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신Q
신은 누가 만들었나요? 그렇다면 물질은 누가 만들었나요?
글 | 우종학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교수
과신대 아카데미 대표
리차드 도킨스는 그의 저작 『만들어진 신』을 통해 기독교인들에게 묻습니다. 신이 인간을 만들었다면, 신은 누가 만들었는가? 어린 시절에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성탄절 선물을 준다고 믿었지만 성인이 되면 그 믿음을 버려야 하듯이 신에 대한 믿음도 폐기되어야 한다고 도킨스는 주장합니다. 신은 그저 인간이 상상해 낸 개념에 불과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입니다.
‘신은 누가 만들었는가?’ 이 질문은 명확한 질문이 되기 어렵습니다. 신에 관해 묻는다면 신에 대한 정확한 개념이 필요한 법인데 이 질문은 도대체 어떤 신에 관해서 묻고 있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나무에도 신이 깃들어 있고 산에도 신령한 존재가 살고 있고 바다에도 바다의 신이 있다고 믿는 사람이 말하는 어떤 신을 말하는 것인지, 혹은 우주를 지배하는 법칙 같은 비인격적인 신을 지칭하는 것인지, 혹은 지구에 사는 인류보다 뛰어난 외계인이 있다며 신처럼 숭배하고 믿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신에 관해 묻는 것인지 여부에 따라 답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사진: Unsplash의 Jon Tyson
물론 도킨스는 기독교의 신에 대해 비판합니다. 창세기에 기록되었듯이 기독교의 신이 인간을 창조했다면 그 신은 도대체 누가 만들었냐고 묻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질문을 그리스도인들에게 던지는 순간 그 질문은 엉뚱한 질문이 되고 맙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인들은 신을 누가 창조한 창조물이 아니라 스스로 존재하는 분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즉, 그리스도인들은 창조되지 않은 신을 믿는데, 도킨스는 누가 신을 창조했냐고 묻는 겁니다. 그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하는 그리스도인들을 지적으로 열등하게 만들려는 의도일지는 모르겠지만, 그 질문은 처음부터 성립하지 않습니다. 만일 슈퍼맨을 누가 만들었냐고 물으면 정당한 질문이겠지만, 그리스도인들에게 당신들이 믿는 신을 누가 창조했냐고 묻는다면 그저 질문이 잘못되었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엉뚱한 질문을 통해 도킨스는 스스로 존재하는 신을 믿는다는 믿음은 도저히 지적으로 용납할 수 없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입니다. 과학은 돌멩이와 나무와 산과 별과 블랙홀, 그리고 다양한 생명체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밝히는 학문입니다. 과학자로서 도킨스가 어떤 대상에 대해 누가 만들었지 혹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질문하는 일은 정당합니다. 하지만 신에 대해 그 질문을 던진다면 과학적인 답을 얻기는 어렵습니다. 과학은 우주와 생명을 포함한 자연세계를 다루고 그 영역 안에서 효율적으로 답을 얻어내지만 과학이 답할 수 없는 영역도 많습니다. 가령, 가치와 의미를 다루는 질문은 과학이 다룰 수 없는 영역입니다. 우리는 왜 살아야 하는가, 내 인생에서 추구해야 할 진정한 가치는 무엇인가, 이런 질문에 과학이 과연 어떤 답을 줄 수 있을까요? 신에 대한 질문도 그렇습니다. 과학을 통해 답을 찾겠다는 태도는 과학과 형이상학의 영역을 구분하지 못하는 범주의 오류입니다.
