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신뷰 이달책> 《천 개의 뇌》 : 책 내용은 별로 없는 실전 책 서평

과학과 신학의 대화
2023-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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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이번 달 과신대 제5회 포럼인 ‘자유의지와 뇌결정론’에 발맞춰, 소개할 책은 바로 뇌과학 분야에서 가장 핫한 책 중에 하나라는 《천 개의 뇌》이다. 사실, 이 책을 처음 접한건 책이 아니라 유튜브 채널 ‘안될과학’에서이다. 특별히 해당 유튜브 채널에서 이 책을 직접 번역하신 분이 나와서 설명을 해주시는데 몹시 흥미를 끌었지만 당시에는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읽지 않다가 이번 포럼을 맞이해서 읽게 되었다. 혹시나 책 읽을 시간이 없거나 글을 읽기 귀찮다면, 혹은 짧게라도 어떤 내용이 대강 있는지 알고 싶다면 안될과학을 추천한다. 물론, 다 소개하지는 않고 첫 번째 챕터만 소개한다(링크1, 링크2).


 자, 먼저 책에 들어가기 앞서서 저자 소개를 해볼까 한다. 결국 책은 어떤 사람이 어떤 배경에서 썼는지를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라고 생각한다. 맥락 없이 뚝 떨어진 책은 한권도 없으니까. 책의 저자인 제프 호킨스(Jeff Hawkins)는 신경과학자이자 컴퓨터 공학자이다. 특이한 이력을 갖고 계신 분인데 인공지능을 연구하기 위해서 신경뇌과학을 시작하신 케이스다. 제프 호킨스의 말에 따르면 사람의 지능을 닮은 기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람의 뇌에 대한 피상적인 이해가 아니라 뇌가 어떻게 근본적으로 학습을 하는지를 먼저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뇌과학을 연구했다고 한다. ‘뇌의 지능’을 제대로 이해해야만 제대로된 지능이 있는 기계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딱 봐도 원대한 꿈이지 않는가? 그래서 대학원에서 공부할 때 주제가 너무 넓다고 줄이라고 했단다. 그런데 이 양반의 대단한 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대학원에서 주제가 넓다고 연구를 안 시켜줘? 그러면 내가 연구소 만들어서 연구해보지!’라는 생각을 가지 누멘타(Numenta)와 레드우드신경과학연구소(Rewood Neuroscience Institute)를 설립했다. 자 여기까지만 봐도 얼마나 이 사람이 뇌과학 연구에 진심인지를 느낄 수 있지만 이 형님의 능력은 여기에서 한발 더 앞선다. 기초과학 연구일수록  소위 돈 잡아먹는 하마 소리를 듣는다. 그렇다 돈이 어마 무지하게 든다. 그러면 이 형님은 어떤 돈으로 연구를 어떻게 하시느냐? 직접 번다. 컴퓨터과학자이신 이분은 모바일 컴퓨팅 분야의 선두주자로 상업적으로 성공한 제품을 발명한 공로로 미 국립 기술 아카데미 위원으로 선출되기 한 경력 있을 만큼 상업적인 재능도 있는 것 같다. 제프 호킨스는 스스로를 이론과학자라고 말하지만 다재다능하신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분이다.


 그럼 이제 내용으로 들어가 보자. 이 책은 크게 세 챕터로 구분이 된다. 첫 번째 챕터는 <뇌에 대해 새로 알게 된 것들>이라는 제목으로 시작한다. 크게 현재까지의 뇌의 학습에 관한 연구를 소개하고 자신이 어떤 식으로 책 제목과 같이 ‘천 개의 뇌’이론을 만들게 되었는지, 그리고 이 이론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에 관해서 이야기한다. 두 번째는 <기계 지능>이다. AI 연구와 실제로 기계가 지능을 가질 수 있는지에 관해서 논한다. 사실 이 부분이 제프 호킨스가 뇌 연구를 시작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양반은 ‘지능’이 있는 기계를 만들고 싶어서 뇌의 근본 원리를 연구하고 있으니 지능 기계에 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볼 수 있다. 마지막 챕터는 <인간 지능>이다. 사실 이 챕터를 읽으면서 굳이 있어야 되나 생각하기도 했다. 이 부분은 지능에 관한 부분이라기보다는 포스트휴머니즘적인 요소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조금 식상한 내용이기도 했다. 세부적인 내용은 책을 읽어보시고, 1, 2 챕터의 핵심적인 내용을 짧게 소개해 보려고 한다.




