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신Q] 살아계신 하나님?! (우종학)

과학과 신학의 대화
2025-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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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신Q

 살아계신 하나님?!


글ㅣ우종학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과신대 아카데미 대표


주일학교를 다니던 어린 시절, 어쩌다 어른 예배에 참석해서 들었던 어느 장로님의 대표 기도가 생각납니다. 그 기도는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살아계신 하나님!” 전지전능하시고 만물을 창조하신 살아계신 하나님을 부르며 시작하는 기도는 참으로 간절했고 예배하는 자들의 마음과 소원을 담았습니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 보면 그 표현은 참 이상한 표현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주변의 누군가를 부를 때 그런 표현을 쓰지 않기 때문입니다. 살아계신 어머니, 살아있는 선생님, 살아있는 장군님 등, 우리는 살아있는 누군가를 부를 때 그렇게 표현하지 않습니다. 살아있음이 너무나 당연하기 때문에 살아있는 누구누구라고 형용사를 붙이지 않는 것입니다. 


‘살아계신 하나님’이라는 표현은 ‘신은 죽었다’는 불신앙에 대한 반론입니다.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강조하기 위해 일부러 그렇게 표현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믿으려는 간절한 소망의 표현일 수도 있습니다. 하나님이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듯한 이 세상을 살면서 마치 하나님이 없다는 듯이 무신론자처럼 살다가 주일에 교회에 와서는 하나님이 살아계시다고 절규하는 목소리일지도 모릅니다. 


@Unsplash, Matt Walsh

살아계신 하나님을 과연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하나님의 놀라운 일 하심을 경험하면 됩니다. 내가 간절히 소원한 기도가 응답받을 때, 찬양하는 가운데 하나님의 존재의 신비를 느낄 때, 말씀 가운데 놀라운 깨달음과 감격을 누릴 때, 삶의 고통 속에서 기적을 경험할 때 우리는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느낍니다. 그런 경험 뒤에 우리는 ‘살아계신 하나님’이라고 고백합니다. 없는 것처럼 느껴졌던 그 하나님이 살아계신다고. 


하지만 이런 경험들은 우리 인생의 긴 시간에 비해 매우 드뭅니다. 여러분은 하나님이 살아계신다고 확신을 느꼈던 때가 얼마나 됩니까? 기적을 경험한 적은 몇 번입니까?  하나님의 역사가 분명하다고 경험했던 경우가 대략 10번 정도 잡으면 많은 것일까요? 


하나님을 경험하는 것이 쉽지 않은 시대입니다. 모든 우주 만물은 자연법칙에 의해서 움직이고 사람들은 자신의 뜻대로 판단하고 행동합니다. 도대체 하나님이 어디에 살아계시다는 걸까요? 기적이 일어날 때만 하나님이 살아계심을 경험했다면 세월이 지나 그 경험이 희미해질수록 하나님에 대한 의식도 함께 희미해집니다. 언젠가 몇 번 살아계시고 역사하셨던 그 하나님이 지금은 과연 살아계신가 싶은 하나님이 되어버립니다. 


과학이 발달하기 전 옛날 사람들은 하나님을 경험하기 더 쉬웠을지도 모릅니다. 하늘에서 무섭게 번개가 칠 때, 해일이 덮쳐오거나 지진이 발생할 때, 병에 걸려 몸이 아플 때 등, 고통을 당하는 여러 상황에서 그 원인을 알 수 없었던 사람들은 신을 그 원인으로 생각했습니다. 하늘이 노했다거나, 용왕님이 화가 났다거나, 내가 죄를 지어 벌받았다거나 등등으로 말입니다. 


하지만 과학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은 그런 설명을 폐기했습니다. 우리 주변에 발생하는 모든 일은 자연의 작동 원리와 인과관계를 따라 발생한다고 과학은 설명합니다.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고 과학은 많은 경우 그 원인이 무엇인지 찾아줍니다. 이러한 현대과학의 체계적 설명 앞에서 기적은 불가능해 보입니다. 신의 자리는 어디에도 없는 듯합니다. 자연법칙이 모든 것을 지배하고 다스리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하나님이 과학의 법칙을 깨고 일하신다고 생각합니다. 과학 법칙이  위배되는 그런 순간에만, 기적이 일어나는 순간이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입증한다고 생각합니다. 네, 그런 경험들은 소중한 경험들입니다. 하지만 그런 기적을 경험한 순간에만 하나님이 살아계신다고 생각한다면, 하나님은 온 우주를 통치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좁은 기적의 영역에서만 살아계신 셈입니다. 