과학이 신을 탐구하고 다룰 수 있다고 주장하는 도킨스는 신을 물리 세계의 일부로 여기는 오류를 범합니다. 에너지가 물질이 되고 쿼크가 뭉쳐서 양성자가 되고 원자들이 뭉쳐서 물질이 되듯이 신도 자연의 인과관계 안에 놓여있는 하나의 대상으로 여기는 셈입니다. 물론 그런 종류의 신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만 최소한 기독교가 가르치는 신은 그렇게 자연의 일부로서 존재하는 신은 아닙니다. 그리스도인들이 믿는 신은 초월적인 신입니다. 자연의 영역을 넘어서는 신입니다. 신은 우리 인간처럼 탄소와 산소 등의 원자로 구성되어 있지 않고 팔다리와 목소리를 갖지 않는 비물질적 존재라는 것이 전통적인 기독교의 신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문은 계속됩니다. 과학의 영역을 넘어선다고 하더라도 영원 전부터 스스로 존재하는 신을 믿는 믿음은 과연 정당한가라는 질문입니다. 스스로 존재하는 신을 믿는 일은 과학적 사고로 무장한 현대인들에게 비이성적이고 지적으로 열등한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원인 없는 결과를 과학은 받아들일 수 없는데, 신의 기원을 설명할 수 없으니 그냥 믿으라고 하면 부당하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저는 도킨스와 같은 근본주의 무신론자들에게 이렇게 질문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신이 인간을 만들었다고 믿는 반면 무신론자들은 물질이 인간을 만들었다고 주장하는데, 그렇다면 그 물질은 누가 만들었냐고 말입니다. 신 없이 물질이 진화해서 인간을 만들어 냈다면, 과연 그 물질은 누가 만들었을까요? 이 질문은 정당한 질문입니다. 심지어 과학적인 범주에 맞는 질문입니다. 물질의 기원은 당연히 과학이 다루어야 할 주제이기 때문입니다.

@사진: Unsplash의 Miguel Bruna
하지만 무신론자들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합니다. 과학은 빅뱅을 통해 우주가 생겨났고 우주가 진화하며 지구가 생성되었고 지구에서 생명이 출현하고 진화를 통해 인간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하지만 그렇다면 빅뱅은 누가 만들었을까요? 다중우주론에 따르면 여러 우주가 존재했고 그 중에 하나인 우리가 사는 우주가 138억 년 전에 빅뱅을 통해 시작되었다는 시나리오도 있습니다. 만일 다중우주론이 맞다고 가정하면 도대체 우리 우주를 탄생 시킨 그 여러 우주는 누가 만들었는지 질문이 남습니다. 이 질문은 결국 물질(과 에너지)의 존재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묻는 말로 귀결됩니다. 무신론자들은 물질은 원래부터 존재했다, 즉 영원전부터 스스로 존재했다고 가정하고 있는 셈입니다.
현대과학은 물질의 기원에 관해 답하지 못합니다. 과학은 가변적이고 자연이라는 실재에 다가가는 근사이기 때문에 앞으로 100년 후 혹은 더 먼 미래에 과학이 또 어떤 놀라운 사실을 밝혀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과학이 밝혀낸 만큼 새로운 질문이 생겨날 것입니다. 물질이 원래부터 스스로 존재했다고 가정하지 않는 이상, 이 질문은 계속 남을 것입니다. 자연세계의 기원이라는 근원적인 질문은 어쩌면 영원히 우리가 과학으로는 풀어낼 수 없는 질문일지도 모릅니다.
신이 인간을 만들었다면 그 신은 누가 만들었냐고 묻는 무신론자들에게 우리는 물질이 인간을 만들었다면 그 물질은 누가 만들었냐고 되물을 수 있습니다. 신을 부정하는 무신론자들은 물질이 스스로 존재한다고 전제하는 셈이고 신을 믿는 그리스도인들은 신이 스스로 존재한다고 전제합니다. 그런 면에서 이 두 입장의 형이상학적 지위는 동등합니다. 두 입장 모두 과학으로 증명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무신론이 오히려 불리합니다. 기독교는 신의 존재를 증명이 아니라 믿음의 영역으로 보는 반면, 과학은 물질의 기원을 과학으로 설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무신론자들은 이렇게 비판하기도 합니다. 과학자들은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데 기독교인들은 믿음의 영역으로 치부하고 노력하지 않는 게으른 사람들이라고 말입니다. 도대체 누가 게으르다는 걸까요? 그리스도인 과학자들은 열심히 연구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이 비판은 두가지 오류를 포함합니다.
첫 번째는 과학과 기독교를 양자택일로 보는 오류입니다. 과학자 중에는 기독교인들이 많습니다. 저와 같은 과학자들은 창조주의 지혜가 담긴 우주를 탐구하면서 물질의 기원에 관해, 우주와 생명의 기원에 관해 열심히 연구하고 있습니다. 과학과 기독교를 둘로 나누어 과학은 열심히 탐구하나 기독교는 게으르다고 비판할 수는 없습니다.