뇌에 대해 새로 알게 된 것들


 인간의 뇌는 크게 오래된 뇌와 새로운 뇌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특별히 인간의 지능은 새로운 뇌인 신피질에서 발생한다고 본다. 그리고 이 신피질에서 특별한 학습이 일어나는데 여기에는 두 가지 핵심적인 가정이 있다.


1) 모든 신피질 기둥은 하나의 단위로서 모형틀을 가지고 있다.

2) 사물에 대한 인식은 신피질 기둥들의 ‘합의’ 따라 완성된다.


 첫 번째 가정에서 ‘기둥’이라는 표현이 굉장히 중요한데 일반적인 뇌과학 서적을 보면 뇌를 부위별로 영역별로 기능을 달리하는 것으로 묘사한다. 하지만 제프 호킨스는 다른 식으로 표현하는데, 신피질을 각각 독립적인 학습틀을 익히는 길다란 기둥 묘사한다. 이러한 기둥이 신피질 전체에 약 10~15만 개 정도 있다고 본다. 더 중요한 점은 이 ‘기둥’들이 비슷한 방식으로 기능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브로카 영역에 속하는 신피질 기둥들은 제각기 다른 기능들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다 유사한 메커니즘을 갖고 있고 다만 학습하는 각기 다른 ‘모형틀’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가정은 이 ‘모형틀’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이다. 전통적인 뇌과학에서는 각기 인지한 정보를 뇌의 어떤 한 지점에서 종합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 즉, 위계로 정보가 종합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프 호킨스는 이것이 ‘투표’로 진행된다고 한다. 이 투표라는 표현이 재미있는데, 예를 들면 후각 모형틀을 가진 신피질들이 느낀 감각, 촉각 모형틀을 가진 신피질들이 느낀 감각, 시각 모형틀을 가진 신피질들이 모여 투표를 해 각 기둥의 모형틀을 겹치고 겹쳐 하나의 구체적인 대상으로 판단한다는 것이다. 거꾸로 생각하면 학습은 한 대상의 여러 정보를 각 신피질 기둥들이 나눠 갖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만 해도 벌써 흥미로운데 이러한 학습 모형틀이 추상적인 사고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은 논리적인 추측에 그친다. 그래도 제프 호킨스는 ‘기둥’모형과 이 ‘모형틀 학습’이론이 뇌의 지능 대부분을 설명해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기계 지능


 기계 지능에서 제프 호킨스는 기본적으로 기술 낙관론자의 입장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서 지능을 정의하는 방식이 중요한대, ‘지능’이란 외부 세계에 관해서 능동적으로 학습을 할 수 있고 반응에 따라 학습 모형이 바뀌고 계속해서 새로운 종류의 지식을 얻어 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현재 나온 AI 지능들은 엄밀한 의미에서 지능이 아니다. 그것이 아무리 빠른 연산과 아무리 그럴듯한 모형을 가지고 있더라도 결국에는 그 ‘분야’에서만 연산이 빠를 뿐 다른 외부 세계의 모형의 가지고 있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예를 들면, 현재 가장 각광을 받는 Chat GPT의 경우도 ‘딥러닝’ 방식을 쓰고 광대한 지식과 사람과 비슷해 보이는 글을 쓴다고 할지라도 범용 학습을 못한다.


