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신Q] 나는 어떻게 창조되었나요? (우종학)

과학과 신학의 대화
2026-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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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신Q

나는 어떻게 창조되었나요? 


글 | 우종학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교수

과신대 아카데미 대표


얼마 전에 과신대 청소년 캠프가 열렸습니다. 등록신청을 받자마자 몇 시간 만에 마감된 청소년 캠프에 60여 명의 청소년들이 참석해서 창조신앙을 배우며 신나는 활동과 진지한 고민을 이어갔습니다. 천체투영관 실습이 끝난 마지막 시간에 어느 학생이 질문했습니다. "아담을 직접 창조하신 것이 아니라 진화의 과정을 통해 창조하셨다고 이해했는데 맞나요?"


아담을 직접 창조하신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은 자주 등장합니다. 청장년뿐만 아니라 청소년들도 아담의 창조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기회가 없었고 어릴 적 들었던 창조의 방법에 대한 한 가지 그림을 그대로 가지고 성장해 왔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반-진화론자들과 창조과학자들이 진화의 방법으로 창조했다면 창조신앙이 무너지는 것처럼 알레르기적 반응을 일으키며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왔기 때문에  진화적 창조를 직접 창조와 대립하는 개념으로 오해하기도 합니다. 창조과학자들은 진화적 창조는 하나님의 전능한 창조 능력을 부정하고 하나님의 형상을 가진 인간의 지위를 격하시킨다고 주장합니다. 심지어 아담이 진화의 방법으로 창조되었다면 원죄 교리가 무너진다고 주장합니다. 


질문을 세 가지로 나누어서 생각해 보면 좋습니다. 진화를 사용하면 하나님의 창조 능력이 부정되고 성경에 위배되는 것인지에 관해서는 예전 글에서 다루었습니다. (‘진화를 사용한 간접적 창조는 열등한 방법이 아닌가요? 과신Q 칼럼 25년 2월 ). 이번 글은 하나님이 나를 어떻게 창조하셨는지 돌아보면서 아담의 창조를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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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splash의CDC


과신대 청소년 캠프에서 질문한 학생이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질문을 던졌습니다. 만일 진화의 방법으로 아담을 창조했다면, 아담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것이 아니게 될까요? 과연 직접 창조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요? 어느날 갑자기 순식간에 불쑥 아담이 생겨나도록 창조하는 방식을 말하는 것일까요? 


머뭇거리는 학생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그렇다면 하나님은 나를 어떻게 창조하셨을까요? 직접 창조하셨을까요? 학생은 하나님이 나를 직접 창조하셨다고 답합니다. 그래서 다시 물었습니다. 그렇다면 학생은 어느날 뿅~하고 창조된 것일까요? 학생이 그건 아니라고 답합니다.  


엄마, 아빠로부터 난자, 정자가 나와서 수정되고 수정된 단세포가 세포분열을 시작해서 약 10개월의 발생과정을 통해서 창조하셨을까요? 아니면 뿅~ 창조하셨을까요? 학생은 당연히 약 10개월의 과정을 통해서 하나님이 자신을 창조하셨다고 인정합니다. 그래서 다시 물었습니다. 그렇다면 하나님이 나를 직접 창조하신 걸까요? 직접 창조하신 게 아닐까요? 학생은 사뭇 진지한 표정입니다.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진화의 방법을 통해서 인간을 직접 창조하셨다고. 나와 독자 여러분, 그리고 아담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은 자연의 법칙을 통해서 인간을 창조하셨고 지금도 창조하고 있습니다.  


직접 창조: 과학적 의미 vs. 신학적 의미?

문제는 ‘직접 창조’라는 말이 오해를 일으키기가 쉽다는 점입니다. 모든 창조물은 하나님이 누군가를 시켜서 대신 창조하도록 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직접 창조하셨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이 어떤 방법을 사용했는지 물으면, 신학적 질문보다는 과학적 질문이 되어 버립니다. 


직접 창조는 진화적 창조처럼 과학으로 이해할 수 있는 자연의 과정을 통한 창조와 반대되는 말이 아닙니다. 과학의 범주를 넘어서 자연법칙이 아닌 어떤 초자연적이고 기적적인 방법을 통해서 창조하는 방식이 직접 창조라고 주장할 수도 있겠습니다. 만일 그런 의미라면 어느 시공간에 갑자기 성인이 된 아담이 불쑥 출현해야 합니다. 물론 하나님은 그렇게 창조하실 능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이 그런 방식으로만 창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하나님을 제한하게 됩니다. 이런 태도는 오히려 하나님의 다양한 섭리를 믿지 못하는 불신입니다.  뽕 창조 방식만이 직접 창조라고 주장하면 곤란합니다. 


자연을 창조하신 하나님이 그 자연을 재료로 사용하고 자연법칙을 섭리해서 새로운 창조물들을 만드는 방식이 많은 경우 하나님이 하시는 창조사역입니다. 하나님은 지금도 안드로메다 은하에 매년 새로운 별들을 서너 개씩 창조하시고 태평양에 새로운 섬들을 만드시고 한국에는 매년 20-30만 명의 하나님의 형상을 가진 아기들이 태어나도록 창조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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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splash의Suhyeon Choi


과학은 방법을 탐구합니다. 자연의 인과과정과 그 과정을 질서 있게 움직이는 자연법칙을 연구합니다. 아기의 출생과 인류의 출현과 별의 탄생과 블랙홀의 생성 등, 우리가 목격하는 자연 현상들의 선후 관계를 파악하고 시간적 변화를 탐구하고 그 작동원리를 알아냅니다. 그런데 그렇게 자연의 과정과 자연법칙이 밝혀진다고 해서 그리고 우리가 과학을 통해 별과 생명과 인간의 탄생 과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해서 창조주가 필요 없게 되는 것이 아닙니다. 과학이 발전한다고 해서 신이 없다는 무신론의 주장이 증명되는 것이 아닙니다.