두 번째 오류는 과학과 무신론을 동치로 삼은 오류입니다. 과학자들은 물질의 기원을 밝히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과학이 아직 답하지 못하는 기원문제에 관해 겸손하게 인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학을 무신론의 증거로 삼는 도킨스와 같은 무신론자들은 신을 누가 만들었냐고 엉뚱한 질문을 던지면서 오히려 물질을 누가 만들었는지 설명하지 못하는 과학에 대해서는 외면합니다.

@사진: Unsplash의 Patrick Fore
과학의 영역을 넘어 우리는 신을 믿을 수 있을까요? 과학으로는 신의 존재를 긍정할 수도 부정할 수도 없다는 결론이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신을 믿는다는 말은 중력이나 텔레파시를 믿는다는 말과는 다릅니다. 중력은 과학으로 입증될 수 있고 텔레파시는 과학으로 부정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중력은 존재한다고 받아들이고 텔레파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거부합니다. 하지만 신에 대한 믿음은 증명 결과에 따라 어떤 명제를 받아들이는 그런 종류의 믿음이 아닙니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믿음은 신뢰입니다. 과학으로는 증명되거나 반증 되지 않지만 지금도 살아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신뢰하고 그분을 따르는 것이 바로 그리스도인들의 믿음입니다.
물질의 기원을 과학으로 설명하지 못하지만 우리는 물질로 이루어진 세계 안에 살면서 우주와 생명을 경험합니다. 물질을 누가 만들었는지 답하지 못한다고 해서 우리가 사는 우주가 거짓이 되지는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신의 기원을 설명하지 못하지만 우리는 신의 섭리로 운행되는 세계 안에 살면서 우주와 생명, 그리고 하나님의 현존을 경험합니다. 신이 스스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다 이해할 수 없다고 해서 우리가 경험한 창조세계와 창조주가 거짓이 되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믿는 하나님, 스스로 존재하는 하나님은 과연 어떤 분일까요? 이 질문은 과학이 아니라 인격적 경험을 통해서 답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과신Q
신은 누가 만들었나요? 그렇다면 물질은 누가 만들었나요?
글 | 우종학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교수
과신대 아카데미 대표
리차드 도킨스는 그의 저작 『만들어진 신』을 통해 기독교인들에게 묻습니다. 신이 인간을 만들었다면, 신은 누가 만들었는가? 어린 시절에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성탄절 선물을 준다고 믿었지만 성인이 되면 그 믿음을 버려야 하듯이 신에 대한 믿음도 폐기되어야 한다고 도킨스는 주장합니다. 신은 그저 인간이 상상해 낸 개념에 불과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입니다.
‘신은 누가 만들었는가?’ 이 질문은 명확한 질문이 되기 어렵습니다. 신에 관해 묻는다면 신에 대한 정확한 개념이 필요한 법인데 이 질문은 도대체 어떤 신에 관해서 묻고 있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나무에도 신이 깃들어 있고 산에도 신령한 존재가 살고 있고 바다에도 바다의 신이 있다고 믿는 사람이 말하는 어떤 신을 말하는 것인지, 혹은 우주를 지배하는 법칙 같은 비인격적인 신을 지칭하는 것인지, 혹은 지구에 사는 인류보다 뛰어난 외계인이 있다며 신처럼 숭배하고 믿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신에 관해 묻는 것인지 여부에 따라 답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사진: Unsplash의 Jon Tyson