 이 부분에서 제프 호킨스의 설명이 좀 재미있었다. 요약하면 호들갑 떨지 말라는 것이다. 본인의 개인적인 이야기와 함께 AI 산업에 있었던 봄과 겨울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특별히 산출이 빠르고 학습을 많이 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비록 틀리더라도 ‘유연성’이 중요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나름대로 지능이라고 부르기 위한 요건들을 제시한다. 첫째 끊임없는 학습 능력, 둘째 움직임을 통한 학습 셋째 많은 모형 넷째 기준틀을 사용한 지식 저장. 그런데 여기에서 다 설명하면 재미없으니 책을 읽어보자.


 마지막으로 기계 지능에서 한 가지 흥미로웠던 점은 ‘지능’과 인격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부분이다. 물론 제프 호킨스는 인격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우리와 유사한 지능을 갖게 되면 곧 그것이 인격체의 등장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 부분이 흥미로웠는데, 지능을 감정과 분리하고 지능을 가졌다고해서 우리와 동일한 인격인 것은 아니기에 지능을 가졌다고해서 전원을 못 끌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와 ‘동기’이다. 아무리 뛰어난 지능을 가졌다고 해서 그 기계가 목표나 동기를 갖고 있느냐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능을 세밀한 지도라고 했을 때 지도를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인지는 지도가 정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기계 지능은 이것을 가지고 무엇을 할지를 정하지 못하니 별 상관없다는 것이다. 목표와 동기는 지능의 결과가 아니며 스스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무리 


 책을 읽으면서 가장 즐거웠던 점은 여러가지 질문을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의 뇌가 학습을 하기 위해서는 외부로의 자극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면 ‘모형틀’을 만드는데 시각, 후각, 촉각, 청각 등 감각기관이 부족한 경우에는 우리의 모형틀이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자유의지와 같은 추상적인 사고를 익히려면 얼마나 많은 모형틀과 모형틀의 연결이 필요하게 될까?


 그래도 이 책을 읽으면서 한 가지 동의한 생각은 인공지능의 발달이 곧바로 인격체를 만드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AI, 인공지능이 아무리 인간과 유사한 방식으로 학습을 하고 학습을 효율적으로 높인다 할지라도 이 AI가 왜 이것을 배워야 하고 무엇을 배울것 인지를 스스로 결정하지는 못한다. 연관성 내에서 연쇄적인 학습은 일어날 수 있을지라도 이는 결국 인간이 설정한 프로그램 안에 있는 것이다


 인간은 참으로 신기한 동물이다. 이렇게 앉아서 글을 쓰는 와중에서도 내 뇌 속에 일어나는 사건들에 대해서 인지를 하고 있고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고 싶어 한다. 배움의 동물, 배움의 욕구는 무엇으로부터 유래되는가? 진화심리학자들은 그것이 생존 경쟁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할 것이다. 그렇다 생존에 도움이 되겠다고 말하지만 나는 왜 생존 해야 하는가 따위의 질문을 하고 있는 생존 기계를 본적이 있는가?


 이번 포럼에서 자유의지와 뇌결정론에서 김성신 교수님이 대담 때 이야기했던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 자유의지는 욕망하는 존재에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몸으로 구분된 우리는 나와 구분된 세계에서 생존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 생존을 위해서 죽음을 회피하고자 하는 욕망을 가지고 있다. 이 욕망이 지능을 발달하게 하고 근본적인 자유의지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아닐까?


 욕망은 오래된 뇌에서 비롯되는 것이기도 하다. 이 살고자 하는 욕망이 진화사적으로 지성체를 만들게 된 근본 원리라 본다면 우리에게 본질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얼마나 ‘지능’적일지를 만드는 게 위협적인 게 아니라 얼마나 우리 인간과 동일한 욕망을 품는 존재를 만드는 것이 위협적인 요소가 아닐까? 그리고 이것이 지성체의 근본적인 조건이 아닐까 뇌피셜로 생각해 본다.




한 줄 평 : "나는 나의 뇌가 아니다"




글 | 박아론

현재 과신대에서 행정팀장으로 사무국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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