@Unsplash, Nora Jane Long


하나님은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모든 순간에도 살아서 일하십니다. 우리가 흔히 오해하는 것처럼 하나님은 자연법칙을 깨고 일하시는 것이 아니라 자연법칙을 통해서도 일하십니다. 아침에 해가 뜨고 밤에 해가 지는 일, 사계절이 변함없이 찾아오는 일, 풀과 나무가 자라고 바람이 불고 비가 오는 일, 수많은 별이 밤하늘을 빛내는 일, 100억 년의 우주적 시간 동안 별과 은하들이 피고 지는 일, 이 모든 일은 하나님이 하시는 일입니다. 과학이 기적이라고 부르지 않는 이 모든 일은 하나님이 살아계셔서 섭리하고 운행하시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이 우리의 창조신앙입니다. 


중력이 없는 세상이 어떤 모습일지 한번 상상해 봅시다. 중력이 없다면 우리는 땅을 디디고 서 있을 수 없습니다. 물도 컵에 따라서 꿀꺽꿀꺽 마실 수가 없습니다. 모든 것이 공간에 둥둥 떠 있는 그런 세상은 말 그대로 혼란스러울 것입니다. 아니, 그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가 많습니다. 중력이 없다면 별이 만들어질 수도 지구가 탄생할 수도 없습니다. 온 우주는 질서가 없는 혼란의 상태일 것입니다. 창세기 1장 2절 전반이 표현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는 밤낮이 바뀌고 사계절이 오는 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원래 그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주가 이런 모습이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우주가 이렇게 질서 있게 운행되고 인간이 살기에 적합한 환경을 가져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예측 가능하고 매일 경험하는 일이기 때문에 신비하게 느껴지지 않을 뿐입니다. 


하지만, 이 놀라운 우주의 질서는 하나님의 일하심 때문입니다. 성서는 하나님이 해와 달을 운행하시고 사계절을 우리에게 주신다고 표현합니다. 하나님은 이 우주에 자연법칙을 부여하셔서 질서 있게 운행하십니다. 매일 경험하기 때문에 신비하지 않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매일 아침 해가 떠오르는 것은 하나님의 일하심 때문이고 하나님의 은혜 때문입니다. 과학이 다루지 못하는 소위 기적의 영역에만 하나님이 살아계신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 경험하는 일상의 영역에서도 하나님은 일하고 계십니다. 


우리는 찬양과 기도 가운데서만 하나님을 만나는 것이 아닙니다. 기적을 체험할 때만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경험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는 질서 있게 움직이는 자연 속에서 이 자연을 운행하시는 하나님을 경험해야 합니다. 기적을 경험할 때만이 아니라 기적이 일어나지 않을 때도 매일 우리의 삶이 가능하도록 자연 세계를 다스리고 우주를 섭리하시는 그 하나님을 감각하는 센스를 길러야 합니다. 주일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하나님의 일하시는 기적을 경험한다면 신앙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기적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적이 일어나지 않을 때도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느낄 수 있도록 가르치고 훈련해야 합니다. 하나님이 마법사처럼 마구 기적을 일으키고 자연법칙을 깨는 시대가 아닌 현대 과학의 시대에 우리는 자연을 통해 일하시는 하나님을 감각하는 센스를 길러야 합니다. 



함께 대화할 질문

1. 하나님의 존재, 혹은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경험한 일이 있다면 함께 나누어 봅시다.

2. 과학은 자연현상의 작동 원리를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공전하며 4계절이 생기는 현상에 대해 누군가는 자연 스스로 그렇게 움직이며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반면에 누군가는 그렇게 자연이 질서 있게 법칙에 따라 움직일 수 있는 이유가 바로 하나님이 자연을 섭리하고 운행하시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두 주장은 각각 과학으로 입증할 수 있을까요?  둘 중에 어느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하나요? 그 이유를 나누어 봅시다.

3. 과학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불가사의한 기적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우리의 매일의 경험 속에서 혹은 질서 있게 운행되는 자연 속에서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감각하는 센스를 기르고 훈련하는 방법은 무엇일지 나누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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