물론 도킨스는 기독교의 신에 대해 비판합니다. 창세기에 기록되었듯이 기독교의 신이 인간을 창조했다면 그 신은 도대체 누가 만들었냐고 묻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질문을 그리스도인들에게 던지는 순간 그 질문은 엉뚱한 질문이 되고 맙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인들은 신을 누가 창조한 창조물이 아니라 스스로 존재하는 분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즉, 그리스도인들은 창조되지 않은 신을 믿는데, 도킨스는 누가 신을 창조했냐고 묻는 겁니다. 그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하는 그리스도인들을 지적으로 열등하게 만들려는 의도일지는 모르겠지만, 그 질문은 처음부터 성립하지 않습니다. 만일 슈퍼맨을 누가 만들었냐고 물으면 정당한 질문이겠지만, 그리스도인들에게 당신들이 믿는 신을 누가 창조했냐고 묻는다면 그저 질문이 잘못되었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엉뚱한 질문을 통해 도킨스는 스스로 존재하는 신을 믿는다는 믿음은 도저히 지적으로 용납할 수 없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입니다. 과학은 돌멩이와 나무와 산과 별과 블랙홀, 그리고 다양한 생명체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밝히는 학문입니다. 과학자로서 도킨스가 어떤 대상에 대해 누가 만들었지 혹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질문하는 일은 정당합니다. 하지만 신에 대해 그 질문을 던진다면 과학적인 답을 얻기는 어렵습니다. 과학은 우주와 생명을 포함한 자연세계를 다루고 그 영역 안에서 효율적으로 답을 얻어내지만 과학이 답할 수 없는 영역도 많습니다. 가령, 가치와 의미를 다루는 질문은 과학이 다룰 수 없는 영역입니다. 우리는 왜 살아야 하는가, 내 인생에서 추구해야 할 진정한 가치는 무엇인가, 이런 질문에 과학이 과연 어떤 답을 줄 수 있을까요? 신에 대한 질문도 그렇습니다. 과학을 통해 답을 찾겠다는 태도는 과학과 형이상학의 영역을 구분하지 못하는 범주의 오류입니다.
과학이 신을 탐구하고 다룰 수 있다고 주장하는 도킨스는 신을 물리 세계의 일부로 여기는 오류를 범합니다. 에너지가 물질이 되고 쿼크가 뭉쳐서 양성자가 되고 원자들이 뭉쳐서 물질이 되듯이 신도 자연의 인과관계 안에 놓여있는 하나의 대상으로 여기는 셈입니다. 물론 그런 종류의 신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만 최소한 기독교가 가르치는 신은 그렇게 자연의 일부로서 존재하는 신은 아닙니다. 그리스도인들이 믿는 신은 초월적인 신입니다. 자연의 영역을 넘어서는 신입니다. 신은 우리 인간처럼 탄소와 산소 등의 원자로 구성되어 있지 않고 팔다리와 목소리를 갖지 않는 비물질적 존재라는 것이 전통적인 기독교의 신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문은 계속됩니다. 과학의 영역을 넘어선다고 하더라도 영원 전부터 스스로 존재하는 신을 믿는 믿음은 과연 정당한가라는 질문입니다. 스스로 존재하는 신을 믿는 일은 과학적 사고로 무장한 현대인들에게 비이성적이고 지적으로 열등한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원인 없는 결과를 과학은 받아들일 수 없는데, 신의 기원을 설명할 수 없으니 그냥 믿으라고 하면 부당하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저는 도킨스와 같은 근본주의 무신론자들에게 이렇게 질문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신이 인간을 만들었다고 믿는 반면 무신론자들은 물질이 인간을 만들었다고 주장하는데, 그렇다면 그 물질은 누가 만들었냐고 말입니다. 신 없이 물질이 진화해서 인간을 만들어 냈다면, 과연 그 물질은 누가 만들었을까요? 이 질문은 정당한 질문입니다. 심지어 과학적인 범주에 맞는 질문입니다. 물질의 기원은 당연히 과학이 다루어야 할 주제이기 때문입니다.
@사진: Unsplash의 Miguel Bruna
하지만 무신론자들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합니다. 과학은 빅뱅을 통해 우주가 생겨났고 우주가 진화하며 지구가 생성되었고 지구에서 생명이 출현하고 진화를 통해 인간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하지만 그렇다면 빅뱅은 누가 만들었을까요? 다중우주론에 따르면 여러 우주가 존재했고 그 중에 하나인 우리가 사는 우주가 138억 년 전에 빅뱅을 통해 시작되었다는 시나리오도 있습니다. 만일 다중우주론이 맞다고 가정하면 도대체 우리 우주를 탄생 시킨 그 여러 우주는 누가 만들었는지 질문이 남습니다. 이 질문은 결국 물질(과 에너지)의 존재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묻는 말로 귀결됩니다. 무신론자들은 물질은 원래부터 존재했다, 즉 영원전부터 스스로 존재했다고 가정하고 있는 셈입니다.