 

자연의 인과과정을 사용한다면 신의 전능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직접 창조를 주장합니다. 하지만 자연법칙도 인과관계도 모두 하나님의 창조물이고 자연을 섭리하시는 분도 창조주입니다. 시간과정을 거치고 인과관계를 거치는 창조가 더 열등해지지는 않습니다. 만일 인과관계를 거친 창조가 열등하다면 나와 여러분의 창조는 열등한 창조가 되고 우리는 열등한 존재가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창조주 하나님께 따져야 할지도 모릅니다. 왜 나를 순식간에 불쑥 창조하시지 않고 단세포의 세포분열과 발생과정을 통해 창조하셨나요? 혹시 창조의 능력이 모자라서 열 달의 과정에 의존하실 수 밖에 없었던 건 아닌가요? 그렇게 묻는다면 하나님이 뭐라고 하실까요? 

 

우리는 종종 하나님을 마법사 수준으로 생각합니다. 과학으로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뭔가를 만들어내는 그런 모습으로 말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이 아닌 어떤 것을 하나님이라고 오해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금송아지를 만들어 놓고 우리를 애굽에서 인도해 낸 신이라고 불렀던 출애굽 시대의 이스라엘 백성들처럼 말입니다.  


하나님을 과학으로 제한한 것은 아닌가요?

하나님이 수정란 단세포에서부터 세포분열과 발생과정을 거쳐 나를 창조하셨다고 이해하면, 하나님이 진화의 방법으로 아담을 창조하셨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이렇게 설명하면 진화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하나님이 기적적인 방식으로는 창조할 수 없다는 뜻으로 오해해서 불편한 기색을 드러냅니다. 이것도 오해입니다. 


하나님이 인류를 진화의 방법으로 창조하셨다고 믿는 것은 첫째, 과학이 밝혀낸 진화를 수용하는 것이며 둘째, 과학이 밝혀낸 진화의 과정을 하나님의 창조 역사로 이해하고 해석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태도는 과학이 밝혀내지 못한 영역에 대해 하나님을 제한하는 것이 아닙니다. 가령, 나를 창조하실 때 사용한 정자와 난자는 어디서 왔나요? 그렇다면 아빠와 엄마를 떠올려야 하고 그 아빠와 엄마가 어디서 왔는지 묻는다면 아빠와 엄마의 부모를 떠올려야 합니다. 이 질문을 계속하면 처음에 지구에 생명이 어떻게 기원했는지 물어야 하고, 그 생명을 이룬 물질(무생물)이 어디서 기원했는지 물어야 합니다. 


과학은 생명의 근원이 되는 물질의 기원에 대해 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주의 기원과 자연법칙의 근원에 대해서도 제대로 답하지 못합니다. 과학이 이런 질문에 과연 답할 수 있는지  따져볼 수도 있습니다. 과학이 궁극적인 모든 질문에 답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과학주의자들도 존재하고 과학은 필연적으로 그런 질문에 답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 질문 자체가 과학이 답할 수 있는 영역을 넘어서는 논쟁적인 주제입니다. 하지만 최소한 21세기 과학을 볼 때 과학은 현재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고 있으며 앞으로 답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는 현실은 인정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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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splash의Sixteen Miles Out


그렇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건강한 태도는 무엇일까요? 과학이 밝힌 우주와 생명의 현상에 대해서는 하나님의 자연의 과정을 통해 창조하시고 섭리하신다고 이해하고 해석하는 것입니다. 반면에 과학이 밝히지 못한 내용들에 대해서는 앞으로 과학이 밝혀낼 가능성과 밝혀내지 못할 가능성을 둘 다 인정하고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기독교 신학은 하나님과 창조물을 구분합니다. 창조주가 초월적이라서 창조세계 밖에 존재하든, 창조주가 내재적이어서 창조세계와 함께 혹은 창조세계 안에 존재하든, 창조주는 창조물과 구별됩니다. 그렇다면 창조주가 시공간과 물질과 에너지를 창조하기 시작한 근원적 방식은 과학으로 이해할 수 없는 (뿅~ 창조와 유사한) 방식일 수 있습니다. 1950년대에는 빅뱅이 바로 하나님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순간이라고 해석한 신학자들도 있습니다. 다윈 이전 수천 년 동안 신학자들은 생물의 종들이 각기 독립적으로 불쑥 출현했다고 이해했습니다. 태양보다 지구가 먼저 창조되었다고 믿었던 고대의 신학자들도 있습니다. 과학이 발전하면서 창조에 대한 우리의 이해도 함께 성숙해진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우리는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우리 시대의 세계관과 과학적 견해를 넘어서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 시대의 틀 안에 창조주 하나님을 가두는 것은 곤란합니다. 현대과학으로 밝히지 못한 하나님의 창조역사에 대해서 우리는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정리합니다. 진화를 통해 아담을 창조했다고 믿는 것은

첫째, 하나님이 직접 창조했음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진화를 통해 ‘직접’ 창조하셨다고 믿는 것입니다.

둘째, 과학으로 밝힌 자연의 역사를 하나님의 창조과정으로 이해하고 믿는 것입니다.

셋째, 과학으로 밝히지 못한 영역에 대해 하나님의 창조 방법을 제한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를 창조하신 그 하나님을 믿는 것처럼 우리는 아담을 창조하신 하나님을 믿습니다. 나를 창조하신 방법이 자연의 과정을 통해서였듯이, 아담을 창조하신 방법도 자연의 과정 즉 진화의 과정을 통해서였음을 우리는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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