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독후감] 『지혜가 필요한 시간』 을 읽고 (최현기)

과학과 신학의 대화
2025-08-12
조회수 498

『지혜가 필요한 시간』 을 읽고


글ㅣ최현기
포도나무교회 목사
목회자모임 멤버


- 책에 대한 첫인상, 그리고 저자0830934f28461.png

과신대 추천으로 프랜시스 콜린스의 '지혜가 필요한 시간'을 접했을 때는 막연히 과학과 신앙의 조화에 대한 내용일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첫인상과는 달리, 이 책은 현대 사회의 분열과 왜곡을 심도 있게 다룬 사회과학서에 가까웠습니다. 미 국립보건원장으로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이끈 저자가 코로나19 팬데믹을 총괄 지휘하며 목격한 미국 사회의 분열과 정치적 왜곡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쓴 책이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분열의 정치가 진리를 분별하는 능력, 과학에 대한 이해, 신앙의 근본에 대한 우리 기반을 흔들어 놓은 것을 보며 이 왜곡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고민합니다.


- 원제와 한국어 제목의 의미

한국어 제목 '지혜가 필요한 시간'은 지금이 바로 지혜가 필요한 시기임을 강조하는 듯합니다. 반면 원제 'The Road to Wisdom: On Truth, Science, Faith, and Trust'는 지혜로 향하는 길에 필요한 진리, 과학, 신앙, 신뢰라는 네 가지 근본 원천과 그것을 향한 자세와 태도를 더욱 명확히 드러냅니다. 이 책은 제목처럼 이 네 가지 지혜의 원천을 안내하며, 우리 사회를 잠식한 분열과 분노에서 벗어나는 길을 제시합니다.


- 지혜의 본질과 방해 요소

저자는 지혜가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도덕적 틀을 이해하고 삶에 통합하는 능력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리고 그 지혜의 원천으로 진리, 과학, 신앙, 신뢰를 들며, 이는 겸손, 지식, 도덕성, 올바른 판단력이라는 토대 위에 세워진다고 봅니다. 반면, 소셜 미디어와 정치는 지혜를 가로막는 주요 방해꾼으로 지목됩니다. 이들은 악의적으로 지혜를 왜곡하여 진리를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로, 과학을 정치적 도구로, 신앙을 단순한 브랜드로, 신뢰를 맹목적인 집단 충성심으로 전락시킨다고 비판합니다.


- 지혜로 돌아가는 법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왜곡에도 불구하고 진리, 과학, 신앙, 신뢰의 가치가 우리를 다시 지혜의 길로 이끌 수 있다고 역설합니다. 

‘진리’는 객관적으로 분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겸손하고 진지하게 진리를 추구하는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습니다. ‘과학’은 자연에 관한 진리를 발견하게 하는 수단으로써 매우 강력한 도구입니다. ‘신앙’은 과학이 답할 수 없는 근본적인 질문들, 즉 인생의 의미와 도덕적 존재로서의 사명에 대한 물음들에 대해 초월적 진리를 밝혀줍니다. 그리고 ‘신뢰’는 진리의 가치를 인정하고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일 줄 아는 태도에서 쌓일 수 있습니다. 

저자는 이러한 이론적 설명과 함께 현재 미국 사회에서 진리, 과학, 신앙, 신뢰가 어떻게 흔들리고 있는지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이러한 깊이 있는 설명들은 저자가 오랫동안 공직사회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데다가, 과학자이자 신앙인으로서의 정체성이 바탕이 되었기에 가능한 것 같습니다. 


05b8d390efdcc.jpg@Unsplash, NEOM


- 희망과 행동 계획

책의 마지막 장인 '희망과 행동 계획'에서는 왜곡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들을 개인적, 사회적 관점에서 제시합니다. 바로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고, 사실과 거짓을 구분하기 위해 노력하며, 가족과 친구와 함께 변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대안들은 어떻게 보면 뻔한 모범 답안처럼 보일 수 있지만, 결국 가장 본질적인 해결책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됩니다. 


- 한국사회에의 적용

책을 읽는 내내, 저자가 겪은 미국 사회의 이야기가 한국 사회의 현실과 전혀 이질감 없이 맞닿아 있어 마음 한편이 씁쓸했습니다. 미국의 코로나19 팬데믹과 대선 과정에서 만연했던 가짜 뉴스, 선전 선동, 그리고 그 속에서 흔들리는 교회의 모습이 한국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최근 우리 한국도 계엄과 탄핵, 그리고 새로운 정부 구성 과정에서 경험한 극심한 분열과 왜곡을 경험했습니다. 이런 경험 때문인지, 이 책에서 제시하는 실제적인 반성과 실천이 시의적절하다고 느꼈습니다. 

특히 그 분열의 핵심에 기독교인들이 있다는 점은 이 문제에 대해 더욱 큰 책임감을 느끼게 됩니다. 분열과 왜곡으로 흔들리는 사회에 진리를 제시해 줘야 할 교회가 오히려 그 분열을 주도하고 있다는 데에서 깊은 반성과 함께 도의적인 책임을 느낍니다. 


2e055660d8d71.jpg@ Unsplash, Samuel Austin


- 개인적 적용 & 마무리

개인적으로는 진리를 동심원으로 시각화하여 설명한 부분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 그림은 중심의 '필연적 진리'부터 시작하여 바깥으로 나아갈수록 '확고히 입증된 사실', '불확실한 것', 그리고 '의견'이라는 네 가지 영역으로 진리의 범주를 나누는 것인데, 저자는 각 영역에 따라 우리가 취해야 할 태도 또한 달라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처럼 진리에 대한 인식을 다층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다양한 의견 충돌 속에서 현명한 해법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자는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의 말을 인용하며 독자들에게 도전합니다. 

"작고 사려 깊으며 헌신적인 시민 그룹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을 의심하지 말라. 실제로 세상을 바꾼 것은 오직 그런 그룹뿐이다." 

작고 사려 깊으며 헌신적인 시민, 나 또한 바로 그 시민이 되어 책임을 다하는 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독후감을 마무리하며, 저자가 제안했던 '지혜로 향하는 길' 서약서를 진지하게 되새겨 봅니다. 실천하기는 쉽지 않지만 포기할 수 없는 비전임을 다시 확인하며, 오늘도 지혜로 가는 길목에서 진리, 과학, 신앙, 그리고 신뢰의 안내를 받아 걸어가려 합니다.




8월 선정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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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커스 보그의 고백 - 기억에서 회심으로, 그리고 확신으로
마커스 J. 보그 저, 민경찬, 손승우 옮김ㅣ비아ㅣ2025


출판사 책소개
영미권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대중 신학자’ 중 한 사람이자 신약학자인 마커스 J. 보그의 마지막 저작. 평생 성서와 예수, 신앙의 의미를 사유해온 그가 삶의 말미에 남긴 회고록이자 신학적 유언이다. 이 책을 통해 그는 자신의 생애 전체를 통해 빚어진 신앙을 고백하고 오늘의 교회와 신앙을 다시 생각하려는 이들을 자신이 깨달은 세계로 초대한다.
 이 책은 그의 가장 개인적인 고백이 담긴 책임과 동시에 가장 목회적인 책, 보그 사유의 정수를 담아놓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지성과 함께하는 신앙을 추구하는 이들에게는 깊은 통찰을, 믿음을 잃었다고 느끼는 이들에게는 새로운 시작을, 여전히 교회 안에 있으나 질문이 많은 이들에게는 진솔한 동행을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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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고 접수 : 과신대 편집팀 scitheoedito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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