현대과학은 물질의 기원에 관해 답하지 못합니다. 과학은 가변적이고 자연이라는 실재에 다가가는 근사이기 때문에 앞으로 100년 후 혹은 더 먼 미래에 과학이 또 어떤 놀라운 사실을 밝혀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과학이 밝혀낸 만큼 새로운 질문이 생겨날 것입니다. 물질이 원래부터 스스로 존재했다고 가정하지 않는 이상, 이 질문은 계속 남을 것입니다. 자연세계의 기원이라는 근원적인 질문은 어쩌면 영원히 우리가 과학으로는 풀어낼 수 없는 질문일지도 모릅니다.
신이 인간을 만들었다면 그 신은 누가 만들었냐고 묻는 무신론자들에게 우리는 물질이 인간을 만들었다면 그 물질은 누가 만들었냐고 되물을 수 있습니다. 신을 부정하는 무신론자들은 물질이 스스로 존재한다고 전제하는 셈이고 신을 믿는 그리스도인들은 신이 스스로 존재한다고 전제합니다. 그런 면에서 이 두 입장의 형이상학적 지위는 동등합니다. 두 입장 모두 과학으로 증명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무신론이 오히려 불리합니다. 기독교는 신의 존재를 증명이 아니라 믿음의 영역으로 보는 반면, 과학은 물질의 기원을 과학으로 설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무신론자들은 이렇게 비판하기도 합니다. 과학자들은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데 기독교인들은 믿음의 영역으로 치부하고 노력하지 않는 게으른 사람들이라고 말입니다. 도대체 누가 게으르다는 걸까요? 그리스도인 과학자들은 열심히 연구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이 비판은 두가지 오류를 포함합니다.
첫 번째는 과학과 기독교를 양자택일로 보는 오류입니다. 과학자 중에는 기독교인들이 많습니다. 저와 같은 과학자들은 창조주의 지혜가 담긴 우주를 탐구하면서 물질의 기원에 관해, 우주와 생명의 기원에 관해 열심히 연구하고 있습니다. 과학과 기독교를 둘로 나누어 과학은 열심히 탐구하나 기독교는 게으르다고 비판할 수는 없습니다.
두 번째 오류는 과학과 무신론을 동치로 삼은 오류입니다. 과학자들은 물질의 기원을 밝히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과학이 아직 답하지 못하는 기원문제에 관해 겸손하게 인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학을 무신론의 증거로 삼는 도킨스와 같은 무신론자들은 신을 누가 만들었냐고 엉뚱한 질문을 던지면서 오히려 물질을 누가 만들었는지 설명하지 못하는 과학에 대해서는 외면합니다.
@사진: Unsplash의 Patrick Fore
과학의 영역을 넘어 우리는 신을 믿을 수 있을까요? 과학으로는 신의 존재를 긍정할 수도 부정할 수도 없다는 결론이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신을 믿는다는 말은 중력이나 텔레파시를 믿는다는 말과는 다릅니다. 중력은 과학으로 입증될 수 있고 텔레파시는 과학으로 부정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중력은 존재한다고 받아들이고 텔레파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거부합니다. 하지만 신에 대한 믿음은 증명 결과에 따라 어떤 명제를 받아들이는 그런 종류의 믿음이 아닙니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믿음은 신뢰입니다. 과학으로는 증명되거나 반증 되지 않지만 지금도 살아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신뢰하고 그분을 따르는 것이 바로 그리스도인들의 믿음입니다.
물질의 기원을 과학으로 설명하지 못하지만 우리는 물질로 이루어진 세계 안에 살면서 우주와 생명을 경험합니다. 물질을 누가 만들었는지 답하지 못한다고 해서 우리가 사는 우주가 거짓이 되지는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신의 기원을 설명하지 못하지만 우리는 신의 섭리로 운행되는 세계 안에 살면서 우주와 생명, 그리고 하나님의 현존을 경험합니다. 신이 스스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다 이해할 수 없다고 해서 우리가 경험한 창조세계와 창조주가 거짓이 되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믿는 하나님, 스스로 존재하는 하나님은 과연 어떤 분일까요? 이 질문은 과학이 아니라 인격적 경험을 통해서 답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