을 성서는 비판하며, 이 땅에 하나님의 공의와 정의가 실현되는 나라를 제시한다. 당연히 기독교인은 그 나라를 이 땅에 세우기 위해 헌신하며 그것이 진정한 제자도다. 이는 내세지향적 하나님 나라의 한계를 극복하여 이 땅을 새롭게 하시는 통전적 하나님 나라를 향한다. 


  마커스 보그는 자신이 깨닫고 회심한 바를 자신의 삶에 실현하기 위해 애쓰며 살았다. 자신이 살고 있는 미국이라는 사회의 잘못된 정치와 경제, 종교를 비판하며 하나님 나라가 그 땅에 임하도록 애쓴다. 진정한 회심은 머리가 아니라 삶으로 드러나며, 그 결과는 하나님처럼 이 땅의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 


83b3feba11679.jpg  책을 덮으며 나의 여정을 돌아본다. 나 역시 극 보수적 교회에서 자랐다. 주일성수를 강조하며 내세를 강조하는 교회였다. 그것이 전부인 줄 알았다. 꼬리가 되지 말고 머리가 되라는 가르침을 받으며 자랐다. 신학교에서 전반적으로 배운 것도 대부분 그러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학교를 졸업한 후 다양한 신학자들을 만났다. 내가 알지 못했던 구약과 신약의 학자들, 성경신학자들을 만났다. 그들의 책을 읽으며 나의 생각에 전환점이 일어났다. 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었다. 하나님의 나라는 지금 여기서 하나님의 뜻을 이루며 하나님의 원창조를 새롭게 회복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하나님 나라의 시각으로 바라본 정치는 당연히 약자를 돌보고 인간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것이었다. 하나님 나라의 경제는 자본주의가 아니라, 공평하게 살아가는 수정된 국가 사회주의였다. 새롭게 알게 된 과학적 지식은 신앙을 부정하거나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풍성하게 하였다. 성경 문자주의 그 너머의 풍성한 의미를 깨닫게 했다. 마커스 보그가 아모스를 통해 회심했다면, 나의 경우는 히브리서였다. 이 땅에 잠시 머물다 가는 나그네이자 거류하는 외국인의 정체성이 신자였다. 그러한 깨달음은 이 땅에 집착하지 않게 했다. 아파트에 목매지 않게 했고 재테크에 묶이지 않게 했다. 


  교회와 목회에 대한 생각도 바뀌었다. 하나님 나라에 대한 깨달음, 초기 교회에 대한 생각으로 현실 교회를 바라볼 때 불합리한 것이 너무 많았다. 우선 계급화 되어 있는 직분이 문제였다. 한국 교회의 직분은 너무나 계급적이었고 상명하복의 군대와 같았다. 여성의 발언이 배제되었고 섬김이 아니라 군림이 일상을 지배했다. 그런 교회에 더 이상 머무를 수 없었다. 과감히 뛰쳐 나왔다. 하나님의 형제,  자매로서의 가족 공동체를 꿈꾼다. 하지만 현실은 이상과 달리 쉽지 않다. 


  나는 여전히 나의 알을 깨고 있다. 거대한 이 사회의 알도 깨려 한다. 갇혀 있는 세계를 넘어 열린 세계로 나아가려 한다. 비록 이 땅에서는 견고한 알의 저항에 부딪히겠지만 그 날에 온전한 세계로 나아갈 것을 소망하며 이 땅에서의 지난한 삶을 감내한다. 그리하여 멀지 않은 훗날 나 또한 마커스 보그처럼 고백하게 되리라. 회심했었다고, 회심의 삶을 살아냈다고. 지금의 나의 인생이 누군가의 알을 깨는 줄탁동시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9월 독후감 선정 도서 

eefa64dbf5128.jpg

마커스 보그의 고백 - 기억에서 회심으로, 그리고 확신으로
마커스 J. 보그 저, 민경찬, 손승우 옮김ㅣ비아ㅣ2025


출판사 책소개
영미권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대중 신학자’ 중 한 사람이자 신약학자인 마커스 J. 보그의 마지막 저작. 평생 성서와 예수, 신앙의 의미를 사유해온 그가 삶의 말미에 남긴 회고록이자 신학적 유언이다. 이 책을 통해 그는 자신의 생애 전체를 통해 빚어진 신앙을 고백하고 오늘의 교회와 신앙을 다시 생각하려는 이들을 자신이 깨달은 세계로 초대한다.
 이 책은 그의 가장 개인적인 고백이 담긴 책임과 동시에 가장 목회적인 책, 보그 사유의 정수를 담아놓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지성과 함께하는 신앙을 추구하는 이들에게는 깊은 통찰을, 믿음을 잃었다고 느끼는 이들에게는 새로운 시작을, 여전히 교회 안에 있으나 질문이 많은 이들에게는 진솔한 동행을 제공할 것이다.


🌟 9월 한달 더 『마커스 보그의 고백』으로 독후감을 공모합니다.

🌟 이달의 독후감으로 선정된 분에게는 커피 쿠폰을 감사 선물로 보내드립니다.

🌟 원고 접수 : 과신대 편집팀 scitheoeditor@gmail.com

1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